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돌입했습니다. 화물차 운전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운임을 보장하는 ‘안전운임제’를 지키기 위해서인데요. 안전운임제란 화물자동차의 연료비 등을 감안해 최소한의 운임을 법으로 정해두는 제도로, 화물차 운전 노동자들에게는 ‘최저임금제’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화물연대와 노동계는 안전운임제가 ‘운임’ 뿐만 아니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화물 노동자들은 보통 운송을 하는 만큼 돈을 벌기 때문에, 최소한의 운임이 보장되지 않으면 과속, 과적, 과로 등으로 사고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실제로 안전운임제 시행 이후 화물차 교통사고가 감소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이 문제를 바라보는 태도는 우려스럽기만 합니다. 국토해양부는 화물연대의 파업을 ‘운송거부 사태’라고 규정해, 화물 노동자들을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죠. 또 오늘 아침 윤석열 대통령은 ‘노사 간에 자율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며 정부 차원의 개입은 적절치 않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과연 윤 대통령의 말대로 노동 문제는 ‘노사 자율’에 맡기는 것이 최선일까요? 이번 주 ‘타파스’는 노후 산업단지에서 일어나는 산업재해를 통해, 노동자의 안전 문제와 정부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산업재해의 화약고, 노후 산업단지😨
전남 여수에 위치한 여수국가산업단지(여수산단)는 1974년부터 40년 넘게 가동되고 있는 석유화학단지입니다. 여수산단은 세계 최대 수준의 규모와 연간 수십조 원에 달하는 생산량을 자랑하는 곳이지만, 지난 5년간 65건의 산업재해가 발생한 산업재해의 ‘화약고’이기도 해요.😨
지난 2월 11일에는 여수산단 한가운데 있는 여천NCC 공장에서 폭발이 일어나 4명이 사망하고 4명이 다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여수산단은 석유화학 시설이 많기 때문에, 자칫 대규모 연쇄 폭발로 이어질 수도 있는 아찔한 사건이었어요.😨 하지만 여천NCC 측은 사고 발생 넉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뚜렷한 사고 원인을 밝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천NCC 폭발 사고 현장의 모습.
하지만 현장을 지켜온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조금 다릅니다. 노동자들은 사고의 원인으로 ‘시설과 부품 노후화’를 꼽고 있어요. 낡은 부품이 교체되지 않고 오랜 시간 방치되어 있다 보니,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폭발 사고로 이어졌다는 것이죠.😰
지난 4월 사고 현장을 조사한 고용노동부 감독관 역시 부품 노후화를 사고의 원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여천NCC는 위험한 작업 시 지켜야 하는 안전 수칙(최소 작업 인원 배치, 방폭 시설 설치 등)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어요. 만약 회사가 낡은 부품을 제때 교체하고, 안전 수칙을 준수했다면 충분히 사고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중대재해처벌법, 닫힌 공장의 문을 열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지금까지 산업단지 바깥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회사 측이 ‘영업 비밀’ 등을 이유로 정보를 차단하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노동자들은 휴대폰 카메라에 암막 스티커를 붙이고, 경비실의 검사를 받아야만 출입이 가능했다고 합니다. 산업단지의 실상을 외부로 알릴 방법이 전혀 없었던 것이죠.
하지만 올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정부가 폭발 사고를 조사하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노후 산업단지의 실상이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의 특별감독 결과에 따르면, 여천NCC에서만 무려 1,000건이 넘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고 해요.😨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또 다른 사고도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인 것이죠.
노후 시설과 부품으로 인한 사고 위험은 여수산단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난 5월 19일에는 울산 온산공단의 에스오일 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나 노동자 1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습니다. 온산공단 역시 가동된 지 40년이 넘은 노후 산단인 만큼, 시설 노후화 문제에서 자유롭지는 못할 것으로 보여요.🤔
노동자 안전 문제, ‘노사 자율’이 최선일까🤔
지난 3월부터 노동단체와 시민단체, 정치권이 모여 ‘산업단지 노후설비 안전관리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노후 산업단지의 안전 관리를 기업에게만 맡기지 말고, 지자체와 시민이 직접 감시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자는 취지에요.
이처럼 기업 활동을 감시하는 법과 정책은 오랜 시간에 걸쳐 힘겹게 발전해 왔습니다. 여수산단의 닫힌 문을 열었던 중대재해처벌법 역시 재계 단체와 보수 언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노동자의 죽음을 막아야 한다’ 라는 시민들의 청원을 통해 제정된 법이죠.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이렇게 우리 사회가 힘들게 이뤄놓은 합의에서 ‘퇴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기업 활동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니 ‘노사가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인데요.
끔찍한 폭발 사고가 일어났던 여천NCC의 경우, 낡은 부품을 방치하고 안전 수칙도 무시한 채 실태를 숨기기에만 급급했어요. 노동자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목숨을 잃고 있었죠.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고용노동부 조사가 시작된 이후에야 비로소 실태가 밝혀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도 ‘노사 자율’에 맡기는 것이 최선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윤 대통령은 당선 인사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지키는 안심 대한민국을 만들겠다” 라고 약속했습니다. 산업단지에서 일하는 노동자도, 화물차를 운전하는 노동자도 모두 소중한 ‘국민’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뉴스타파함께재단에서는 진짜 기자와 독립언론을 키워 언론판을 바꿔보겠다는 목표로 지난 3월, 뉴스타파저널리즘스쿨(약칭 ‘뉴스쿨’) 을 시작했습니다. 6월 7일 ‘독립언론 창업과 국제 연대’를 주제로 한 라운드테이블을 마지막으로 1단계 과정인 실습 및 이론 수업을 모두 마쳤는데요. 이제 독립언론 펠로우 과정인 2단계와 최종 3단계인 독립언론 창업 인큐베이팅을 앞두고 있습니다. 모든 과정을 원활히 거쳐 새롭고 건강한 독립언론이 하나 둘씩 탄생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자원 마련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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