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는 지난해 ‘명태균 게이트’ 사건이 불거진 이후, 이 사건을 끈질기게 취재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주로 명태균 씨의 여론조사 조작과 선거 개입 의혹 등을 보도해 왔는데요.
최근 뉴스타파는 검찰 ‘명태균 게이트’ 수사보고서를 통해 명태균 씨가 수천억 원대 정부 주도 사업과 국가산업단지 선정 과정에 관여한 정황을 파악했습니다. 이번 주 ‘타파스’는 선거 개입을 넘어 국정 개입 의혹까지 번지고 있는 ‘명태균 게이트’ 사건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명태균과 500억 원대 방산 특혜 의혹, 그리고 ‘VIP’ 🤔
경남 창원에 본사를 두고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하 한화)는 우리나라 최대의 방산 기업입니다. K-9 자주포 등 대한민국 국군의 주요 장비를 생산하고 있어 국가 안보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업이죠.
그런데 최근 뉴스타파는 한화와 정부 기관 사이의 거래에 민간인 명태균 씨가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을 포착했습니다. 다름아닌 ‘명태균 게이트’ 사건을 수사한 검찰 수사기록에서 드러난 정황인데요.🤔
▲ 2022년 12월 16일 김영선 의원실 이 모 보좌관이 명태균 씨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위 이미지는 지난 2022년 12월 김영선 당시 새누리당 의원의 보좌관 이 모 씨가 명태균 씨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여기서 이 씨는 명태균 씨를 ‘본부장님’이라고 부르며 마치 상급자처럼 대하고 있는데요.🤔
이 씨는 “한화에서 의원실에 예산을 요청했다” 라며 K-9 자주포와 K-21 장갑차 등 4개 장비에 대한 ‘사업 진행상황’을 명 씨에게 보고합니다. 한화 측에서 김영선 의원실에 ‘예산 요청’, 다시 말해 모종의 로비를 벌인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에요.
뉴스타파 취재 결과, 위 대화에서 이 모 보좌관이 언급한 사업 4개 중 3개(K-9자주포, K-21장갑차, 경구난차량)는 실제로 2023~2024년도 예산에 편성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화 측에서 ‘요청’한 사업이 거의 대부분 반영된 것인데요. 이렇게 반영된 사업 예산은 약 500억 원이 넘는 규모였습니다.🤨
당시 김영선 의원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으로, 정부 예산 편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였습니다. 만약 김영선 의원실이 한화의 로비를 받고 예산 편성에 특혜를 줬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죠.🤔
그런데 이어지는 메시지에서는 김영선 의원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인물이 언급됩니다.
▲ 2022년 12월 16일 김영선 의원실 이 모 보좌관이 명태균 씨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다음 메시지에서 이 모 보좌관은 “K-9 자주포는 방위청에서 VIP 관심사항으로 우선순위 반영했다” 라고 말합니다. 아시다시피 정치권에서 ‘VIP’는 대통령을 뜻하는 말이죠.
즉 당시 방위사업청에서 한화의 K-9 자주포를 윤석열 대통령의 관심 사항으로 꼽으면서, 관련 사업을 우선 순위로 배정했다는 말입니다. 한화와 관련된 사업 예산이 반영되는 데 윤석열 대통령이 관여한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정황이에요.😰
물론 K-9 자주포는 대한민국 국군의 주요 장비인데다,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무기 체계인 만큼 윤석열 대통령이 관심을 보이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다만 한화의 사업 진행 상황이 명태균 씨에게 보고됐다는 점, 그리고 명태균 씨와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특수한 관계를 생각해 보면 ‘특혜’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명태균, 7천억대 KTX 사업에도 관여? 😰
그런데 명태균 씨가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사업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2023년 국내 방산 대기업 중 하나인 현대로템은 한국철도공사의 신규 고속철 사업에 최종 선정됐는데요. KTX 신규 고속철 136량을 도입하는 이 사업의 규모는 7,100억 원에 달합니다.
그런데 현대로템이 최종 사업자로 선정된 이후, 현대로템 커뮤니케이션실 소속의 채 모 상무는 명태균 씨에게 아래와 같은 메시지를 보냅니다.
▲ 2023년 3월 20일 현대로템 채 모 상무가 명태균 씨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위 이미지는 당시 채 모 상무와 명태균 씨가 주고받은 메시지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채 상무가 명 씨에게 사업자 선정 소식을 알리자, 명 씨는 ‘파이팅’ 이모티콘과 함께 “상무님 축하드립니다” 라고 답하는데요.
그런데 이후 채 상무는 “지원해 주신 덕분에 좋은 결과 나왔습니다” 라며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라는 메시지를 보냅니다. 현대로템의 사업자 선정 과정에 명 씨가 어떤 ‘지원’을 해준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내용이에요.🤔
이에 대해 채 상무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고속철 사업은 본인의 업무도 아니고, 명 씨의 도움을 받은 것도 없다’ 라고 해명했습니다. 단순히 감사 인사를 보냈을 뿐 명 씨로부터 특혜를 받은 것은 없다는 말이죠.
하지만 채 상무는 명태균 씨의 행보와 관련해 또 다른 단서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명 씨가 창원국가산단 투자 유치를 위해 현대로템 등 여러 방산 기업들과 연락했다’ 라고 말한 거예요. 즉 명 씨의 진짜 목적은 대기업을 끌어들여 창원국가산단 유치를 성공시키는 것이 아니었을지 의심되는 대목입니다.🤔
실제로 검찰 수사보고서에는 명태균 씨가 창원국가산단 사업과 관련해 김영선 의원실 보좌진들과 주고받은 대화가 수두룩했습니다. 명 씨의 측근으로 알려진 이 모 씨 역시 ‘명 씨가 창원국가산단 사업을 위해 한화, 현대로템 등과 접촉했다’고 증언했어요.
▲ 2023년 1월 3일 김영선 의원실 이 모 보좌관이 명태균 씨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창원국가산단 사업 추진 상황을 보고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명 씨는 왜 이렇게 창원국가산단 사업에 집중했던걸까요? 명태균 씨의 또 다른 측근인 김 모 씨는 지난해 10월 검찰 조사에서 “경제적인 이익을 취하려고 했던 것 같다” 라고 대답했습니다.
지난해 10월 뉴스타파는 명태균 씨가 창원국가산단 사업과 관련해, 대통령실 발표 내용을 미리 입수했다는 의혹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언론은 명태균 씨, 또는 주변 인물의 부동산 투기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죠.
하지만 명태균 씨는 ‘창원산단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순수한 마음에서 시작한 일’ 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아직까지 부동산 투기와 관련해 눈에 띄는 인물은 나오지 않고 있어요.
지난 주말 ‘내란 수괴’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 52일만에 석방되는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많은 구독자분들처럼 저 역시 예상치 못한 상황에 몹시 당황스러웠는데요.😰 하지만 곧 있을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은 ‘8대 0’으로 파면이 결정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합니다.
뉴스타파는 머지 않아 찾아올 대통령 파면과 더불어, 윤석열 대통령과 그 주변 인물들의 범죄 의혹을 앞으로도 철저히 파헤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