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의 소통을 더욱 강화하겠습니다”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당시 당선자)이 집무실 이전 계획을 발표하며 했던 말입니다. 지나치게 권위적이고 폐쇄적이었던 청와대에서 벗어나, 좀 더 시민들과 가까운 곳에서 소통하겠다는 말이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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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이 이전 계획을 발표한 이후 한동안 논란이 계속됐습니다. 이전 비용 문제와 더불어 안보 문제, 위법성 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이 제기됐죠. 하지만 윤 대통령은 반대를 무릅쓰고 용산 국방부 청사로 집무실 이전을 강행했습니다. 그 이유는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국민과의 소통 강화’였어요.
그렇게 윤 대통령이 새로운 집무실에서 업무를 시작한 지 두 달 여가 지났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용산 대통령실은 대통령과 시민들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을까요? 최근 대통령실 근처 집회를 둘러싼 논쟁을 보면, 그렇다고 말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
우리나라 대통령실 앞은 ‘집회의 자유’도 제한된다?😨
집회와 시위는 시민들의 가장 기본적인 의사 표현 방법입니다. 2016년 촛불집회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물러났듯이, 단결된 시민들의 목소리는 사회를 더 건강하게 만들기도 해요. 그래서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국민들이 자유롭게 집회·시위를 벌일 수 있도록 법으로 보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국민들의 ‘집회의 자유’를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어요.
시민들의 ‘집회의 자유’는 대통령, 총리 등 국가 수반이 있는 공간이라고 해도 예외가 아닙니다. 윤석열 정부가 용산 대통령실의 ‘롤 모델’로 삼고 있는 백악관 근처에서도 수많은 시민들이 집회·시위를 열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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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플로리다 총기 난사 사건 이후, 백악관 앞에서 총기 규제 시위를 벌이고 있는 학생들. |
우리나라의 경우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상 대통령 관저 경계 100m 이내에서는 집회가 불가능합니다. ‘관저’라는 단어는 정부에서 공직자들이 살도록 마련한 집, 즉 공직자들의 주거 공간을 뜻하는데요.
지금까지는 청와대 부지 안에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이 함께 있었기 때문에 청와대 근처에서는 집회를 여는 것이 불가능했어요.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이 청와대를 벗어나면서, 역대 최초로 ‘관저’와 ‘집무실’이 각각 분리됩니다. 즉 관저가 아닌 용산 집무실 근처에서는 집회를 여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죠.
그런데 경찰은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 신고된 시민단체 집회 22건에 대해 모두 금지 처분을 내렸습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대통령실 앞 집회를 금지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
관저=집무실? 경찰의 황당한 논리🤔
경찰의 핵심 주장 중 하나는 바로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은 사실상 같은 말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건국 이래 계속 대통령의 주거지와 집무실이 구분되지 않았으므로, 각각 분리된 지금도 마찬가지로 관저는 집무실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에요.🤨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경찰의 주장을 ‘말이 안 된다’라고 평가합니다. 관저라는 단어의 뜻이 명백히 규정되어 있음에도, 경찰 마음대로 그 의미를 확대해서 주장하는 것은 법 해석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에요. 오히려 이러한 논리를 바탕으로 시민들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경찰의 월권 행위라고 꼬집기도 합니다.
법원 역시 경찰의 ‘집회 금지’ 처분이 부당하다는 판단입니다. 지금까지 대통령실 앞 집회를 금지당한 시민단체들은 경찰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내기도 했는데요. 총 9건의 소송에서 경찰은 9건 모두 패배했습니다. 법원은 경찰의 집회 금지 처분이 ‘집회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 라고 일관되게 판단하고 있어요.😅 |
폭력, 소음 가능성 때문에 집회 금지? ‘법적 근거 없다’
경찰이 대통령실 근처 집회를 금지하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시민들이 폭력 행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주장에 별다른 근거가 없다는 것이에요.
집시법상 폭행, 방화 등 범죄 행위가 집단적으로 발생할 위협이 있다면 집회를 제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단순히 개개인의 폭력 행위가 우려된다고 주장할 뿐인데다, 그 증거조차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요.🤔
경찰은 또 집회 소음이 대통령실의 업무를 방해하기 때문에 집회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해요. 하지만 집시법상 집회 소음이 일정 기준을 넘기지 않으면 업무방해에 해당되지 않을뿐더러, 만약 기준을 넘기더라도 경찰이 집회를 해산하거나 금지할 수 있는 권한은 없습니다.
무엇보다 집회는 시민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시민들의 손으로 선출된 대통령이 그 목소리를 ‘업무 방해’로 치부해 버린다면, 시민들의 목소리는 과연 어디를 향해야 되는걸까요.😰 |
경찰과 여당의 ‘팀 플레이’... 진짜 속내는?🤔
위와 같은 여러 가지 문제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여전히 집무실 근처 집회 금지 방침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소송 대응을 위해 수천만 원을 들여 대형 로펌을 고용하기도 했어요.😨
여당인 국민의힘 역시 경찰과 ‘팀 플레이’를 펼치는 중입니다. 국민의힘은 지난 4월 20일 집시법의 집회 금지 범위를 ‘대통령 관저 및 집무실’로 바꾸는 법안을 발의했어요. 이 법안이 통과되면 대통령 관저는 물론 집무실 100m 이내에서도 집회를 열 수 없게 됩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이미 2018년에 법원, 국회 인근에서 집회를 금지한 집시법 조항에 대해 ‘헌법 불합치’ 판단을 내린 바 있습니다. 국가 중요시설이라고는 해도 집회의 규모와 성격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금지하는 것은, 시민들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의 정신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죠.🤔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관저 100m 이내 집회를 금지한 집시법 조항에 대해서도 2018년부터 위헌 여부를 판단하고 있어요. 즉 경찰과 여당은 뚜렷한 근거도 없이 위헌 소지가 있는 행동을 고집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과 여당이 나서서 집회를 금지하고 있는 것은 왜일까요. 경찰과 야당이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윤석열 대통령의 불편한 의중이 반영된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집무실 이전 계획을 발표하면서 약속했던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라는 말과, 국민들의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는 지금의 현실은 서로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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