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현PD

입니다. 최근
택배 노동자들이
파업
했다는
소식 다들 들어 보셨죠?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택배 물량 때문에,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에요. 과로 의심증상(뇌출혈 등)으로 쓰러지거나
숨진 택배 노동자가 작년부터 지금까지 무려 30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연이은 과로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택배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해서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고 있어요. 얼마 전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에 실패하자 민주노총 택배노조 소속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들어가기도 했죠.

사장님: ‘우리
노조’ 가입하면 간부 시켜줄게
그런데 뜻밖의 소식을 듣게 됐어요. 택배 노동자들은 CJ대한통운 같은
택배사가 아니라 택배사와 계약한
대리점에 소속되어 있는데요. 이 대리점 ‘사장님’들이 택배 노동자들에게 노조 가입을 권유하고,
심지어 노조 간부 자리까지 제안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아무리
문제가 심각하다고 해도 ‘사장님’이 나서서 노조에 가입하라고 하다니…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그런데 역시나, 노조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방해하기 위한 것이었어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악용한 것인데요. 한
업체에 여러 개의 노조가 있을 경우 회사와 교섭할
‘교섭대표 노조’를 정해야 하는데,
민주노총 택배노조가 교섭대표 노조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장님’이 직접 한국노총 등 다른 노조 가입을 제안하고 다닌 것이죠.

사장 위에 ‘진짜
사장’, 대형 택배사
이렇게 대리점 사장이 직접 노조 가입을 유도하는 일은 강원, 경기, 부산, 울산 등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어요. 어떻게 이런 일이 비슷한 시기에 전국에서 일어날 수 있었을까요? 노조 측은 대리점이 아니라
본사, 즉
CJ대한통운·롯데택배·한진택배 등 대형 택배사들의 개입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위에서도 잠깐 말했지만, 택배 노동자들은 대리점과 계약을 맺고, 또 대리점은 본사와 계약을 맺는 2중
구조에요. 그래서 택배 노동자들은 교섭을 할 때도 본사가 아닌 대리점과 해야 됩니다.
대리점은 본사의 지침을 따를 수밖에 없으니 사실상 본사인 대형 택배사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데, 2중 계약을 핑계 삼아 교섭에서 쏙 빠져나간 것이죠. 택배
노동자와 대리점, 택배사의 관계를 표현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택배사들은 이런 식으로 대리점에 책임을 떠넘기는 한편, 은밀하게 택배 노동자들의 노조 활동을 감시하고
방해하기도 했어요. CJ대한통운은 일부 지역에서 택배 노동자들의 노조 가입 경위서를 가져오라고 대리점에 지시하는 등, 대리점의 노사 문제에 개입하다가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대리점
사장들이 직접 노조를 설립하고, 가입을 독려하면서 민주노총 택배노조의 활동을 방해하고 있는 것도 사실
택배사의 지시가 아니냐는 의심이 나올 수밖에 없죠.

노동자는
쓰러지고, 회사는 돈 벌고
코로나19 이후 CJ대한통운, 롯데택배, 한진택배 등 대형 택배사들이 거둔 수익은 어마어마합니다. 그런데
그 엄청난 수익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요. 바로 밤낮 없이 트럭을 몰고 짐을 나르는 택배 노동자들의 손과 발로 만든 것입니다.
작년부터 30명의 노동자가 과로 증상으로 쓰러지거나 세상을 떠났습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쓰러지기 직전의
몸으로 짐을 나르고 있는 택배 노동자가 있을지도 모르죠. 택배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 개선은 누군가에게는 노조 활동을 방해해서라도 막고 싶은 일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목숨이 걸린 일이기도 합니다. 택배사의 노조 방해 공작 의혹을 취재한 박상희 기자의 한 마디를 들어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