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여러분, 혹시 투자에 관심 있으세요?😎 만약 제가 A라는 기업에 투자하라고 한다면 대부분의 구독자님이 선뜻 돈을 내놓지는 못할 거예요. 하지만 제가 계속 A기업의 기술력을 강조하고, 직접 해외 공장에 나가서 제품도 확인해 봤다고 한다면 어떨까요? 아마 몇몇 분들은 저의 설득에 넘어가서 투자를 결정할지도 모르죠.😅 그런데 만약 제가 했던 말이 전부 거짓말이었고, 심지어 A기업에게서 돈을 받은 사실이 있다면 어떨까요. 아마 저는 A기업과 ‘공범’으로 처벌을 받거나, 최소한 거짓 정보를 전달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이번 주 타파스는 위 이야기와 비슷한 투자 사기 사건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해요. 확인된 것만 3613명의 투자자가 418억 원을 투자했다가 사기를 당했는데요. 문제는 투자를 부추긴 쪽이 제가 아니라 SBS, MBN, JTBC, 채널A 등 국내 주요 언론사들이었다는 것입니다.🤔 20분 충전에 600km 주행? ‘꿈의 전기차’의 실체😲 지난 2017년, 국내 주요 방송사들이 중국 기업인 금일그룹의 소식을 일제히 방영했습니다. 20분만 충전해도 600km를 달릴 수 있는 ‘꿈의 전기차’를 개발했다는 소식이었는데요. 많은 방송사들이 중국 현지에서 촬영한 주행 테스트 영상을 방영하며 금일그룹의 기술력을 홍보했어요. 참고로 당시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던 테슬라가 한 번 충전에 약 300km를 달릴 수 있었으니, 방송에 소개된 내용만 보면 분명히 ‘혁신적’인 기술력이긴 했습니다.😲 ![]() ![]() ▲ 2017년 방영된 금일그룹의 전기차 관련 방송 내용. 금일그룹은 국내 방송 내용을 무기 삼아 적극적으로 투자를 유치하기 시작했어요. 곧 나스닥에 상장할 예정이고, 머지 않아 삼성과 애플 같은 세계적인 기업이 될 것이라며 투자자들을 끌어 모았습니다. 2018년 여의도에서 열렸던 금일그룹의 투자 설명회에서 한국 지사 대표인 길 모 씨는 아래와 같은 말로 투자를 독려했어요. ![]() ![]() ▲ 투자 설명회에서 투자를 독려하는 길 모 대표. 자녀의 결혼자금을 마련하려고 했던 주부, 평생 모은 돈을 투자한 노부부 등 수많은 투자자가 금일그룹의 주장과 방송 내용을 믿고 투자를 결정했어요. 하지만 방송에 나왔던 내용은 전부 거짓말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금일그룹이라는 회사는 실체가 없는 유령 회사였고, 방송에서 주행 성능을 선보였던 전기차는 다른 업체에서 만든 것이었어요. 결국 길 모 대표와 그 일당은 사기 혐의로 구속되어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돈 받고 ‘뒷광고’ 방송한 언론, 책임은 나몰라라😗 당시 중국에 취재를 나갔던 취재진의 말을 들어 보면, 금일그룹의 전기차 생산이나 주행 테스트 과정에는 수상한 점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많은 언론들은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금일그룹의 홍보자료를 그대로 방송에 내보냈어요.🤔 그 이면에는 금일그룹과 언론의 수상쩍은 관계가 있었습니다. 법원의 유죄 판결문을 보면 금일그룹이 언론사 취재진들의 항공료, 숙박비, 식비 등을 전부 부담했고, 고액의 취재 비용까지 지급했다고 해요. 결국 기사나 교양프로그램의 형식을 빌렸을 뿐, 돈 받고 #뒷광고를 방송한 것이나 마찬가지였어요.😡 실제로 대전 지역 언론인 굿모닝충청은 금일그룹에게서 600만 원을 받고 홍보 기사를 썼다는 사실을 고백했습니다. 또 ‘돈을 받은 사실이 부끄럽다’ 며, 금일그룹 투자 사기 사건의 후속 기사를 꾸준히 쓰고 있어요. 나름대로 자신들의 부끄러운 결정에 대해 책임을 지려고 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같은 현장을 취재하고, 같은 내용을 방송에 내보냈던 다른 언론사들의 태도는 어땠을까요? 놀랍게도,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았습니다.🤔언론은 피해자인가, 사기범의 ‘깐부’인가😨 금일그룹의 사기 행각이 밝혀진 후, 몇몇 언론사 관계자는 돈을 받고 방송을 내보낸 사실을 인정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방송을 믿고 투자한 투자자들에게 사과하거나 정정보도를 내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한 방송국 PD는 ‘전문가가 아닌 이상 모든 사실을 확인하기는 어렵지 않냐’ 라며 항변하기도 했어요.🤔 만약 언론사 역시 사기범들에게 속은 ‘피해자’라고 해도, 거짓 정보를 전달한 것은 사실이니 최소한의 책임은 져야 할 것입니다. 또 최근에는 금일그룹 잔당들이 계속 사기를 벌이고 있는 정황이 발견되기도 했는데요.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사실을 바로잡는 것은 꼭 필요해 보여요. 그런데도 왜 언론사들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하는걸까요. 앞서 돈을 받고 홍보 기사를 쓴 사실을 고백했던 굿모닝충청의 송광석 대표는 “우리가(홍보 기사의 대가로 받은 돈이) 2백이면 거기(중앙언론사)는 2천일 거다”, “언론들이 사과하기 시작하면 매일 사과판이 날 거다” 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기업은 언론에 거액의 돈을 주고, 언론은 기업의 홍보 자료를 그대로 ‘뒷광고’로 만들어주는 관행이 하루 이틀 일이 아니라는 것이죠. 네 것 내 것 없이 서로 돕는 모습이 꼭 요즘 말(?)로 ‘깐부’ 사이 같습니다.😅 뉴스타파는 얼마 전에도 언론사의 뒷광고 실태를 취재하기 위해 SBS Biz에 직접 돈을 내고 ‘가짜 체리 농장’ 방송을 만든 적이 있었습니다. 이 보도를 통해 돈만 주면 별다른 사실 확인도 없이 뒷광고를 만들어주는 언론의 행태가 드러났는데요. 이러한 언론의 행태는 금일그룹의 투자 사기 사건처럼 실제로 금전적 피해를 입는 경우도 만들어내고 있어요. 언론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력만큼, 이제는 그 영향력에 책임을 지는 모습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요? 뉴스타파는 앞으로도 계속 언론사의 ‘뒷광고’ 실태를 밝혀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똑똑해지는 키워드 한 입 #뒷광고
🥙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기사로 한입에 쏙! 투자 사기범과 언론사의 유착 관계를 다룬 이번 주 이야기, 어떠셨나요? 뉴스타파가 앞으로도 언론의 ‘뒷광고’ 실태를 드러낼 수 있도록, 후원으로 힘을 실어주세요. 📰 이런 기사도 있어요 🎬 <판도라 페이퍼스를 파헤치다> 라이브 토크쇼에 초대합니다 10월 29일 오늘밤 9시, 뉴스타파가 판도라페이퍼스 프로젝트를 총괄한 ICIJ 제라드 라일 대표와 함께 유튜브에서 토크쇼를 진행합니다. 전세계 탐사보도 기자들의 협업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조세도피처 폭로가 세계적으로 어떤 반향을 일으켰는지 심인보 기자의 사회로 1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눌 예정입니다. 국제협업 취재를 위한 후원에도 힘을 보태주세요. 오늘밤 9시 뉴스타파 유튜브 채널에서 만나요. 📅 이번 주 뉴스타파 소식 2021 뉴스타파-세명대 보도기획안 공모전 ‘2021 뉴스타파-세명대 보도기획안 공모전’을 엽니다. 기존의 ‘뉴스타파 대학생 탐사보도 공모전’과 ‘세명 시사보도 기획안 공모전’을 올해부터 통합해 응모를 받습니다. 보도 결과물이 아닌 기획안을 공모합니다. 선정되면 한국 최고의 저널리스트들이 기획안을 보도물로 발전시키도록 멘토링을 제공합니다. 청년들의 참신한 시각이 반영된 기획안을 기다립니다. 👉 공모 내용 보기 역대 가장 많은 631명 참여 속 9기 데이터 스쿨 개강 가장 핫한 프로그래밍 언어인 파이썬과 데이터저널리즘을 무료 학습하는 '9기 뉴스타파 데이터저널리즘 스쿨'이 개강했습니다. 역대 가장 많은 631명이 참여했습니다. 지난 8기보다 50%이상 증가했습니다. 9기 데이터 스쿨은 10월 27일부터 내년 1월 23일까지 12주 동안 온라인으로 진행합니다. 안녕하세요! 뉴스레터 ‘타파스’를 만들고 있는 현PD😎입니다. 더 나은 타파스를 만들기 위한 의견은 언제나 환영이에요. newsletter@newstapa.org로 타파스에 바라는 점을 말씀해주세요! 이번 주도 타파스와 함께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뉴스타파는 광고와 협찬을 받지 않고 오직 시민들의 자발적인 후원으로 제작·운영됩니다. 99% 시민을 위한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의 후원회원이 되어 주세요. 대표전화 02-2038-0977 / 제보전화 02-2038-8029 서울특별시 중구 퇴계로 212-13(04625) ⓒ The Korea center for investigative journalism, All Rights Reserv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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