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가정이 있었습니다. 충북 청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부부와 아들, 딸로 이루어진 가족이었습니다. 가장인 장경복 씨는 평소 탁구를 즐기고 아내와 함께 여행을 다니는 건강한 아버지였습니다.
그런데 2015년 어느 날, 국내 최대의 종합병원 중 하나인 서울아산병원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합니다. 환자는 의식을 잃고 식물인간이 되었습니다. 의료사고가 발생한 환자는 바로 장경복 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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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사고를 겪기 전 건강했던 장경복 씨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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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로부터 7년, 장경복 씨는 아직까지 병원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법원에서는 장경복 씨에게 ‘강제로 퇴원시키겠다’며 예고장을 보내왔습니다.
이번 주 ‘타파스’는 장경복 씨와 그 가족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우리의 이웃같기도 하고 친척같기도 한 평범한 가족이었습니다. 이 가족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그리고 우리는 왜 이 가족의 이야기에 주목해야 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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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했던 가장이 어느 날 식물인간이 되었다
2015년 11월, 장경복 씨는 목 통증 치료를 위해 서울아산병원에서 두 차례의 수술을 받게 됩니다. 첫 수술을 무사히 마친 장경복 씨는 병원에서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장경복 씨의 건강에는 큰 이상이 없었습니다.
두 번째 수술 역시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그런데 수술 후 치료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전공의가 장경복 씨의 기관지에 삽입되어 있던 호흡관(튜브)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장경복 씨의 기도가 막혀 호흡곤란 상태에 빠지고 만 것입니다.
호흡곤란 상태에 빠진 환자의 골든타임은 5분. 비상 상황을 감지한 전공의가 응급 시술을 시도했지만, 안타깝게도 시술은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다른 의사의 조치로 겨우 호흡을 되찾았을 때는 이미 17분의 시간이 흐른 뒤였어요. 장경복 씨는 그대로 의식을 잃고 식물인간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7년에 걸친 장기 입원이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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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에 걸친 입원과 소송… 법원은 ‘병원 과실 없다’
처음 사고가 발생했을 때만 해도 아산병원은 장경복 씨 측에 호의적이었습니다. 월 200~300만 원의 간병비도 지원해주면서, 환자를 치료하는 데 전념하는 모습을 보였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병원의 태도는 달라졌습니다. 장경복 씨 가족은 의료진의 과실로 의료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지만, 병원 측은 의료사고의 원인을 환자 탓으로 돌렸어요. 장경복 씨 가족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병원 측은 아래와 같이 주장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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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 환자는 비만지수(BMI) 30.86의 고도비만에 30년 이상의 흡연 경험을 가지고 있었던 이유로 윤상갑상막을 용이하게 발견하기 힘든 신체상태에 있었으며 이런 이유 등으로 … 그 성공 가능성이 명확하지 아니하였으며” (아산병원 측 대리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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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환자의 신체 상태와 생활 습관 때문에 응급 시술이 실패했다는 것이죠. 하지만 의료 문제 전문가는 이러한 병원의 주장에 대해 ‘병원 측에서 미리 대비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경험이 적은 전공의뿐 아니라 노련한 의사를 함께 배치했다면 응급 시술에 성공할 수도 있었다는 것이에요.🤔
그렇다면 법원은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요. 약 3년에 걸친 1심 소송 끝에, 법원은 결국 병원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법원은 의료진이 호흡관을 제거하기 전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점은 인정되나, 의료 과실 자체는 없었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아산병원은 손해배상 책임을 질 필요가 없게 된 거예요.😰
1심 판결 이후 장경복 씨 가족들은 항소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도 재판부는 병원의 의료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어요. 대법원에 상고를 내봤지만 대법원은 3개월만에 사건을 기각했습니다.😨
소송이 이어지면서 아산병원의 태도도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더 이상 치료를 지속할 필요가 없다며 장경복 씨를 상대로 ‘병실 퇴거’ 소송을 제기한 것입니다. 과연 이 퇴거 소송의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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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식물인간에게 ‘강제 퇴원’을 명했다
서울아산병원이 제기한 병실 퇴거 소송에서도 법원은 병원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법원은 ‘장경복 씨가 병상에서 퇴거할 의무가 있다’라는 판결을 내렸어요.😰
판결의 근거를 요약하자면 ‘상급종합병원인 아산병원의 병상은 사회적으로 한정된 자원이므로 공공복리를 위해 배분되어야 한다’, ‘장경복 씨가 퇴원하지 않음으로써 다른 환자들이 치료에 지장을 입는다’ 라는 내용입니다.
이러한 법원의 판결 내용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지금까지 병실 퇴거 소송은 주로 환자의 상태나 병원의 진료 능력을 두고 판결이 갈려 왔습니다. 2016년 충북대병원에서도 장기 입원 환자에 대한 퇴거 소송이 있었는데, 당시 재판부는 ‘환자에게 치료가 필요한 상태라면 퇴원 요구는 부당하다’ 라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어요.🤔
하지만 장경복 씨 판결의 경우, 법원은 ‘공공복리’라는 근거를 들어 강제 퇴원을 명했습니다. 즉 장경복 씨가 계속 입원해 있는 것이 공익에 해를 끼친다는 논리입니다. 장경복 씨의 아들 원재 씨는 이 판결을 받아들고 ‘폭력적인 말’이라고 표현했어요.
법률 전문가들은 이러한 판결이 다른 환자들에게 끼칠 영향에 대해 우려합니다. 법원의 논리대로라면, 다른 상급종합병원들 역시 똑같은 논리로 장기 입원 환자들을 내쫓을 수 있다는 것이죠. 한 의료사건 전문 변호사는 ‘이 판결이 널리 알려지면 안 될 것 같다’ 라는 말로 깊은 우려를 표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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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복 씨 사건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질문들
법원이 내세우고 있는 ‘공공복리’ 역시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입니다. 하지만 만약 자신이나 가족이 병원에서 쫓겨날 처지에 놓인다면,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거예요.😥
장경복 씨의 의료사고가 일어난지 7년. 입원과 소송이 길어지면서 가족들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가족이 운영하던 식당도 문을 닫았고, 장경복 씨의 아들은 연극의 꿈을 포기하고 아버지의 간병비를 보태고 있습니다. 환자 곁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정시 근무를 하는 직장도 구할 수 없습니다. 아산병원은 퇴거 소송 이외에도 환자에게 진료비와 간병비를 내놓으라는 소송을 걸었습니다. 장경복 씨와 가족들은 수천만 원의 진료비를 물어내고 병실에서 쫓겨날 처지가 됐어요.
공공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개인의 고통은 어디까지 용인되어야 하는걸까요. 우리 사회는 사람의 목숨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을까요. 법원의 판결대로 병원이 사회적 자산이라면, 왜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그 자산을 이용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장경복 씨 사건은 우리 사회의 공정과 정의에 대해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오늘 ‘타파스’를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도 함께, 이 사건이 던지는 질문들에 대해 고민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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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만드는 개인들의 공동체” 2022 독립다큐 제작비 전달식
8월 18일(목) 낮, 서울 충무로 뉴스타파함께센터 리영희홀에서 김한강 독립감독, 고두현 독립감독, 양주연 독립PD와 김중배 이사장,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가 참석해 ‘2022 뉴스타파 독립다큐 제작비 전달식’을 열었습니다.
선정 작품은 완성 후 뉴스타파 ‘목격자들’ 프로그램으로 방송할 예정입니다. <어느 노병의 외출>은 2022년 11월, <귀신 생식기>와 <안경, 안경들>은 2023년 12월쯤 뉴스타파함께재단과 뉴스타파 플랫폼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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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월성’ 특별 요약본 공개
월성원전인접지역이주대책위원회 농성 8주년을 맞아, 2019년 전국 개봉작이자 2020년 서울환경영화제 대상 수상작인 다큐영화 '월성'을 이주대책위 활동을 중심으로 요약 버전을 공개합니다.
영화 ‘월성’은 우리나라 핵폐기물 절반을 쏟아내는 월성원자력발전소 인근 주민의 삶과 투쟁을 담은 작품으로 뉴스타파가 독립감독과 함께 만든 첫 번째 ‘협업 영화’입니다.
영화 ‘월성’ 단체관람 및 공동체상영을 원하시는 분은 뉴스타파함께재단(withnewstapa@newstapa.org) 또는 미디어나무(docunamu@naver.com)로 문의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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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5일 목요일 저녁, 뉴스타파함께센터 리영희 홀에서 <회원초청시사회>로 회원님들과 만남의 자리를 가졌습니다. 회원 초청 시사회는 “주간 뉴스타파” 정기 뉴스 프로그램을 방송 전 회원님들과 먼저 시사하고, 담당 취재진과 제작 과정의 뒷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로 “회원님과 함께하는” 회원 참여 프로그램입니다.
어제 시사회는 의료사고를 입은 환자 이야기로 강제퇴거시키려는 대형병원의 행태 그리고 황당한 논리로 병원의 손을 들어주는 법원 판결의 문제점을 다룬 기사였습니다.
홍우람, 김용진 기자와 회원님들께서 심도 있는 토론이 진행되었는데요.
뉴스타파는 앞으로도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에 <회원초청시사회>를 준비하고 회원님들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여유가 되신다면 편하게 오셔서 얼굴 뵙고 이야기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행사 일주일 전에 참여 신청서를 메일로 보내드리오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문의
02-2038-0977 또는 donate@newstapa.or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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