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는 올해 6월부터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기부금 사용 실태를 폭로하는 ‘낙하산이 쏜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한국농어촌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마사회 등 공기업들의 기부금 예산 오남용 실태가 낱낱이 드러나고 있는데요. 그런데 공기업들의 기부금 지출 내역을 확인하던 중 이상한 사실 하나가 발견됐습니다. 바로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기관인 국가보훈처(이하 보훈처)가 공기업들을 대상으로 공문을 보내 기부금을 모집한 것이에요. 문제는 현행 법률 상 국가기관은 기부금을 모집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기부금은 원래 자발적으로 내는 것이기도 하고, 국가기관은 이미 국민들에게 걷은 세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이죠. 그런데 보훈처는 왜 기부금을 모집한걸까요? 이번 주 타파스는 보훈처의 기부금 모집과 그 뒤에 감춰진 어떤 민간 재단과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보훈처가 공기업에 모집한 기부금, 3년 간 20억 원😲 보훈처는 농어촌공사, 도로공사 등 각 공기업에 ‘보훈처 사업에 기부금이 필요하니 민간재단인 함께하는 나라사랑재단(이하 나라사랑재단)에 돈을 보내라’ 라는 내용의 공문을 꾸준히 보내 왔어요. 그리고 이렇게 공문을 받은 공기업들은 대부분 보훈처가 요구한 대로 기부금을 냈습니다. 중간에 민간재단이 끼어 있긴 하지만, 사실상 국가기관이 기부금을 강요한 것이나 다름없어요.🤔 이렇게 2015년부터 3년간, 16개의 공기업이 총 20억 원에 달하는 기부금을 냈어요. 게다가 보훈처는 공기업 뿐만 아니라 대학과 언론사 등에도 기부금 모집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렇게 모인 기부금까지 더하면 더 큰 규모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 대체 왜 보훈처는 이런 방식으로 기부금을 끌어모았을까요? 그 단서는 위에 말했던 ‘나라사랑재단’이라는 재단에 있습니다. 도대체 이 재단과 보훈처는 무슨 관계일까요?🤔 ![]() ![]() ▲ 보훈처가 작성한 공문 일부. 구체적인 기부금 액수와 함께 입금할 곳으로 ‘나라사랑재단’이 지정되어 있다. 보훈처와 나라사랑재단의 ‘수상한 특혜’ 관계 나라사랑재단은 보훈처 출신 전직 공무원 유병혁 씨가 주축이 되어 2008년 설립한 민간 재단이에요. 유병혁 씨는 2011년 나라사랑재단 이사장 자리에 오르기도 하는데요. 유 씨가 이사장이 되고 얼마 되지 않아 나라사랑재단은 보훈처와 업무 협약을 맺게 됩니다. 문제는 이 협약이 나라사랑재단 측에 이해하기 힘들 정도의 특혜를 주고 있다는 것이에요.🤔 협약의 내용 중 주요 부분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이 협약에 따르면, 나라사랑재단은 수십억 원에 달하는 보훈처 기부금을 재단 사업에 쓸 수 있는데다 3~6%의 수수료와 인건비까지 별도로 챙길 수 있습니다.😲 게다가 나라사랑재단은 인력 부족을 핑계로 기부금 전달, 결과 보고서 작성 등 실무를 전부 보훈처에 떠맡겼다고 해요. 결국 일은 보훈처 공무원들이 하고, 나라사랑재단은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수수료가 떨어지는 구조였던 것이죠.🤔 결국 2017년 부임한 피우진 보훈처장은 ‘적폐 청산’을 내걸고 나라사랑재단을 자체 감사하기 시작했어요. 감사 결과 보훈처는 유병혁 나라사랑재단 이사장을 형사 고발했고, 유 이사장의 횡령, 유용 등 비리 사실들이 밝혀지면서 나라사랑재단은 곧 문을 닫게 됩니다. 이렇게 나라사랑재단을 둘러싼 문제는 해결되는 것처럼 보였는데요.🤨 ‘졸속’으로 끝나버린 보훈처 자체 감사😥 그런데 보훈처의 자체 감사 결과는 ‘졸속’ 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해요. 문제는 결국 보훈처와 나라사랑재단과의 협업 관계를 누가, 왜 계획하고 추진했냐는 것인데, 보훈처의 감사는 유병혁 씨의 개인 비리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는 것이죠. 게다가 유병혁 씨는 고발 이후 해외로 도피해서 아직까지 행방이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감사는 끝났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상황이에요.😥 또 기존 감사에서 밝혀지지 않았던, 이번에 뉴스타파 취재진이 새롭게 밝혀낸 사실도 있는데요. 2013년에는 나라사랑재단에서 기부금 31억 원이 StoryRoct.Inc 라는 회사로 흘러갔는데, 이 회사는 누가 어떤 목적으로 만든 회사인지 아무리 찾아봐도 알 수 없는 유령 회사였어요.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에게 쓰일 돈 31억 원이 감쪽같이 사라진 셈인데요. 정작 주무부처인 보훈처는 2013년 당시에도, 2017년 감사 때에도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기부금 강요와 횡령, 유용 등 비리 문제가 과연 나라사랑재단과 유병혁 이사장만의 탓이었는지, 보훈처의 책임은 없는지 생각해 볼 대목이에요.🤔보훈처 ‘적폐 청산’은 성공할 수 있을까🤔 뉴스타파는 취재 과정에서 보훈처에 공식 질의서를 보내, 나라사랑재단을 통해 기부금을 모집한 것이 사실인지 물어봤어요. 보훈처는 처음에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라며 의혹을 부인했는데, 취재진이 입수한 기부금 모집 공문 내용을 보여주자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공문을 통한 기부금 모집 사실과 나라사랑재단과의 수상한 관계가 뉴스타파 기사로 드러나자, 황기철 현 보훈처장은 10월 12일 국정감사에 나와 위와 같은 의혹들에 대해 “송구하고 죄송하다” 라는 말을 남겼어요. 늦었지만 어느 정도 보훈처의 책임을 인정한 셈이죠. 과연 보훈처는 비리로 얼룩진 과거를 끊어내고 ‘적폐 청산’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뉴스타파는 앞으로도 보훈처 등 국가·공공 기관들을 매의 눈🦅으로 감시하겠습니다.🌮 🥙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기사로 한입에 쏙! 국가보훈처와 나라사랑재단의 수상한 관계를 파헤친 이번 주 이야기, 어떠셨나요? 뉴스타파가 앞으로도 우리 사회의 비리를 드러낼 수 있도록, 후원으로 힘을 실어주세요. 📰 이런 기사도 있어요 📅 이번 주 뉴스타파 소식 뉴스타파굿즈, <책꾸러미> 출시 남이 골라준 책이 읽고 싶을 때, 개성과 취향, 고민을 담아 뉴스타파 제작진이 책을 골라드립니다! 첫 번째로 책 추천에 나선 제작진은 <죄수와 검사> 저자인 김경래 기자입니다. 고심끝에 두 권의 책을 골랐는데요, 책 선정의 주제는 <센스 앤 센서빌리티>라고 합니다. 대체 무슨 책이 들어있을지 궁금하신 분들께 드리는 김경래 기자의 코멘트, "고상하게 말하면 '이성과 감성', 쉽게 얘기하면 '재미와 의미' 소주 한잔 마시며 역사와 인생을 음미해 보시죠." 추천도서는 뉴스타파굿즈스토어에서 소량 한정으로 판매합니다. 👉 뉴스타파 굿즈스토어 바로가기 뉴스타파와 데이터저널리즘을! 뉴스타파 데이터저널리즘 온라인 스쿨 수강생을 모집 중입니다. 데이터 스쿨은 뉴스타파 데이터팀 기자들이 직접 강의하는최고의 데이터저널리즘 교육입니다. 더 좋은 언론 생태계를 만들어 나갈 미래 언론인 양성을 위해 별도 교육비 없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데이터저널리즘과 탐사보도에 관심이 있는 시민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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