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월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는 약 16만 명이라고 해요. 가만히 주위를 둘러보면 중국, 베트남, 네팔, 캄보디아 등 다양한 국적의
이주노동자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하고 있어요. 식당, 호텔 등 서비스업이나 농업, 제조업, IT분야에 이르기까지 그 분야도 다양합니다.
그런데 위의 16만 명이라는 숫자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취업비자를 발급받은
사람들만 집계한 것이에요. 실제로는 취업비자를 받지 못해 ‘불법 체류자’로 불리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상당수 존재합니다. 이들은 불법 체류자라는 신분
때문에 사고를 당하거나 부당한 대우를 겪어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데요.
심지어 오늘 들려드릴 이야기처럼, 범죄의 피해자가 되었는데도 오히려
범죄자 취급을 받고 출입국사무소에 구금되는 일도 있었어요.  이번 주
타파스는 ‘범죄자가 된 성폭력 피해자’, 몽골인 이주노동자 A 씨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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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 근무, 상습 성추행… 참혹했던 A 씨의 삶
몽골 여성 A 씨는 2018년 한국에 입국한 뒤 인천의 한 모텔에서 일하기 시작했어요. A 씨는 20여 개의 객실 청소와 손님 응대 등 모텔 업무 전반을
혼자서 처리했는데요. 때문에 A 씨는 매일 12시간 정도 일하고 밤 늦은 시간에 퇴근하곤 했습니다. 
A 씨가 모텔에서 일한 지 일 년 반이 조금 넘었을 무렵, 모텔 사장은 A 씨를 수시로 성추행하기
시작했어요.  사장의 성추행을
참다 못한 A 씨는 몽골로 돌아가려고 시도하기도 했지만, 사장이 A 씨의 여권을 뺏어간데다가 코로나19가 겹쳐 이도저도 못하는 신세가 됐죠. 그리고
올해 8월 19일 늦은 밤, 사장은 퇴근한 A 씨를 모텔로 부르더니 A 씨를 마구 짓밟고 때리며 성폭행을
시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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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하던 모텔 사장의 성폭행 시도로 온 몸에 멍과 상처가 생긴 A 씨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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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피해자’에 수갑 채워 끌고 간 경찰
A 씨는 격렬한 저항 끝에 사장의 폭력을 피해 인근 편의점으로 도망칠 수 있었어요. 다행히 편의점 직원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는데, 경찰은 엉뚱하게도
A 씨에게 수갑을 채우고 끌고 간 뒤 인천 출입국 관리사무소로 넘겨버렸습니다. 바로 A
씨가 취업비자를 발급받지 못한 ‘불법 체류자’였기 때문이에요. 
원래는 불법체류자라도 폭행, 강간 등 범죄의 피해를 입었을 경우에는 #불법체류자 통보의무 면제 제도 때문에 반드시
출입국 사무소에 통보하지 않아도 돼요. 그런데 모텔 사장이 ‘나도 A 씨에게 맞았다’ 라고 주장했기 때문에, 경찰은 A 씨를 ‘쌍방폭행의 피해자이자 가해자’로
간주하고 출입국 사무소에 넘겨버린 것이죠.  심지어
이 사건을 알게 된 주한 몽골 대사관이 A 씨를 풀어달라고 여러 번 요청했지만 경찰은 묵묵부답이었어요. 결국 A 씨는 온 몸이 멍들고 갈비뼈 3개가 골절되는 부상을 입은 상태로,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출입국
사무소에 갇혀 있어야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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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대책은 우리 모두의 숙제
결국 A 씨는 구금된 지 8일이 지나서야 경찰 조사와 몽골 대사관의 노력 끝에 출입국 사무소를 나올 수 있었어요. 그러나 치료비가 없어 다친 갈비뼈를
충분히 치료하지도 못했고, 일터이자 숙소였던 모텔에서 도망쳤기에 몸 둘 곳도 없는 신세입니다.
사실 한국에서 일하는 몽골인 이주노동자들은 A 씨 같은 일이 아주 흔한 일이라고
이야기해요. 실제로 A 씨의 이야기가 알려지자, A 씨를 폭행한 모텔 사장에게 비슷한 피해를
입었다는 다른 몽골 여성도 나타났습니다. 또 여성 뿐만 아니라 남성 이주노동자들도 일하다가 다치거나 사장에게 폭행당하는 일이 많다고
해요.  이
소식을 접한 몽골 현지인들은 한국의 이주노동자 대책 실태에 매우 분노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에는
몽골의 주요 방송국과 언론들이 A 씨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한국의 경우, 뉴스타파가 이 사건을 보도하기 이전에는 어떤 언론도 A 씨의 이야기에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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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골 방송국 ‘채널 25’의 보도 내용. 한국의 몽골인 이주노동자 대책 실태를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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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전 세계에서 유행하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 에는 주인공을 돕는 파키스탄 출신 이주노동자, ‘알리’가 등장합니다. ‘알리’는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공장에서 일하다가 사고로 손가락을 잃고, 몇 달치 월급이 밀렸는데도 불법 체류자라는 신분 때문에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는 캐릭터인데요. (더 이상은
스포일러!)
몽골인 이주노동자 A 씨처럼, <오징어 게임>의 알리처럼 불법 체류자라는 신분 때문에 심각한 피해를 당해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은 수없이 많습니다.
이들이 적어도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제도적 변화가 필요해요. 하지만 우리는 그들이 ‘불법 체류자’라는 이유로, 우리와 다른 말을 쓰고
다른 피부색을 가졌다는 이유로 그들의 ‘참혹한’ 삶을 애써 모른척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범죄자가 된 성폭력 피해자’, A 씨의 이야기를 취재한 박상희 기자의 취재 후기로 이번 주 타파스를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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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제 취재 현장은 강원도 바닷가였습니다. 뱃일을 하는 이주노동자들을 종종 만났습니다. 숙소는 지낼 만한지, 일은 고되지 않은지 묻고 싶었지만 언어가 통하지 않다보니 쉽지 않았습니다. 돌이켜보니 저는 그동안의 부채감을 덜겠다는 마음으로 이번 '이주여성 노동자 성폭력' 사건을 취재했던 것 같아요. 이 이주여성 노동자의 이야기를 1시간 반 넘게 들었습니다. 사장의 오랜 성희롱, 사건 당일 벌어진 성폭행 시도와 구타까지 모국어인 몽골어로 가감없이 털어놨습니다. 참혹한 사건이었습니다.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이 참혹한 일들을 말하지 못해 얼마나 답답했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목소리가 없는 사람들에게 마이크를 대주겠다"는 제 입사 포부에 가장 부합하는 보도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사각지대에 있는 이주민들을 위한 취재를 이어갈 계획입니다. 또, 취재에 큰 힘이 된 몽골 이주민 커뮤니티 대표께서 서울 광희동에 '대한 외국인 인권단체'를 차리셨는데요. 인권 침해를 당한 이주민들을 돕는 단체라고 하니, 이곳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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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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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고용허가제
#불법체류자 통보의무 면제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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