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력설? 내인설? ‘세월호 침몰 원인’ 조사결과의 속뜻은
지난해 말 사참위 세월호참사 진상규명국(조사국)은 ‘외력설’을 지지하는 조사보고서를 공개했어요. 세월호 선체에 남아있는 파손 흔적이나 CCTV 영상 등을 봤을 때, 외부 물체가 부딪치면서 그 충격으로 침몰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현실적으로 수중에서 세월호에 충돌할 수 있는 물체는 잠수함뿐이기 때문에, 언론에서는 이 내용을 사실상 ‘잠수함 충돌설’처럼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조선/해양 분야 학술단체인 대한조선학회는 이 조사보고서를 검증한 결과 조사국이 주장한 외력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했어요. 사고 당시 해역의 수심과 조류 등을 감안할 때 잠수함이 다니고 있었을 가능성은 아주 낮을뿐더러, 보고서에 제시된 외력의 근거들도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것이죠.🤔
또 네덜란드의 해양연구소 마린(MARIN)이 사참위 의뢰를 받아 실험해본 결과, 사고 당시 세월호는 내부 요인들만으로도 충분히 침몰할 수 있는 상태였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마린은 이미 2018년에도 ‘외력설은 비현실적’이라는 결론을 내린 적이 있었죠. 결국 국내와 해외 전문가들 모두 외력 가능성이 아주 낮다고 보고 있는 것입니다.
사참위의 조사위원 6명은 대한조선학회와 마린의 의견을 반영해, 조사보고서에서 ‘외력’을 언급한 부분을 삭제하거나 수정하라고 지시했어요. 하지만 조사국은 조사관들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며 반발했습니다. 이대로라면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해 사실상 아무런 결론도 낼 수 없는 상황. 결국 조사위원들은 조사국의 조사보고서를 채택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립니다.🤔
“외력 가능성을 조사했지만 외력이 침몰 원인인지 확인되지 않았다” 라는 말은 이런 논의 과정을 통해 나오게 된 것이에요. 조사국의 조사 결과를 채택하되, 대한조선학회와 마린의 조사 결과 역시 인정하는 결론을 내린 것이죠.
여기까지만 봐서는 사참위가 사실상 ‘외력설’을 기각하고 ‘내인설’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문제는 사참위가 4월에 이미 내인설을 기각하는 내용의 조사보고서도 채택했다는 것이에요. 결국 외력설과 내인설 모두 사실상 기각된 상태로 결론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죠. 아마 사참위의 종합보고서 발표 이후로도 한동안, 세월호의 침몰 원인에 대한 논쟁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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