검찰이 매년 지출하는 예산 중에 업무추진비(업추비)라는 항목이 있습니다. 업추비는 말 그대로 검사들의 원활한 업무 지원을 위해 편성된 예산인데요. 2017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6년 3개월간 검찰이 지출한 업추비는 약 222억 원 규모에 달합니다.
하지만 이 막대한 업추비 중 대부분은 밥값, 술값 등 식사비로 쓰이는 게 실상이에요. 물론 수사를 하다 보면 사건 관계자와 식사를 해야 될 수도 있고, 검찰 내부 간담회나 행사 등에 다과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업무와 관련해 업추비를 지출하는 것 자체는 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업추비를 목적에 맞지 않게 지출하거나, 이유도 없이 지나치게 많은 돈을 쓰거나, 심지어 관련 규정마저 어기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것이에요.😰
뉴스타파와 9개 언론·시민단체로 구성된 ‘검찰 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은 전국 검찰청의 업추비 자료를 입수해서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검찰의 업추비 부정 사용 실태가 상당수 드러났어요. 그 중에는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을 역임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사례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번 주 ‘타파스’는 뉴스타파와 공동취재단이 드러낸 검찰의 업추비 사용 실태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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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추진비 ‘지침’조차 공개 못 하는 검찰🤔
먼저 업무추진비는 검찰에만 있는 특수한 예산은 아닙니다. 국세청 등 정부 기관은 물론, 서울시 같은 지방자치단체도 각각 업추비 예산을 편성해서 사용하고 있어요.
업추비는 국민 세금으로 편성된 예산인 만큼,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공공기관은 업추비 사용 내역을 성실하게 공개하고 있어요. 국세청, 관세청 등은 업추비 사용 내역뿐 아니라 사용 지침을 공개해서 업추비가 적절하게 사용됐는지 검증할 수 있게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검찰은 최근까지만 해도 업추비 세부 집행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어요. 수 년간의 소송 끝에 정보공개 판결이 내려졌는데도, ‘수사 기밀이 노출될 수 있다’ 라며 업추비 사용 내역을 일부 가리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검찰은 업추비 사용과 관련된 내부 지침마저도 비공개하고 있어요. 스스로 업추비를 적절히 썼는지 따져볼 수 있는 길이 막혀있는 셈이죠. 이를 두고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결과적으로 업추비 검증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뉴스타파는 여러 경로를 통해 검찰 내부 예산 집행 매뉴얼을 입수할 수 있었어요. 2020년 작성된 이 문건에는 업추비와 특정업무경비 등 예산 집행에 대한 지침이 적혀 있었습니다. 검찰 업추비 집행의 적절성을 따져볼 수 있는 중요한 근거인 셈이죠.
과연 검찰은 스스로가 만든 매뉴얼대로 업추비를 잘 쓰고 있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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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타파가 확보한 검찰 내부 예산 매뉴얼(공문 재구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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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지 이탈, 명단 누락… 검찰 업추비 ‘부정 사용’ 실태 확인 🤔
위에서 보여드린 매뉴얼에 따르면, 근무지와 무관한 지역에서 업추비를 사용하는 것은 ‘부적정 사용 예시’에 해당합니다. 사정이 있어 근무지 외에서 업추비를 쓰게 된다면, 업추비 사용의 불가피성을 적은 사유서를 반드시 남겨야 하는데요.
그런데 뉴스타파가 전국 검찰청의 업추비 내역을 분석한 결과, 관할 근무지를 한참 벗어난 곳에서 업추비를 사용한 사례가 발견됐습니다.
지난 2017년 3월, 공상훈 당시 서울서부지검장은 ‘청렴 업무 세미나’ 명목으로 업추비 27만 원을 지출했는데요. 영수증을 확인해 보니 이 돈을 쓴 곳은 바로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한 장어구이집이었어요.🤔
이 식당은 서울서부지검 청사에서 약 50km 떨어져 있었습니다. 차로 이동할 경우 왕복 약 2시간이 걸리는 거리죠. 청사에서 열어도 충분한 세미나를 굳이 멀리 있는 장어구이집에서 연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왜 업추비를 사용했는지를 설명한 사유서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즉 당시 서울서부지검장은 별다른 이유도 없이 근무지를 이탈해, 수십만 원에 달하는 업추비를 펑펑 쓰고 온 셈입니다. 그것도 ‘청렴 업무 세미나’ 라는 명목으로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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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3월, 공상훈 서울서부지검장은 근무지에서 50km 떨어진 식당에서 사유서 없이 업추비를 지출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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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매뉴얼은 건당 50만 원 이상 업추비를 사용할 경우 반드시 참석자 명단을 남기도록 하고 있습니다. 지나치게 많은 업추비를 지출하지 못하도록 막는 한편, 업추비가 허튼 곳에 쓰이지 않도록 감시하는 안전장치인 셈이죠.
그런데 전국 대부분의 검찰청은 업추비를 50만 원 이상 쓴 뒤에도 참석자 명단을 남기지 않았습니다. 사실상 매뉴얼을 대놓고 무시한 거예요.🤔
이와 같은 규정 위반 사례는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에도 다수 발견됐습니다. 예를 들어 2019년 11월, 윤석열 대통령(당시 검찰총장)은 ‘전국 공공수사전담검사 만찬 간담회’ 명목으로 258만 원의 업추비를 사용했는데, 당시 간담회 참석자 명단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어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취임한 직후인 2019년 7월부터 2020년 6월까지, 50만원 이상의 업추비를 지출한 건수는 모두 12건입니다. 그런데 이 12건 전체를 살펴봐도 참석자 명단은 하나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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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쓴 50만 원 이상 결제건 중, 참석자 명단이 남아있는 건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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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지청, 세금으로 ‘소맥 회식’하고 영수증 조작했다🤔
뉴스타파와 함께 검찰 예산을 검증하고 있는 인천·경기 지역 언론 뉴스하다는, 전국 검찰청의 업추비 사용 내역 속에서 마치 ‘규정 위반 종합세트’ 같은 사례를 찾아냈습니다. 바로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에서 발견된 사례인데요.
지난해 6월 28일, 부천지청은 부천 시내의 한 고기집에서 회식을 열었습니다. 김형근 당시 부천지청장이 인사 발령으로 떠나게 되자 직원들과 저녁 식사 자리를 가진 것이죠.
부천지청은 홈페이지에 직접 업추비 사용 내역과 금액을 공개하고 있는데, 공개된 바에 따르면 이 회식 당시 ‘8,9급 수사관 만찬간담회’ 명목으로 총 48만 원의 업추비가 집행됐습니다.
명목과 실제 내용에 약간(?) 차이가 있는 걸 제외하면 별 문제가 없어 보이는 내용이죠. 그런데 뉴스타파가 밝혀낸 사실은, 부천지청이 공개한 내용과 달라도 너무 달랐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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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의 2022년 2분기 업추비 집행 내역 일부. 2022년 6월 28일에 간담회 명목으로 48만 원을 썼다고 적혀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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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결과, 이 날 부천지청이 실제로 지출한 업추비는 총 71만 3천 원이었어요. 세부 결제 내역은 돼지고기 26인분과 소주 15병, 맥주 34병으로, 총 49병의 ‘소맥’이 테이블에 올랐습니다.😰 당시 몇 명이 참석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아마도 대부분의 참석자가 ‘폭음’을 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양이에요.
그런데 부천지청은 이 71만 3천원짜리 결제 내역을 한 번 취소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48만 원을 결제합니다. 그리고 곧 이어 나머지 23만 3천 원을 다른 카드로 결제합니다. 어디서 많이 본 수법 같지 않나요?😅
위에서 말씀드렸던, 50만 원 이하 ‘금액 쪼개기’ 결제 수법이 부천지청에도 등장한 것이죠. 교묘한 점은 두 번째 결제 시 기존 카드가 아닌 다른 카드를 사용했다는 것인데요.🤔 같은 카드로 연달아 결제하면 나중에 ‘쪼개기’ 의심을 받을 수 있으니, 일부러 다른 카드를 쓴 것으로 보여요.😰
여기에 더해 부천지청은 영수증 자체를 조작하기까지 합니다. 처음 결제한 영수증에는 술 49병이 포함돼 있었지만, 취소 후 재발행한 영수증에는 술이 사라지고 돼지고기 50인분만이 남아 있었어요. 업추비로 ‘폭음 회식’을 연 것이 스스로도 부끄러웠는지, 이 사실을 아예 은폐하려고 한 것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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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지청은 49병의 술이 포함된 71만 3천원짜리 결제 내역을 취소하고, 각각 48만원과 23만 3천원으로 ‘쪼개기 결제’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술 구매 내역은 삭제됐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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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부천지청은 실제 결제 내역이 아닌 나중에 덮어씌운 결제 내역, 그것도 일부분에 불과한 48만원어치 결제 내역만 국민들에게 공개했습니다.🤔 누구보다 법과 규칙을 잘 지켜야 할 검찰이 오히려 스스로 사실을 은폐하고, 조작한 셈이에요.
물론 부천지청은 전국에 있는 수십 개의 검찰청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검찰이 보여준 모습을 생각해 보면 ‘정말 부천지청만의 일일까?’ 라는 의심이 들기도 해요. 이와 같은 정보 은폐, 조작이 전국 검찰청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의심 말이에요.
처음에도 말씀드렸듯이 대부분의 공공기관은 업추비 사용 내역을 성실히 공개하고 있습니다. 사실 정해진 규칙에 맞게 잘 쓰기만 하면 굳이 숨길 필요도 없는 것이 바로 공공기관의 예산 내역이에요.🤔
그런데 검찰은 유독 ‘수사 기밀’ 등을 강조하며 국민들로부터 정보를 숨기는 데 집중해 왔습니다. 그 결과 검찰에 대한 국민 신뢰도 역시 점점 떨어져가고 있어요. 투명한 예산 공개와 행정으로 다시 국민에게 신뢰받는 검찰이 되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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