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무슨 일이 있어도 같은 자리를 지켜온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이하 수요시위) 이야기입니다.
1992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며 시작됐던 이 시위는 어느새 1500회가 넘게 계속되고 있어요. 저는 수요시위가 이렇게 오래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정의와 진실, 평화를 지키기 위한 시민들의 연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가족, 친구들과 함께 수요시위에 참석한 경험이 있는데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평범한 시민들이 손 잡고 연대하는 모습에 가슴이 먹먹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평화와 연대의 상징이었던 수요시위가 몇 년 전부터 혐오로 뒤덮이고 있어요.😰 집회가 열리는 날이면 일부 학자들과 극우 단체, 보수 유튜버 등이 몰려와 온갖 혐오 발언들을 내뱉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들 때문에 수요시위는 30년 넘게 지켜오던 자리를 빼앗긴 채 떠돌고 있는 상황이에요.😡
▲ 수요시위 장소 인근에서 ‘반대집회’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수요시위를 방해하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혐오를 쏟아내는 사람들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이번 주 ‘타파스’는 수요시위를 방해하는 혐오 세력들과 그들의 주장, 그리고 그들이 보지 못하는 진실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혐오·모욕 쏟아내는 ‘수요시위 반대 집회’😨
수요시위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학자, 유튜버, 종교인 등 직업도 다르고 각자 소속된 단체도 다릅니다. 하지만 이들은 ‘수요시위를 반대하는 집회(반대집회)’라는 이름으로 모여 매주 수요시위를 방해하고 있어요.😡
이들은 수요시위 참가자들을 향해 욕설을 내뱉고 성희롱을 하는가 하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모욕하고 거짓말쟁이로 몰기도 합니다. 또 수요시위가 열리는 장소에 먼저 집회신고를 내기 위해 경찰서에 24시간 대기하기도 해요. 이들이 먼저 집회 장소를 차지하는 탓에, 수요시위는 원래 장소였던 일본 대사관 앞에서 점점 밀려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반대집회’ 참가자들이 이토록 집요하게 수요시위를 방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들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자발적 성 노동자였다고 주장합니다. ‘위안부’ 피해자들은 원래부터 성을 판매하는 사람이었거나, 일본군으로부터 대가를 바라고 자발적으로 ‘위안부’가 되었다는 주장이에요.😨
이러한 주장의 중심에는 <반일 종족주의>의 저자인 낙성대경제연구소 이우연 박사가 있습니다. 2019년 ‘반대집회’를 처음 열었던 인물인 이우연 박사는 “‘위안부’는 자발적 성 노동자였다”라고 주장하는 한편, 일제가 조선인을 강제 동원한 사실도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이우연 박사는 반대집회를 열고 있는 이유에 대해 ‘학자적 양심과 신념에 따른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 수요시위 반대집회에 참석한 류석춘 전 연세대 교수(<반일 종족주의> 공저자, 좌), 이우연 박사(우)
하지만 이들의 주장과 반대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은 일본군의 협박에 의해 강제로 끌려갔다고 지난 30년 간 일관되게 증언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은 90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상황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우연 박사를 비롯한 ‘반대집회’ 참가자들은 피해자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모욕을 퍼붓고 있습니다.😡
오보로 밝혀진 ‘정의연 맥주값 3,300만 원’ 기사🤔
2020년, ‘반대집회’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바로 수요시위를 주도해왔던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윤미향 전 정의연 이사장이 후원금을 방만하게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죠.😨 반대집회 세력은 이 당시에도 ‘정의연 해체’를 주장하며 혐오와 모욕을 쏟아냈습니다.
당시 의혹을 키웠던 기사 중 하나가 바로 ‘정의연이 종로의 한 맥주집에서 후원금 3,300만 원을 썼다’ 라는 기사였어요. 그런데 이 기사는 결국 오보로 밝혀졌습니다.🤔 당시 정의연은 3,300만 원의 사업비를 140개 업체에 나눠서 사용했는데, 그 중 대표 업체 하나만 기재해서 신고한 것을 보고 한 업체에 3,300만 원을 모두 쓴 것처럼 보도한 것이죠. 이 기사 이외에도 여러 언론사의 정의연 관련 보도가 오보로 밝혀지기도 했어요.
물론 오보로 밝혀진 사실 이외에, 윤미향 전 이사장이나 정의연이 정말로 잘못된 행동을 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를 지원하는 단체나 개인의 비위는 피해 사실과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즉 정의연이 잘못을 했다고 해도, 그것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수요시위 참가자들을 모욕할 이유가 되지는 못해요.🤔
8월 14일은 세계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오는 8월 14일은 세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입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세계에 알리고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해 정부가 제정한 기념일이에요. 지난 8월 10일 수요일에는 기림의 날을 맞아 제 1556차 수요시위가 열렸습니다. 이 날 수요시위에는 대학생과 중고등학생을 비롯해 약 300명의 시민들이 모여 평화와 연대의 정신을 되새겼어요.
하지만 이 날도 ‘반대집회’ 참가자들은 수요시위 인근에서 혐오 표현을 쏟아냈습니다.😡 게다가 최근 윤석열 정부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존중한다고 밝혀 피해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어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향한 길이 갈수록 험난해지고 있는 지금, 혐오와 망각에 맞서는 시민들의 연대가 필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