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2월 1일) 오전,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습니다. 몇 시간 후 윤석열 대통령이 사퇴를 받아들이면서 이동관 위원장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어요. 지난 8월 방통위원장으로 임명된지 약 100일 만입니다.😰
오늘 국회에서는 이동관 위원장에 대한 탄핵안 표결이 예정돼 있었습니다. 만약 탄핵안이 통과된다면 헌법재판소 심판이 나올 때까지 직무가 정지되기 때문에, 탄핵에 앞서 미리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보여요.🤔
실제로 이동관 위원장은 오늘 오후 기자회견에서 “저에 대한 탄핵이 이루어질 경우 결과가 나올 때까지 몇 개월이 걸릴 지 알 수 없다”, “그동안 방통위가 식물상태가 되는 상황은 피하는 것이 공직자의 도리” 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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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1일 오후, 방송통신위원장 사퇴 기자회견에서 인사하고 있는 이동관 위원장. (출처: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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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해 이동관 위원장에게는 위원장직 자체보다 더 급하고 중요한 ‘임무’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방통위가 마비되는 것을 막기 위해 스스로 사의를 표명했을 정도이니까요.
그렇다면 이동관 위원장이 그렇게도 완수하고 싶었던 임무는 무엇이었을까요. 앞으로 윤석열 정부의 방통위, 그리고 방송 정책은 어떻게 흘러가게 될까요? 이번 주 ‘타파스’는 윤석열 정부 방통위의 몇몇 주요 장면들을 통해, ‘이동관 방통위’ 이후의 흐름을 읽어 보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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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① : 한상혁 방통위원장 기소와 면직🤔
올해 5월 2일, 검찰이 한상혁 당시 방통위원장을 기소했습니다. 한 위원장이 종편방송 재승인 심사 과정에 개입해 TV조선에 대한 심사 점수를 변경했다는 혐의였습니다.🤔
그러나 당시 검찰 수사 결과에는 허점이 많았습니다. 핵심 의혹인 ‘심사점수 조작 지시’ 내용은 기소 내용에서 아예 빠져 있었고, 무엇보다 심사 점수가 재승인 여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도 아니었어요.
그런데도 정부는 검찰에 기소당했다는 이유로 즉시 한상혁 위원장에 대한 면직 절차를 추진합니다. 이를 두고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한 위원장을 어떻게든 ‘찍어내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어요.
검찰 기소 이후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5월 30일, 윤석열 대통령은 마침내 한상혁 위원장을 면직했어요. 야당과 언론계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일처리는 놀랍도록 빨랐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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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30일 면직된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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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왜 이렇게 한상혁 위원장 면직을 서두른 것일까요? 원래 방통위는 대통령과 여당, 야당이 각각 추천하는 인사들을 합쳐 총 5명으로 구성됩니다. 그런데 당시 한 명의 위원이 임기 종료 이후 공석 상태였고, 한상혁 위원장까지 면직되면서 방통위에는 총 3명의 위원만 남게 돼요.
그리고 이 3명 중 2명은 현 정부·여당 측 인사였습니다. 즉 나머지 한 명이 반대하더라도, 2명만 찬성하면 정부에 친화적인 방송 정책을 펼칠 수 있게 된 것이죠.😰
한상혁 위원장의 면직 이후 며칠 지나지 않아, 언론계에는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합니다. 바로 이명박 정부 시절 언론 장악을 지휘했던 이동관 전 홍보수석(당시 윤석열 대통령실 특별보좌관)이 차기 방통위원장 자리에 내정됐다는 소문이었죠.
머지 않아 출범할 ‘이동관 방통위’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긴장감이 높아지던 순간. 그러나 방통위의 ‘폭주’는 생각보다 빠르게 시작됐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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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②: 김효재 직무대행 체제 아래 ‘폭주’하는 방통위😰
한상혁 위원장의 면직 이후 방통위를 장악한 것은 바로 김효재 직무대행이었습니다. 김효재 직무대행의 임기는 8월 23일까지로, 직무대행을 맡은 시점에서 임기 종료를 불과 세 달 남짓 남겨둔 상태였어요.
이후 김효재 직무대행은 한시가 급하다는 듯이 민감한 사안들을 처리하기 시작합니다.😰 먼저 대통령실이 권고한 KBS 수신료 분리징수안을 그대로 통과시켰고, KBS 윤석년 이사와 남영진 이사장을 해임했습니다. 이로써 KBS 이사회는 방통위와 마찬가지로 정부·여당에 친화적인 인사들이 다수를 차지하게 됐어요.
MBC 또한 방통위의 칼날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권태선 이사장과 김기중 이사가 해임되면서 방문진 역시 정부·여당 측 인사가 다수를 차지하게 됐어요.
즉 KBS, MBC 두 공영방송의 이사진을 전부 윤석열 정권이 장악한 셈입니다. 이로써 윤석열 정권은 공영방송 사장을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물로 ‘갈아끼울’ 수 있게 됐습니다. 이 모든 일이 김효재 직무대행 체제 아래에서 불과 2,3개월만에 일어난 일이에요.🤨
이처럼 속전속결로 진행된 김효재 직무대행의 해임 처리는, 곧 이어 출범할 ‘이동관 방통위’를 위한 선물이라는 의혹이 많았습니다. 그 대신 김효재 직무대행은 언론진흥재단 이사장 자리를 약속받았다는 소문도 파다했죠.🤔
지난 8월 21일 뉴스타파 기자가 직접 이 소문에 대해 질문하자, 김효재 직무대행은 너무나 당당하게 “헛소문입니다” 라고 대답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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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21일 언론진흥재단 이사장 내정설을 부인하는 김효재 직무대행. 그러나 두 달 후 그는 소문대로 언론진흥재단 이사장에 취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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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불과 두 달이 지난 10월 20일, 김효재 직무대행은 소문 그대로 언론진흥재단 이사장에 취임했어요.🤔 김효재 이사장은 취임 첫 날 ‘가짜뉴스 퇴치’를 강조했다고 하는데요. 도대체 무엇이 헛소문이고 가짜뉴스인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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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③: 이동관 방통위원장 임명과 방송장악 본격화
마침내 올해 8월 25일, 이동관 방통위원장이 임명됐습니다. 청문회 과정에서 ‘자녀 학폭 무마’ 등 숱한 논란이 있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꿈쩍하지 않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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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8월 25일 임명된 이동관 방통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습니다.(출처: JTB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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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이후 이동관 위원장은 ‘가짜뉴스 근절 TF’를 설치해 가짜뉴스와 싸우겠다고 공언하는 한편,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해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언론사를 ‘폐간’시킬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어요.
이동관 위원장이 수없이 외쳤던 ‘가짜뉴스’라는 단어는 사실 학계에서 굉장히 논란이 많은 개념입니다. 많은 학자들은 ‘가짜뉴스’가 무엇인지 ‘정의할 수 없다’ 라고 말하기도 해요.🤔
가짜뉴스는 사실관계가 명확히 틀린 기사(그런 기사를 뜻하는 말로 ‘오보’가 있습니다)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권력자가 자신에게 불리한 기사를 일컫는 말일 뿐이라고 보는 관점도 많습니다.🤨
이동관 방통위 출범 이후 윤석열 정권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가짜뉴스’, 즉 정권에 불리한 보도를 한 언론사를 탄압하기 시작했습니다. 9월 14일 검찰이 뉴스타파와 소속 기자들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JTBC와 경향신문 등에도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어졌어요. 뉴스타파의 보도를 인용했던 공영방송들에도 중징계가 내려졌습니다.😰
공영방송 장악 시도 역시 계속 이어졌습니다. 지난 9월 12일 김의철 KBS사장이 해임된 데 이어, 11월 12일에는 방송 경험이 전혀 없는 박민 전 문화일보 기자가 신임 KBS 사장에 임명됐어요.
박민 사장 임명 바로 다음날부터 KBS는 대격변을 맞았습니다. 간판 뉴스 프로그램인 ‘9시뉴스’ 앵커가 교체됐고, ‘주진우 라이브’와 ‘더 라이브’ 등 시사교양 프로그램도 개편 및 폐지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박민 사장은 KBS 간부들과 함께 ‘불공정 편파보도를 했다’ 라며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그러나 박민 사장 취임 이후 9시뉴스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동정을 찬양하는 기사가 늘어나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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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개 숙여 인사하는 KBS 박민 사장과 간부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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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다시피 2023년 12월 현재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민 10명 중 7명은 대통령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는 뜻인데, 대통령과 정부를 비판하는 것이 과연 ‘불공정 편파 보도’라고 할 수 있을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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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관 물러나고 ‘제 2의 이동관’ 나올까🤔
살펴봤듯이, 윤석열 정권과 방통위는 언론 탄압과 장악이라는 한 길로 꾸준히 달려왔습니다. 오늘 이동관 위원장 사퇴 이후로도 정부와 방통위가 나아갈 방향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요.🤔
오늘 윤석열 대통령은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민주적으로 개선하는 내용의 ‘방송 3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어요. 현재의 구조를 바꾸기보다는, 정권의 지배를 더 단단히 하겠다는 의지로 보입니다.
이동관 위원장은 지난 11월 27일 한 인터뷰에서 “날 탄핵해도 제 2의 이동관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자신이 물러나더라도 자신이 추진하던 ‘언론 장악’ 시도는 계속될 것이라는 말이겠죠.😰
과연 그의 말대로 ‘제 2의 이동관’이 등장하게 될까요. 만약 그렇다면 제 2의 이동관은 이전보다 더 철저하고 악랄해지지는 않을까요. 뉴스타파는 앞으로도 윤석열 정권의 언론 장악 시도를 감시하고 시민들께 알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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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이 기사를 참고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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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11월 30일 <회원초청시사회>는 서울 뉴스타파함께센터에서 진행했습니다.
뉴스타파와 독립 PD와의 협업으로 제작한 "특집 다큐 <윤석열 정권은 왜 방송을 죽이려 드는가?> 제1부 방송장악 기술자"를 함께 시청하고,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를 담당 제작진과 회원님이 직접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뉴스타파는 매월 마지막 목요일 <회원초청시사회>를 통해 회원님을 만납니다. 다만 12월은 <시사회> 대신 <회원의밤>을 통해 회원님을 뵙고자 합니다. 곧 신청 카카오톡(또는 문자)를 발송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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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연말정산 ‘기쁨의 삼각형’ 만들기에 참여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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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의 대통령기록> 서울 북토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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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0일 뉴스타파함께재단 출판사업부 ‘도서출판 뉴스타파’에서 <벼랑 끝의 대통령기록> 출판 기념 서울 북토크를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었습니다.대통령기록물법을 만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기념하는 공간에서 이뤄진 뜻깊은 행사였습니다.
이번 북토크는 조영삼 저자의 쉽게 풀어내는 친절한 설명과 참가자의 열띤 질문으로 풍성했던 행사였습니다.
특히 지난 5월 윤석열 정부가 해임한 심성보 전 대통령기록관장이 관객석에서 직접 마이크를 잡고 이른바 '풍산개 반환 사건'의 오해와 진실, 대통령기록관의 현실에 관한 생생한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벼랑끝의 대통령기록>은 온오프라인 서점과 뉴스타파굿즈스토어, 북카페 뉴스타파 등에서 구매 가능합니다.
<벼랑 끝의 대통령기록> 구매하기: https://smartstore.naver.com/newstapagoods/products/94551004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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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함께재단이 지난해부터 시작한 '독립언론 100개 만들기' 프로젝트로 탄생한 <뉴스어디>와 <코트워치>가 순항 중입니다.
미디어 감시 탐사보도 매체 뉴스어디는 창간 후 ‘돈받고 쓴 광고성 기사'가 전 재산을 잃게 할 만큼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을 “‘2억원 웃돈 기대, 탁 트인 한강 조망’ 기사⋯ 사기 아파트 광고였다” 등 3건의 기사로 고발해 오고 있습니다. 수 억을 들여 자율심의사업을 하는 언론진흥재단 등이 언론사와 광고주 항의에 심의 결과를 홈페이지에서 비공개하기로 한 사실도 밝혔습니다. 뉴스레터 구독을 하시면 최신 기사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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