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일요일 새벽,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사상 초유의 폭동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이날 서부지법에서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법원에 난입해 유리창과 집기를 깨부수는 등 난동을 부린 것인데요.😡
일부 시위대는 7층 판사 사무실까지 침입해 구속영장을 발부한 차은경 판사를 색출하려고 했지만, 다행히도 차은경 판사는 일찍 법원을 떠난 덕에 화를 피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법원을 지키던 직원들과 경찰, 공수처 직원들 수십 명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시위대는 현장에 있던 기자와 민간인들마저 무차별 폭행했습니다. 당시 취재를 위해 현장에 나가있던 뉴스타파 기자도 시위대의 손에 봉변을 당할뻔 했습니다.
여태껏 재판 결과에 불만을 품고 판사 개인에게 보복하는 사건은 간혹 발생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서부지법 폭동은 법원 자체를 상대로 벌인 조직적 폭력 사태라는 점에서 차원이 다른 범죄입니다. 많은 언론에서도 이번 폭동을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 등으로 부르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가 서부지법 청사에 난입해 발로 기물을 파손하고 있습니다. (출처: 유튜브 ‘용만전성시대’)
윤석열이 퍼뜨린 ‘가짜뉴스’가 폭동 일으켰다
서부지법 폭동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이번주 화요일(21일)과 목요일(23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열렸습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 측은 법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궤변을 쏟아내며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데요.😡
무엇보다 윤 대통령 측은 ‘부정선거 의혹을 밝히기 위해 계엄을 선포했다’ 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대통령 측에서 부정선거의 근거로 들고 있는 것이 키르기스스탄에서 일어난 부정선거 사건이에요. 키르기스스탄에서 한국산 개표기를 선거에 도입했는데, 그 이후 부정선거 사건이 일어났으니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부정선거가 일어났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키르기스스탄 부정선거 사건은 해킹과 매표 행위가 문제였을 뿐, 한국산 개표기는 오히려 선거의 공정성을 높여줬다는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로 밝혀졌습니다.
▲ 지난 20일 주한미군은 ‘미군이 중국 간첩을 체포했다’는 언론 기사에 반박하는 SNS 메시지를 올렸습니다.
문제는 대통령 측이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근거가, 서부지법 폭동에 연루된 극우 유튜버들의 주장과 똑같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정선거 음모론은 일부 극단적인 사람들만 주장하는, 말 그대로 ‘음모론’에 불과했어요. 하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대통령이 직접 부정선거를 주장하면서 이 음모론에는 점점 힘이 실리게 됩니다.
그 결과가 바로 지난 19일 일어난 서부지법 폭동 사건이었습니다. 실제로 이날 폭동 현장에 있었던 극우 유튜버들은 “선관위 연수원에서 중국인 간첩이 체포됐다” 라는 등 윤석열 대통령과 똑같은 주장을 펼쳤습니다.🤔
지금까지의 탄핵심판 과정과 서부지법 폭동 사태를 봤을 때, 윤석열 대통령과 극우 유튜버들은 사실상 하나의 정신세계를 공유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중국(과 북한)의 개입으로 인해 부정선거가 일어났다는 음모론적 세계 말이에요.
서부지법 폭동을 일으킨 시위대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키자’ 라는 구호를 외치며 민주주의의 근간인 법원을 공격했습니다. 결국 이들이 말하는 ‘자유민주주의’란 대통령과 극우 유튜버들이 믿는 음모론적 세계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요. 결국 대통령이 퍼뜨린 음모론이 서부지법 폭동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일으킨 셈입니다.😡
폭동으로 구속된 극우 유튜버, ‘김건희 팬클럽’ 운영자였다
또 최근 뉴스타파는 대통령 부부와 극우 유튜버의 관계를 유추해볼 수 있는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서부지법 폭동에 연루돼 구속된 극우 유튜버가, 과거 김건희 여사의 팬클럽 SNS를 운영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인데요.
지난 22일 뉴스타파는 윤 대통령 부부의 사정을 잘 아는 여권 관계자 A씨와 통화했습니다. 그런데 이 통화에서 A씨는 “유튜버 ‘젊은시각’이 김건희 팬클럽 인스타그램을 운영했다”라고 밝혔어요.
유튜버 ‘젊은시각’은 구독자 약 84만 명을 보유한 극우 유튜버로, 현재 서부지법 폭동에 연루돼 구속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당시 젊은시각은 체포돼 경찰 버스로 이동하는 순간까지 계속 방송을 하고 있었다고 해요.🤔 다만 해당 영상은 지금은 삭제돼 볼 수 없는 상태입니다.
▲ 유튜브 채널 ‘젊은시각’ 페이지 캡처.
유튜버 젊은시각이 SNS를 운영한 것으로 지목된 곳은 ‘퀸건희’라는 이름의 팬클럽입니다. 지난 2022년 5월 SNS에 올라온 공고를 보면 이 팬클럽의 목적과 사상(?)을 알 수 있는데요.
팬클럽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 이 공고에는 ‘미모와 지성을 함께 갖춘 셀럽’이자 ‘글로벌 인플루언서’인 ‘김건희 여사의 매력을 전세계로 널리 알리기 위해’ 팬클럽을 조직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또 공고 하단에는 팬클럽에 협력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이 나열돼 있는데요. 그 중에는 이번에 구속된 ‘젊은시각’의 채널도 눈에 띕니다. 즉 젊은시각은 ‘퀸건희’ 팬클럽 결성 초창기부터 협력하며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온 것으로 보입니다.
▲ 2022년 5월 SNS에 올라온 김건희 팬클럽 ‘퀸건희’ 자원봉사자 모집 공고.
다만 젊은시각 등 서부지법 폭동에 연루된 극우 유튜버들의 배후에 김건희 여사가 있었는지는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일부 극우 유튜버들이 대통령 부부, 그리고 대통령실과 깊은 관계를 맺어온 것은 간접적으로나마 확인되고 있어요.
지난해 뉴스타파는 김대남 전 대통령실 비서관과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의 통화 녹취록을 연속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 녹취록에서 김대남 전 비서관은 극우 유튜버 김상진을 언급하며 “우리(대통령실)가 김상진을 잘 활용하고 있다” 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어요.😡
김상진은 ‘상진아재’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현재 협박 등 혐의로 구속 중입니다) 극우 유튜버로,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신자유연대’라는 단체를 만들어 정권에 비판적인 시위를 방해하는 활동을 해 왔습니다.
그런데 다름아닌 대통령실 비서관이 직접 김상진을 ‘잘 활용하고 있다’ 라고 발언한 것이죠.🤔 윤석열 대통령실이 극우 유튜버를 직접 관리하며 정권 유지에 활용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발언입니다.
이상의 내용으로 봤을 때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대통령실은 꽤 오랜 시간동안 극우 유튜버들과 깊은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대통령 취임 당시에도 몇몇 극우 유튜버가 취임식에 참석해 논란이 되기도 했죠.
약 2년 반의 임기 동안 윤석열 대통령은 유튜버들에게 지지와 위로를 받고, 유튜버들은 대통령의 권위를 이용하며 서로 일종의 공생 관계를 이루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대통령과 극우 유튜버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음모론을 키워갔고, 그 결과 12.3 내란과 서부지법 폭동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연달아 일어났습니다.
아시다시피 음모론은 간단명료하고 자극적입니다. 반면 진실은 때때로 복잡하고 지루합니다. 우리 사회가 부정선거 음모론을 몰아내기 위해서는 앞으로 긴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음모론에 빠진 대통령과 유튜버들이 어떻게 사회를 무너뜨리는지, 지난 내란과 폭동 사태를 통해 똑똑히 목격했습니다. 뉴스타파는 앞으로도 윤석열 대통령과 극우 유튜버, 그리고 그들이 믿고 있는 음모론에 맞서 진실만을 취재하고 보도해 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