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성향 교원단체 대한교조, 윤석열 정부에서 ‘친일 교과서’ 검정 추진 ‘윤석열 충암고 동문’ 김낙년 교수가 교과서 집필 주도해 박근혜 국정교과서 참여했던 뉴라이트 인사들도 집필진 합류
뉴스타파는 지난달 극우 교육단체인 ‘리박스쿨’이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왜곡된 역사관을 가르치고, 또 왜곡된 역사관을 바탕으로 늘봄학교 강사를 양성한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이렇게 양성된 늘봄학교 강사들은 전국 초등학교에서 편향된 역사 수업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 리박스쿨 강사가 학생들을 상대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그런데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된 ‘역사 왜곡 프로젝트’는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뉴스타파는 한 출판사 관계자의 제보를 통해, ‘리박스쿨’과 협력 관계에 있던 교원단체가 친일 성향의 역사 교과서를 만들려고 한 사실을 확인했어요.😡
마치 박근혜 정부의 ‘국정 역사교과서’를 연상시키는 이 사건의 진상은 무엇이었을까요? 이번 주 ‘타파스’는 극우 단체와 뉴라이트 인사들에 의해 은밀히 진행됐던, ‘친일 교과서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 뉴스타파가 던진 질문들
‘리박스쿨’ 이외에 청소년들에게 왜곡된 역사관을 퍼뜨리는 단체는 어떤 곳이 있었을까?
극우 세력의 역사 왜곡 시도를 어떻게 방지할 수 있을까?
🧐 주목해야 할 사실들
대한교조가 출간한 ‘친일 역사도서’ 출판기념회에 리박스쿨 대표 참석
극우 성향 교원단체로 분류되는 대한민국교원조합(대한교조)는 지난해 9월 28일 한 책을 출간하고 출판 기념회를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는 ‘리박스쿨’의 손효숙 대표도 참석했는데, 대한교조 조윤희 위원장은 “저희와 정말 동고동락하고 계신다” 라며 손효숙 대표와의 협력 관계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당시 대한교조가 출간한 책은 <대한민국 사회 교과서>라는 제목의 책이었습니다. 사실 교육부 검정을 받지 않은 일반 역사 도서이지만, 대한교조는 이 책에 ‘교과서’ 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마치 실제로 학교에서 사용하는 교과서처럼 말이에요.🤔
▲ 대한교조가 지난해 발간한 ‘대한민국 사회 교과서’. 제목에 교과서가 들어가 있지만, 사실은 교육부 검정을 받지 않은 일반 도서입니다.
그런데 이 책에는 일제의 침략을 미화하는 등 왜곡된 역사관이 가득차 있었습니다.😡 “당시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군인이 되는 것은 입신 출세나 다름없었다” 라며 일제의 강제 징병을 합리화하는가 하면, “대부분의 증언에 따르면 강제 연행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한다” 라며 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 사실을 부정하기도 했습니다.
또 대한교조는 이 책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전두환 독재 정권을 찬양하는 등 편향된 주장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이른바 ‘뉴라이트’로 불리는 극우 세력과 매우 유사한 역사관인데요.🤔
대한교조, ‘친일 교과서’ 검정 추진… 김낙년 등 뉴라이트 인사 집필 참여
뉴스타파 취재 결과, 대한교조는 지난 2023년 뉴라이트 인사들과 함께 검정교과서 제작에 나섰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름만 ‘교과서’인 책을 출간하는 것을 넘어, 실제로 학교에서 사용하는 교과서를 만들려고 한 것이죠.😰
대한교조의 검정교과서 제작에 참여한 뉴라이트 인사들 중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김낙년 동국대 명예교수입니다. 김 교수는 일제의 강제 징용을 부정하고, 일제 통치가 한반도를 근대화시켰다고 주장하는 대표적인 뉴라이트 학자입니다.🤔
김낙년 교수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충암고 선배로, 윤석열 정부에서 교육부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에 선임되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일제 통치를 긍정하는 인물이 우리 민족문화를 연구하는 기관의 기관장으로 임명됐기 때문이에요.🤨 김 교수는 지난해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일제의 수탈을 정당화하는 태도를 보여 질타를 받았습니다.
▲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낙년 교수(좌).
김낙년, 대한교조 교과서 원고에서 ‘일제 쌀 수탈’ 부정해
그렇다면 김낙년 교수는 교과서에 어떤 내용을 담으려 했을까요? 뉴스타파는 김 교수가 집필한 검정교과서 원고를 입수해 확인했습니다. 이 원고에는 일제의 식민 통치를 정당화하고, 한국인들이 입은 피해를 감추려는 내용이 특히 눈에 띄었어요.😰
대표적인 내용이 바로 1920년대 일제의 쌀 수탈 정책에 대한 서술이었습니다. 김낙년 교수는 당시 한국이 일본에 쌀을 ‘수출’했다고 묘사했는데, 이는 마치 한국 농민들이 자발적으로 쌀을 판매해서 이익을 얻은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당시 일본이 막대한 양의 쌀을 수탈해가면서 많은 농민들이 생존의 위협을 느꼈고, 일부는 간도 등 해외로 이주하기까지 했습니다. 현행 역사 교과서에서는 대부분 이 사실을 밝히고 있죠. 하지만 김낙년 교수가 집필한 원고에는 이런 사실이 전혀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 이 보도가 중요한 이유
반복되는 극우 세력의 ‘역사 왜곡’ 시도
하지만 대한교조의 검정교과서 제작은 결국 실패로 끝났습니다. 교과서 내용을 우려한 출판사 측에서 제작을 포기했기 때문이에요. 뉴스타파는 당시 교과서 제작을 총괄했던 책임자의 제보를 통해 자세한 사정을 들을 수 있었는데요.🤔
제보자는 “나쁜 어른들이 나쁜 짓을 하고 있는데, 모르고 넘어갈 수는 없었다” 라며 제보를 결심했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아이들에게 왜곡된 역사를 가르칠 수는 없다는 마음이 ‘친일 교과서’의 탄생을 막아낸 것이죠.
▲ 대한교조 검정교과서 제작을 맡았던 총괄 책임자는 지난 2월 뉴스타파 취재진과 만나 당시 상황을 증언했습니다.
김낙년 교수를 포함해, 이번 대한교조 검정교과서 집필에 참여했던 인사들 중 다수는 박근혜 정부 국정교과서 집필에도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한 번 실패했던 교과서 프로젝트가, 윤석열 정부에서 다시 한 번 추진된 셈이에요.🤔
이처럼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왜곡된 역사관을 가르치려는 극우 세력의 시도는 계속 반복되고 있습니다. 뉴스타파는 앞으로도 극우 세력의 역사 왜곡, 공교육 침투 시도를 계속 감시하고 보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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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PD 영화 <추적>을 응원해주세요!
영화 <추적>은 뉴스타파 최승호PD가 2008년부터 2025년까지 17년에 걸쳐 취재한, 이명박 정부 4대강 사업의 실체와 그 공범자들의 거짓말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추적 르포르타주’입니다.
이 영화의 초창기 프로젝트 명은 ‘강가의 흰 코끼리’였습니다. ‘흰 코끼리(White Elephant)’는 서구권에서 주로 사용하는 말로, 겉으로는 거대하고 화려하지만 정작 쓸모없고 유지 비용만 막대한 사업을 의미합니다. 한국의 사대강 사업과 딱 들어맞는 단어입니다. 사업에 들어간 예산만 수십 조원, 강에 세운 보를 운영하고 유지하는 데에만 해마다 세금 500억 원이 들어갑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환경만을 말하는 다큐가 아닙니다. 이명박이라는 거짓말 위에 세워진 신화, 그것을 추종하거나 외면했던 언론의 민낯 그리고 한국 사회의 집단적 망각을 고발합니다. 영화 제목을 <추적>으로 바꾼 이유입니다. 이 영화는 이명박 전 대통령부터 시작해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되기까지 한국 민주주의가 훼손되는 모습을 서서히 망가지는 ‘사대강’을 통해 보여줍니다.
영화 <추적>은 국정원의 간첩조작 사건을 파헤친 <자백>, 한국 언론의 민낯을 생생하게 보여준 <공범자들>에 이은 최승호 감독 진실 프로젝트 3부작의 완결편입니다. 17년 간의 ‘추적’을 가능하게 한 힘은 뉴스타파 후원회원과 시민들의 응원과 지지에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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