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재천’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 목숨은 하늘에 달렸으니, 사람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다는 뜻인데요. 경기도 평택시에 있는 플랜트 제조업체 ‘우양HC’는 연 매출 2천억 원, 직원 약 300명 규모의 중견기업입니다. 이 회사의 전 대표였던 박진우(가명)씨는 밑바닥에서부터 출발해 지금의 우양HC를 일궈낸 성공한 기업인이었어요. 그런데 지난 2014년, 박진우 씨가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에 긴급 체포되면서 그의 성공 신화는 막을 내립니다. 4년간의 감옥살이 동안 박진우 씨가 끝없이 되뇌인 말은 ‘인명재천’이 아닌 ‘인명재검’, 즉 사람 목숨은 하늘이 아닌 검찰에게 달렸다는 말이었어요.😨 지난 7월 초, 박진우 씨는 감옥에서 쓴 #비망록 13권을 들고 뉴스타파를 찾아왔습니다. 그의 비망록에는 검찰의 수사 행태에 대한 분노와 절망이 가득했어요. 박진우 씨가 감옥에서 보냈던 4년 동안, 그에게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요.🤔회유와 압박, 표적수사로 점철된 검찰의 민낯 2014년, 박진우 씨가 체포된 직후부터 검찰은 ‘형량을 줄여줄테니 빨리 횡령 혐의를 인정하라’ 라고 압박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혐의를 인정한 다음에도 검찰은 계속 박진우 씨를 불러내 조사를 벌였어요. 박진우 씨는 검찰에게 애초부터 다른 목적이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바로 당시 야당(민주당) 소속이었던 전 평택시장 A씨를 뇌물 사건으로 엮으려고 했다는 것이죠.🤔 박진우 씨의 주장에 따르면, 검찰은 조사 과정에서 ‘A 전 평택시장에게 돈을 건넨 사실을 인정하라’ 라고 수없이 압박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박진우 씨 측의 알리바이가 확인됐는데도 검찰은 계속 수사를 밀어붙였다고 해요.😨 결국 A 전 평택시장에 대한 검찰 수사는 불발됐지만, 박진우 씨는 계속되는 검찰의 압박에 큰 고통을 겪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A 전 평택시장이 아닌 전혀 다른 인물에게 뇌물을 줬다는 사실을 자백하게 되는데요. 그 인물은 바로 평택시에서만 다섯 번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지냈던 ‘거물 정치인’, 원유철 전 의원이었습니다.😲검찰이 묻어버린 ‘자백’😰 2014년 6월 경, 박진우 씨는 원유철 전 의원에게 뇌물을 줬다고 검찰에 자백했습니다. 원 전 의원의 보좌관인 권 모 씨에게 5천만 원을 건넸다는 것인데요. 하지만 검찰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 ‘자백’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수사에 나서지도 않았다고 해요.🤔 한 검사 출신 변호사의 말에 따르면, 뇌물 사건의 경우 뇌물을 준 사람도 처벌을 받기 때문에 ‘내가 누구에게 뇌물을 줬다’ 라고 자백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뇌물을 줬다는 진술이 나오면 일단 그 말을 믿고 수사에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해요. 또 박진우 씨는 뇌물을 건네주는 과정에서 원유철 전 의원 측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도 보관하고 있었어요. 만약 검찰이 수사에 들어갔다면 곧 혐의를 밝혀낼 수도 있었을텐데, 대체 왜 수사를 하지 않았을까요? 박진우 씨는 당시 원유철이 여당(새누리당)의 현역 의원이었던 만큼, 검찰이 새누리당의 눈치를 보느라 사건을 덮은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도 합니다.🤔정권 교체 이후 시작된 ‘원유철 뇌물 사건’ 수사 이후로도 박진우 씨의 ‘자백’은 이어졌습니다. 박진우 씨는 2016년에 #분식회계 혐의로 다시 고발당했는데, 정작 검찰은 분식회계보다는 또 다른 뇌물 사건에 초점을 맞춰서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요. 결국 박진우 씨는 원유철 전 의원에게 뇌물을 준 사실을 두 번째로 자백했는데, 이번에는 첫 번째 ‘자백’과 다르게 담당 검사가 수사 의욕을 보였다고 합니다. 그럼 이번에야말로 검찰이 원유철 전 의원을 본격적으로 수사하고 나섰을까요? 예상하셨겠지만, 이번에도 검찰의 수사는 뜨뜻미지근했어요. 검찰은 몇 개월 간의 조사 끝에 원 전 의원이 아니라 보좌관 권 모 씨만 기소하고 수사를 끝냈습니다.🤔 검찰이 원 전 의원을 본격적으로 수사하고 나선 것은 2017년 9월, 정권이 바뀌고 4개월이 지난 이후였어요. 이번엔 이전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됐습니다. 검찰은 원 전 의원의 보좌관 권 모 씨를 불러내, 박진우 씨에게 했던 것과 똑같이 회유와 압박을 일삼았습니다. 그로부터 3개월만에 검찰은 원 전 의원을 기소했고, 결국 올해 7월 원유철 전 의원은 대법원에서 1년 6개월 형을 받고 감옥에 들어가게 됩니다.😨 처음 박진우 씨가 ‘원유철 뇌물’ 사실을 자백한 것은 2014년. 그로부터 3년의 시간동안 세 번의 수사가 있었지만, 결국 검찰이 원유철 전 의원을 본격적으로 수사하고 나선 것은 정권이 바뀐 이후였습니다.🤔 불편한 사건은 아예 덮어버리고, 필요한 사건은 회유와 협박, 표적수사를 통해 어떻게든 죄로 만들어버리는 검찰의 ‘사냥법’. ‘사람 목숨은 하늘이 아닌 검찰에게 달렸다’ 라는 박진우 씨의 말을 검찰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요. 4편에 걸쳐 ‘검찰의 사냥법’을 보도한 홍주환 기자의 취재후기로 이번 주 타파스를 마무리하겠습니다.🌮🍞 똑똑해지는 키워드 한 입 #비망록
#분식회계
🥙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기사로 한입에 쏙! 검찰의 ‘사냥법’을 다룬 이번 주 이야기, 어떠셨나요? 뉴스타파가 앞으로도 우리 사회의 권력기관을 감시할 수 있도록, 후원으로 힘을 실어주세요. 📰 이런 기사도 있어요 📖 에세이 <그 이름을 부를 때> 온라인 북토크를 진행합니다. ![]() 2019년 뉴스타파가 제작한 영화 ‘김복동’의 제작기를 다룬 에세이 ‘그 이름을 부를 때’(저자 송원근)가 교보문고가 선정하는 10월 ‘이달 책’에 선정되었습니다. 책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피해 사실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피해자이며 동시에 인권운동가였던 ‘사람’ 김복동의 삶을 살피는 이야기라는 독자들의 평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책 출간 이후 처음으로 온라인 북토크를 개최하고자 합니다. 뉴스타파 회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참여 링크는 행사 당일 공지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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