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정책 #수소 #기후위기 정부, 반도체 산단 추진 과정에서 ‘수소 혼소 발전’ 평가서 부풀린 정황 수소 발전 과정에서 에너지 80% 손실… ‘비효율’ 지적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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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 (출처: 대통령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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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의 말대로 지금까지 에너지 정책은 양자택일의 이념처럼 여겨지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강력한 ‘탈원전’ 정책을 추진했지만, 후임 윤석열 정부는 ‘탈탈원전’을 외치며 정책 방향을 급선회했습니다. 정부에 따라 에너지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동안 우리나라는 ‘탄소 중립’, ‘RE100’ 이라는 세계의 흐름에 빠르게 뒤쳐져갔습니다.
그러던 중 우리 정부가 택한 카드가 바로 ‘수소’ 였습니다. 수소는 지난 2019년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의 주요 키워드가 되었는데요. 이번 주 ‘타파스’는 수소 발전의 현실과 앞으로의 전망을 사례를 통해 살펴보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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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정부의 수소 혼소 정책은 얼마나 현실성이 있을까?
- 수소 혼소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숨기거나 과장한 것은 없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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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혼소 발전’ 온실가스 감축량 11% → 99.9%... 정부가 부풀린 정황
- 지난 2023년 4월 15일, 윤석열 당시 대통령은 제 14차 비상경제 민생회의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 라고 발표했습니다. 경기도 용인시에 728만 제곱미터 규모의 삼성전자 반도체 산업단지를 만든다는 계획이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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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용인시에 건설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산업단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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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이 반도체 산업단지 계획에는 심각한 결함이 있었습니다. 바로 전력 문제였어요. 반도체를 생산하려면 막대한 전기가 필요한데, 이 전기를 공급할 방법이 없었던 것입니다.😰
- 전력 문제가 불거지자 정부는 뒤늦게 반도체 산업단지 내에 LNG 발전소를 짓겠다는 계획을 내놓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온실가스 배출 문제가 발목을 잡습니다.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LNG 발전소는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정책 방향과 정반대였기 때문이에요.
- 그러자 정부는 다시 한 번 대안을 내놓습니다. 바로 ‘수소 혼소’라는 기술이었는데요. 수소 혼소란 말 그대로 LNG 등 가스와 수소를 섞어서 발전 연료로 쓰는 방식을 말합니다.
- 그렇다면 ‘수소 혼소’ 방식은 전력 문제와 온실가스 배출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까요? 반도체 산업단지의 시행사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환경부에 제출한 평가서를 보면 ‘그렇다’ 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LH 평가서에는 수소 혼소 방식을 활용해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99.99% 줄이겠다는 목표가 적혀 있었기 때문이에요.😮
- 그런데 뉴스타파 취재에 따르면, 이 평가서는 실제 예상 목표치보다 과장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뉴스타파는 LH가 평가서를 제출하기 3개월 전 작성된 ‘평가서 초안’을 입수해 확인했는데, 이 초안에는 2050년까지 수소 혼소를 통한 온실가스 저감 효과가 11%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담겨 있었어요.😰
- 초안에서 전망한 온실가스 저감 목표치와 실제 제출된 목표치 사이에 무려 89%의 차이가 있는 셈인데요. 이에 대해 한 LH 관계자는 ‘정부 목표치를 따라서 반영한 것’ 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 결국 정부가 수소 혼소 기술의 온실가스 저감 효과가 예상보다 훨씬 떨어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미 설정한 정책 목표치에 맞추기 위해 실제보다 부풀린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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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2050 탄소 중립 계획’ 발표에 맞춰서 수소 혼소 발전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조정한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정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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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발전, 에너지 80%가 공중으로 사라진다
- 정부가 추진했던 ‘수소 혼소’ 기술의 문제점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뉴스타파 취재에 따르면, 현재까지 수소 혼소 발전은 경제적으로도 매우 비효율적인 발전 방식입니다.🤔
- 위에서 수소 혼소는 ‘가스와 수소를 혼합해서 태우는 방식’ 이라고 말씀드렸죠? 그럼 기존에 사용하던 가스와 별도로 수소를 공급해야 하는데, 문제는 이 수소를 발전소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막대한 에너지가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수소의 원료인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분리하는 과정을 ‘개질’ 이라고 하는데요. 이 개질 과정만 해도 엄청난 전력이 소모되고, 개질이 끝난 수소를 냉각시켜 발전소로 옮기는 데도 많은 에너지가 들어갑니다. 에너지를 얻기 위해 에너지를 써야 하는 상황이 계속 반복되는 셈이죠.🤔
- 해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중간 과정을 거치면서 원료 대비 약 86%의 에너지가 손실된다고 합니다. 여기에 국내 최신 기술을 적용하더라도 손실되는 에너지 비율은 약 80%에 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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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소 연료는 생산과 운송, 발전 과정에서 약 86%의 에너지가 손실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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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수소 연료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최소 80%의 에너지가 허공에 사라지고,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에너지는 원료 대비 20%에 불과합니다. 실제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등 연구기관에서는 수소 에너지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며 “발전 분야에서 수소 이용은 최소화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어요.🤨
- 그러나 정부 측에서는 ‘수소 혼소 기술은 이제 막 상업화가 추진되고 있는 상황’ 이라며 ‘앞으로 기술 발전으로 인해 경제성이 높아질 것’ 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기술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 경제성을 얼마나 개선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근거는 아무것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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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정부의 수소 발전 계획은 지난 2019년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추진된 것으로 보입니다. 2019년 1월 정부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며 “수소경제 시대를 열겠다” 라고 선언하기도 했는데요.
- 그러나 현실은 정부의 예상과 달랐습니다. 수소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오히려 수소 가격은 점점 오르고 있고, 발전 사업자들은 가격 부담으로 인해 수소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수소 혼소 방식은 생각보다 온실가스 저감 효과도 미미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에너지 정책은 국민들의 생활은 물론 국가안보와도 직결되는 중요한 정책입니다. 만약 정책 방향에 문제가 있다면 빠른 재검토를 통해 방향을 수정해 나가야 하겠죠. 에너지 정책의 실패는 결국 국민들의 경제적 부담과 에너지 안보 위협, 그리고 더욱 가속되는 기후위기로 돌아오게 될 것입니다.
- 그러나 정부는 ‘앞으로 기술이 발전하면 해결될 것’ 이라며 낙관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정작 구체적인 근거는 내놓지 못하고 있죠. 마치 모든 돈을 ‘올인’ 한 뒤 요행을 바라는 도박꾼처럼 말이에요.😰
- 첫 머리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재명 대통령은 어제 기자회견에서 “에너지 정책을 놓고 이념전쟁을 하면 안 된다” 라고 말했습니다. 이 대통령의 말대로 이념이 아닌 국민들의 미래를 위한 에너지 정책이 추진되길 바라며, 기후·환경 문제를 오랫동안 취재해온 조원일 기자의 한마디로 이번 주 ‘타파스’를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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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원일 기자 : 정말 큰 도박판에서는 사기꾼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정교한 수법과 긴 시간, 현란한 말들을 앞세워 스스로를 은폐하기 때문입니다. 주범과 공범이 불분명하고 방관자도 많아서 누구하나 책임 지는 경우도 잘 없습니다.
일단 말려들면 돌이키기도 어렵습니다. 더 늦기 전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야 하지만 대부분은 잃어버린 판돈 생각에 발목이 붙잡힙니다. 어느날 곳간 문을 열었을 때, 텅 비어 있는 걸 보고 나서야 온 가족이 겨울을 날 곡식이 한 톨도 남지 않은 걸 깨닫게 됩니다. 기후위기를 마주한 우리 에너지 산업의 모습이 그렇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설계하고, 윤석열 정부가 실행에 옮긴 수소 혼소 정책이 또 다른 '대형 도박판' 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것이 도박이 아닌 투자라면 구체적인 근거와 현실적인 대안, 그리고 실패를 대비한 플랜B가 당연히 있어야 하지만,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멈춰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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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자세한 내용은 뉴스타파 [기후도박] 시리즈 기사를 참고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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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영화 <압수수색: 내란의 시작> 영화제 공식 초청
9/13 관객과의 대화 예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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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와 윤석열의 7년 전쟁을 다룬 영화 <압수수색: 내란의 시작>이 제17회 DMZ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에 공식 상영작으로 초청받았습니다. 이 영화는 지난 4월 개봉 이후 6만 5천 명 가까운 관객이 관람한 올해 상반기 최고의 화제작으로 윤석열 정권의 무도함에 맞서는 뉴스타파 기자들의 활극을 담은 다큐멘터리입니다. 이번 영화제 상영이 아직 극장에서 <압수수색: 내란의 시작>을 보지 못한 분들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상영 후에는 김용진 감독과 한상진 기자가 직접 무대에 올라, 취재의 뒷이야기와 제작 과정을 관객과 나눕니다. 시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 상영 일정
(현장 발권도 가능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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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뉴스레터 ‘타파스’를 만들고 있는 현PD입니다.
더 나은 타파스를 만들기 위한 의견은 언제나 환영이에요.
이번 주도 타파스와 함께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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