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5일 검찰 조사에 출석한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 한 달 후 검찰은 김 대표를 재판에 넘겼습니다.

검찰이 문제삼고 있는 기사는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보도한 이른바 ‘김만배 음성파일’ 기사입니다. 당시 뉴스타파는 “윤석열 대통령 후보가 과거 부산저축은행 관련 사건을 수사하면서, 박영수 변호사(전 특검)의 부탁을 받고 부산저축은행 브로커인 조우형을 봐줬다”는 취지의 김만배 씨 음성 파일을 보도했는데요.🤔

검찰은 김만배 씨의 말이 거짓말일뿐더러, 뉴스타파 등 언론사들이 윤석열 후보를 공격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김만배 씨의 거짓말을 퍼뜨렸다고 보고 있습니다. 

만약 검찰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우리나라 언론인들은 ‘거짓말인 걸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담합해서’ 거짓 기사를 퍼뜨리는 못된 무리(?)들에 불과한 셈이죠. 물론, 다행히도 지난 10개월간 검찰의 주장이 사실이라는 증거는 딱히 나오지 않았습니다.😅

윤석열 정부 검찰, 대통령 ‘심기 경호’ 위해 특별팀 꾸렸나

어쨌든 검찰은 이 사건에 꽤나 진심인듯 합니다. 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꾸려진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특별수사팀’은 자그마치 검사 10여 명 규모를 자랑하고요.(참고로 현재 공수처가 검사 20명 규모입니다) 특별수사팀의 수사를 받고 있는 전현직 언론인이 총 11명, 그 중에 압수수색을 당한 언론인만 8명에 달합니다.😰

이 사건을 둘러싼 검찰의 수사 행태는 여러 모로 문제적입니다. 우선 유력 대선후보에 대한 검증 보도가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도 의문이고요. 명예훼손 사건 때문에 검사 10여 명이 특별수사팀까지 꾸릴 필요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검찰이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심기 경호’를 위해 무리한 수사를 펼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여러 불법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검찰은 법원이 정한 압수수색 범위를 대놓고 어기는가 하면, 수사 중인 사건과 무관한 자료를 임의대로 압수해가는 등 불법 행위를 자행하고 있는데요.

검찰이 ‘대통령 명예훼손’의 증거를 딱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 달리, 검찰의 ‘불법 압수수색’은 카메라에 똑똑히 증거가 남아 있습니다. 이번 주 ‘타파스’는 검찰이 압수수색 과정에서 자행한 각종 불법 행위와 그 증거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검찰 특별수사팀, 뉴스타파 기자 노트북 ‘불법 수색’ 😰

지난해 9월 14일, 검찰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특별수사팀이 뉴스타파 한상진 기자의 자택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아침 출근 시간에 맞춰 들이닥친 이들은 한 기자의 집안 곳곳을 샅샅이 뒤졌습니다.

이날 검찰은 한상진 기자의 집에서 노트북 3대를 압수수색했습니다. 사용한지 오래 돼 전원이 들어오지 않는 노트북은 아예 분해해서 하드디스크 속 정보를 수색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날 검찰의 수색 과정은 명백한 불법이었어요.🤨 아시다시피 압수수색은 검찰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에 따라 집행되어야 합니다. 검찰이 마음대로 압수수색을 진행할 경우, 사건과 관련 없는 자료나 민감한 개인정보 등이 무분별하게 수집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당시 법원은 한상진 기자의 자택에서 노트북에 대한 압수수색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이 사실은 당시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에 분명히 적시돼 있는데요.

위 사진은 한상진 기자 압수수색 당시 법원이 발부한 영장 일부입니다. ‘다’ 항목과 ‘라’ 항목에 걸쳐 대각선으로 줄이 그어져 있는데, 이는 해당 항목 전부 압수수색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그리고 법원이 압수수색을 불허한 ‘라’ 항목에는 한상진 기자의 PC와 노트북 컴퓨터 등이 적시돼 있습니다. 즉 당시 법원은 한 기자의 노트북은 압수수색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죠.

그런데 검찰은 한 기자의 자택에 들이닥쳐 버젓이 노트북을 열고 그 안에 있던 자료를 뒤졌습니다. 검찰이 법원의 판단을 무시하고 임의대로 압수수색을 한 것입니다.🤨

이건웅 검사는 압수수색 범위 알았나? 몰랐나? 🤔

혹시 담당 검사가 압수수색 범위를 잘 몰랐던 것은 아닐까요? 만약 그렇다고 해도 해당 검사의 무능함만 증명하는 꼴이겠지만, 적어도 이 사건에서 검사는 압수수색 범위를 명확히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상진 기자의 집이 압수수색당할 무렵, 뉴스타파 봉지욱 기자의 자택에서도 같은 내용의 영장으로 압수수색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봉 기자의 집에 들이닥친 검사와 수사관들은 노트북을 수색하지 않았어요.

이를 의아하게 생각한 봉 기자가 이유를 물어보니, 검찰 측은 “노트북은 영장에 없다” 라며 굉장히 아쉬워했다고 합니다. 즉 검찰 스스로도 압수수색 범위를 명확히 알고 있었던 것이죠. 

하지만 이날 한상진 기자 자택 압수수색을 담당한 서울중앙지검 이건웅 검사와 수사관들은, 한 기자의 노트북은 물론 기자가 주고받은 이메일, 책장에 놓여 있던 문서와 개인적인 우편물까지 뒤졌습니다. 모두 법원이 압수수색을 불허한 것들이었습니다.

만약 해당 검사가 압수수색 범위를 몰랐다면 기본적인 업무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고, 만약 압수수색 범위를 알았다면 카메라 앞에서 대놓고 불법 압수수색을 자행한 셈입니다. 어느 쪽이든 검사로서 심각한 결격 사유가 아닐 수 없습니다.🤨

검찰, 사건과 관계 없는 자료도 압수… 기자 사찰 의혹도 🤨

또 검찰 ‘윤석열 명예훼손’ 수사팀은 수사 과정에서 사건과 관련 없는 자료도 마구잡이로 압수해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해 10월 11일, 검찰이 허재현 리포액트 기자의 자택을 압수수색했습니다. 2022년 3월 1일 허 기자가 쓴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 기사가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였어요.😰

당시 법원은 허재현 기자 자택 압수수색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거의 모든 내용을 허락했습니다.🤔 검찰은 영장에 따라 허 기자의 노트북, 휴대전화, 하드디스크 등을 압수해 갔어요. 

▲ 검찰이 허재현 리포액트 기자로부터 압수한 전자정보 목록 일부. 명예훼손 사건과 관련이 없는한동훈 전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 자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물론 ‘검찰이 수사를 하다 보면 이런저런 자료가 섞일 수도 있는 것 아니냐’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검찰이 이렇게 수사와 상관없는 자료를 임의로 보관하고 있다가, 나중에 ‘별건 수사’ 등 피의자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점이에요.😰

지난 4월 대법원은 검찰이 수사중인 사건과 관련 없는 정보를 보관하는 것 자체도 위법할뿐더러, 나중에 다른 사건 수사에 활용하는 것 역시 위법하다고 판결했습니다. 즉 검찰이 허재현 기자의 자료 중 사건과 관련 없는 자료를 보관하고 있는 것 역시 명백한 위법 행위에 해당됩니다.🤨

또 허재현 기자와 마찬가지로 ‘윤석열 명예훼손’ 혐의로 압수수색을 당한 봉지욱 뉴스타파 기자, 이진동 뉴스버스 대표도 사건과 관계 없는 자료 상당수를 압수당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검찰이 압수수색을 빌미로, 기자들의 취재 활동 전반을 사찰하고 압박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혹이 제기됩니다.😰

불법 압수수색, 검찰의 ‘깊은 상처’ 될 수도 😰

언론을 향한 윤석열 정부 검찰의 수사가 점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8일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와 한상진 기자가 기소된 데 이어, 조만간 다른 언론인에 대한 기소도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옵니다.

유력 대선 후보, 그것도 평생을 공직자로 살아온 후보가 공직 수행 중에 잘못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있었습니다. 언론은 이 의혹을 여러 각도에서 검증해 그 결과를 기사 형태로 내놓았습니다.

이 때 많은 공직자들은 의혹을 적극적으로 해명하거나,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제소하는 정도에 그칠 것입니다. 해명이 불가능한 수준의 의혹이라면 차라리 깔끔하게 잘못을 인정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달랐습니다. 최초의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답게(?) 검찰은 마치 대통령의 손발처럼 움직이며, 감히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이들을 향해 수사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검사 10여 명 규모의 ‘특별 수사팀’까지 꾸려서 말이죠.

문제는 그 과정에서 검찰 스스로의 불법, 위법 행위들이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검찰이 대통령의 심기를 경호하려고 서두르다가 탈이 난 것인지, 아니면 원래 검찰이 그런 조직이라서 그런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검찰 또한 법 아래 있는 조직임을 명심하지 않는다면, 검찰이 휘두르는 칼날은 결국 검찰 자신에게 깊은 상처를 남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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