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1일, 장마가 그치고 다시 폭염이 찾아왔던 날.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와 한상진 기자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을 찾았습니다. 이른바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첫 번째 재판에 피고인으로 참석하기 위해서였습니다.🤨
▲ 7월 31일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한 한상진 기자.
‘윤석열 명예훼손’ 재판부, “핵심은 윤석열 검사의 봐주기 수사 여부”🤔
지난 호 타파스에서도 말씀드렸지만, 검찰이 문제 삼고 있는 기사는 뉴스타파가 지난 2022년 보도한 이른바 ‘김만배 음성파일’ 보도입니다. 당시 뉴스타파는 ‘대장동 업자’ 김만배 씨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의 대화 내용을 입수해 보도했는데요.
뉴스타파가 이 기사에서 제기한 핵심 의혹은 바로 윤석열 대통령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봐주기 의혹’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 검찰 선배인 박영수 변호사의 청탁을 받고 부산저축은행 브로커 조우형 씨를 봐줬다는 의혹이에요. 뉴스타파가 이 기사를 보도하자 다른 여러 언론사에서도 같은 의혹을 보도하기 시작했습니다.🤔
▲ 윤석열 검사의 봐주기 수사 의혹이 담긴 ‘김만배 음성파일’ 보도 화면 갈무리.
하지만 검찰은 뉴스타파의 ‘김만배 음성파일’ 보도 내용이 명백한 허위라는 주장입니다. 또 뉴스타파와 일부 언론사들이 김만배 씨와 공모해서, 윤석열 대통령(보도 당시 대선후보)의 명예를 훼손할 목적으로 일부러 허위 보도를 퍼뜨렸다고 보고 있어요.🤨
문제는 검찰의 주장에 딱히 근거가 없다는 점입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윤석열 검사가 조우형을 봐주지 않았다’ 라는 주장을 장황하게 늘어놓았을 뿐, 이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어요.
반면 뉴스타파는 여러 후속 보도를 통해 당시 ‘봐주기 수사’가 있었다는 정황 증거들을 제시해 왔습니다.(자세한 내용은 뉴스타파 ‘대장동 X파일’ 시리즈를 참고하세요!)
게다가 7월 31일 재판에 참석한 김만배 씨 측 변호인은 ‘뉴스타파가 보도한 김만배와 신학림의 대화 내용은 사실’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어요.
재판부 역시 검찰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핵심은 윤석열 검사의 봐주기 수사 여부’ 라며, 앞으로의 재판에서 봐주기 수사 여부를 직접 따져 보겠다고 말했습니다.
뉴스타파가 ‘허위 보도’로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려면, 먼저 보도 내용 자체가 허위인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이로써 검찰은 윤석열 검사의 ‘봐주기 수사’ 의혹을 스스로 검증해야 되는 처지에 놓였어요.🤔
즉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시작된 재판이 오히려 윤석열 검사의 봐주기 수사 여부를 밝히는 재판으로 그 성격이 바뀌게 된 것입니다.
재판부, 검찰 공소장 읽더니 “윤석열 명예훼손과 무슨 상관?”🤨
또 이날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장 내용을 조목조목 지적하기도 했는데요. 검찰이 공소장에 사건과 무관한 내용을 너무 많이 적었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에는 ‘공소장일본주의(公訴狀一本主義)’ 라는 원칙이 있습니다. 검찰이 사건을 재판에 넘길 때 공소장에는 혐의와 무관한 사실을 적어선 안 된다는 원칙이에요. 혐의와 상관 없는 사실이 판사의 결정에 잘못된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검찰은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공소장의 상당 부분을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 관련 내용으로 채워 넣었습니다. 김만배 등 대장동 업자들이 개발특혜 비리를 은폐하기 위해 허위 사실(소위 ‘이재명 공산당 프레임’)을 퍼뜨렸다는 내용이었는데요.
▲ 검찰의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공소장.
재판부는 ‘이재명 대표 관련 내용이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과 무슨 관련이 있느냐’, ‘관계 없는 내용을 공소장에 넣은 이유가 뭐냐’ 라며 검찰의 공소장 내용을 여러 번 지적했습니다. 심지어 ‘명예훼손 사건 공소장이 아니라 공직선거법 공소장 같다’ 라며 사실상 공소장을 고쳐서 내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이에 대해 검찰은 ‘허위 보도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배경을 설명한 것’이라고 답변했지만, 재판장이 재차 지적하자 일단 ‘검토해 보겠다’ 라며 한 발 물러섰습니다.
‘대통령 호위견’ 검찰, 대통령 손 물었나?😅
처음에 말씀드렸듯이 검찰은 지난 10개월간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을 대대적으로 수사해 왔습니다. 검사 10명 규모의 특별 수사팀까지 꾸려서 말이죠. 이 사건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전현직 언론인이 총 11명, 그 중에 압수수색을 당한 언론인만 총 8명에 이릅니다.
그런데 검찰의 수사 결과나 다름없는 공소장에는 명예훼손 혐의를 입증할만한 뚜렷한 증거도 없었고, 오히려 사건과 관계 없는 내용이 가득했습니다. 판사가 여러 번에 걸쳐 ‘공소장을 고쳐 내라’고 지적할 정도로요.😅
앞으로의 재판 역시 검찰의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큽니다. 검찰은 뉴스타파가 제기한 ‘윤석열 검사의 봐주기 수사 의혹’을 스스로 검증해야 할 처지에 놓였고, 이 과정에서 대통령의 치부를 검찰 스스로 들추게 될 수도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지난 2년여간 검찰은 마치 대통령의 ‘호위견’처럼 움직여 왔습니다. 언론인, 정치인, 공무원 등 누구든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르면 가차 없이 수사와 기소라는 이빨을 휘둘렀습니다. 반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등 주변 인물에게는 마치 ‘애완견’처럼 납작 엎드리는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이러한 검찰의 태도는 오히려 자신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자신의 미래를 위태롭게 하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시작된 수사 역시 어쩌면 검찰 스스로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는 결과로 끝날지도 모릅니다. 뉴스타파는 앞으로도 이 사건의 쟁점과 재판 과정을 계속 보도해 나가겠습니다.🌮
지난 7월 27일로 한국전쟁 정전협정을 체결한 지 71년이 됐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현재진행형인 전쟁이 있습니다. 바로 삐라를 통한 심리전입니다. 최근에도 북한의 오물 풍선, 남한의 대북 전단 살포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뉴스타파함께재단 출판 사업부 ‘도서출판 뉴스타파'에서 정전협정 71주년을 맞아 <당신이 보지 못한 한국전쟁, 삐라심리전>을 출간했습니다. 이 기록집은 도서출판 뉴스타파가 연작으로 기획한 <당신이 보지 못한 한국전쟁> 시리즈 2번째 책입니다. 지난해 정전협정 70년에 맞춰서는 <당신이 보지 못한 한국전쟁> 시리즈 첫 책인 <초토화 폭격> 편을 출간했습니다.
<당신이 보지 못한 한국전쟁, 삐라 심리전>은 한국전쟁 때 심리전이 남긴 냉전 세계관을 수백 종의 삐라와 관련 자료로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사진집입니다. 과거 심리전이 짜놓은 틀에 갇혀 남과 북이 서로를 혐오하고 적대하게 된 기원을 이 책에서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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