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당시 중학생이었던 박미영(가명)씨는 시험 공부를 하다가 들른 여자 화장실에서 불법 촬영 피해를 당합니다. 불법 촬영 사실을 알아챈 미영 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지만, 범인은 급히 도망치고 말았어요.😡
사건 이후 미영 씨는 견디기 힘든 고통과 불안 속에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불행 중 다행히도 사건이 일어난 건물 CCTV에 범인의 행적이 남아있었어요. 경찰은 CCTV자료 등을 바탕으로 사건 발생 14일만에 범인을 잡아냈습니다. 마침내 잡힌 범인은 바로 인근 의대에 재학 중인 25세 남성, 김 모 씨(가명)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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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법 촬영 직후 상가 밖으로 도주하는 피의자 김 씨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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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 씨는 이 때까지만 해도 ‘다 잘 해결되겠지’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범인이 잡혔으니 범행 도구인 휴대폰도 곧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과연 미영 씨의 사건은 어떻게 진행되었을까요? 이번 주 ‘타파스’는 한 불법 촬영 사건을 중심으로, 디지털 성폭력 범죄와 그 재판 과정의 실태를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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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화장실에 실수로 들어갔다? 피의자 김 씨의 황당한 주장😨
피의자 김 씨를 특정한 이후, 경찰은 김 씨의 집을 압수수색했습니다. 하지만 범행 도구인 휴대폰은 이미 사라져 있었어요.🤨 김 씨는 사용하던 휴대폰을 중고거래 어플로 팔았다고 주장했는데, 사실 이 주장에는 허점이 있었습니다. 김 씨가 휴대폰을 팔았다고 주장한 날짜와 중고거래 어플에 가입한 날짜가 서로 맞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김 씨가 범행 증거인 휴대폰을 인멸하고, 의도적으로 수사에 혼선을 준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정황입니다. 하지만 휴대폰의 행방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어요.
이어지는 경찰 조사에서도 김 씨는 범행 사실을 일체 부인했습니다. 자신이 여자 화장실로 들어가는 모습이 CCTV에 찍혔는데도, 김 씨는 ‘CCTV에 찍힌 사람은 내가 아니다’ 라고 주장했어요. 누군가가 자신과 똑같은 옷을 입고 자신을 모함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황당한 주장을 내놓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사건이 검찰에 송치되기 직전, 김 씨는 갑자기 말을 바꿉니다. 자신이 여자 화장실에 들어간 사실을 인정한 거예요. 다만 불법 촬영을 하려고 들어간 것이 아니라, 단순 실수로 들어갔다는 주장이었습니다.🤨 휴대폰으로 옆 칸을 촬영한 것은 여자 화장실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죠.
결국 1심 재판에서 김 씨는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습니다. 재판부는 김 씨가 불법 촬영을 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범행 증거인 휴대폰이 사라졌기 때문에 ‘미수’에 그쳤다고 판단했어요. 김 씨가 범행 증거인 휴대폰을 인멸했을 가능성은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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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말 듣고, 피해자 말 외면... 디지털 성범죄 재판의 현실🤔
우리나라의 성폭력 처벌법은 불법 촬영 범죄, 즉 ‘카메라 등 이용촬영죄’의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김 씨가 사회 초년생인 점, 죄를 뉘우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위와 같은 판결을 내렸어요.🤔
하지만 김 씨는 오히려 1심 판결이 과하다며 항소를 제기했습니다. 1심 판결문에는 ‘청소년 관련 기관 등과 장애인 복지시설에 3년간 취업을 제한한다’ 라는 내용이 있었는데, 의료기관 역시 이 제한 시설에 속합니다. 의대에 재학 중인 김 씨 입장에서는, 장래를 생각하면 1심 판결 내용조차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이죠.😨
김 씨 측 변호인 역시 재판 과정에서 김 씨의 장래가 유망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렇듯 가해자의 사정은 재판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로 다뤄졌어요. 그렇다면 피해자가 받았을 상처와 고통은 얼마나 중요하게 다뤄졌을까요?
불법 촬영 등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들은 사건 이후 심각한 고통에 시달립니다. 디지털 환경의 특성상 한번 유포된 파일은 순식간에 불특정 다수에게 확산되고, 추적과 삭제도 쉽지 않아요. 피해자들은 혹시 내 친구나 가족이 불법 촬영 영상을 보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밤낮 없이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더군다나 피해자가 성장기의 청소년이라면, 디지털 성범죄 피해는 평생 남는 상처가 되기도 해요.😰
디지털 성범죄의 또 다른 특징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통계에 따르면 누구나 들고 다니는 휴대폰이 불법 촬영 범행 도구의 약 90%를 차지한다고 해요. 또 화장실, 카페, 지하철 등 범행 장소 역시 가리지 않는 경향을 보입니다. 피해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일상의 모든 순간이 범죄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셈이죠.
하지만 가해자 측이 자신의 사정을 여러 차례 호소한 것과는 반대로, 이러한 피해자의 고통은 재판 과정에 반영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이 사건의 피해자인 미영 씨 측에서 피해자 진술을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이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대구지법에서 근무하는 류영재 판사는 “판사들 입장에서는 재판을 진행하는 내내 피고인의 호소를 듣는다”, “그런데 피해자를 입체적으로 파악할 절차는 사실상 보장이 안 된다”며, 디지털 성범죄 관련 재판에서 피해자 진술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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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성범죄 판결, 재범 방지 효과 적어😰
이렇듯 현재의 디지털 성범죄 관련 재판은 피해자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또 법률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온정적인 판결 때문에 재범 방지 효과가 적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해요.
디지털 성범죄의 1심 판결 내용을 살펴보면, 벌금형이 53.64%를 차지했고 실형은 9.37%에 불과했습니다. 불법 촬영 범죄의 경우 실형 비율은 5.2%로 더 낮은 수준이에요. 이런 현실을 두고 전문가들은 ‘범죄를 저질러도 벌금을 내면 사실상 그것으로 처벌이 끝나는 것’ 이라고 지적합니다.🤔
실제로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불법 촬영 범죄자의 재범률은 75%에 달합니다. 또 재범 시에는 강제추행, 강간 등 직접적인 범죄를 저지르기도 하는 비율도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어요. 결국 디지털 성범죄는 재범률도 높고 더 강력한 범죄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는 범죄이지만, 재판부가 그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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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재 판사는 “2013년부터 디지털 성범죄를 접해온 저조차도 디지털 성범죄는 신체접촉 성범죄에 비하면 훨씬 가벼운 범죄라고 생각했다”, “경찰도 그랬고, 검찰도 그랬고, 법원도 그랬다”며 법조계 전체가 디지털 성범죄를 가볍게 보는 경향이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시민 사회가 이러한 현실에 대해 지속적으로 비판한다면, 법조계 역시 변화할 것이라고 말해요.
안타깝게도 디지털 성범죄는 날이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그 중 불법 촬영 적발 건수는 2011년 1천 건 수준에서 2015년 7천 건 이상으로 크게 늘었어요.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는 범죄가 일어나고 있고, 디지털 성범죄로 고통받는 피해자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디지털 성폭력을 방지하기 위해 법조계를 비롯해 우리 사회의 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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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데이터저널리즘 with 뉴스타파> 북토크
7월 22일 금요일 저녁, 서울 충무로 '북카페뉴스타파'에서 <세상을 바꾸는 데이터저널리즘 with 뉴스타파>도서 북토크를 열었습니다. 최윤원, 연다혜, 김용진 기자와 20여 분의 시민들이 만났습니다.
책을 쓴 기자들이 독자에게 묻고 싶은 점, 독자들이 책을 보고 느낀 궁금증을 서로 나누고 이야기하는 자리였는데요.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뉴스타파함께재단 웹페이지에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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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뉴스타파 독립다큐 공모 선정 결과 안내
뉴스타파함께재단에서 기획한 2022년 뉴스타파 독립다큐 공모전에 지원해주신 독립감독, 독립PD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올해는 총 15개 기획안을 접수했습니다.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만큼 우수한 기획안 중 고심끝에 네 작품을 선정했습니다.
완성 작품은 뉴스타파 ‘목격자들’ 프로그램에 방송합니다. ‘목격자들’은 뉴스타파와 뉴스타파함께재단 공식 채널(홈페이지, 유튜브 채널 등)에서 볼 수 있습니다. 뉴스타파함께재단은 앞으로 더 많은 독립감독·독립PD와 함께 건강한 언론생태계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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