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AN is Ready’
구독자 여러분, 혹시 이 문구 기억하시나요?😅 바로 부산시가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전에 뛰어들면서 내세웠던 문구인데요.
지난해 11월 29일, 엑스포 유치전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많은 국민들이 ‘2030 부산 엑스포’를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BUSAN is Ready’ 라는 문구가 전국을 뒤덮었고, 언론에서는 ‘49대 51까지 쫓아왔다’, ‘오늘 밤 대역전극’ 이라며 희망적인 관측을 내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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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1월 24일 프랑스 파리에서 부산 엑스포 유치에 대한 지지를 당부하는 윤석열 대통령.(출처: 코리아넷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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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시다시피 이 엑스포 유치전의 결과는 ‘대참패’로 끝났습니다.😰 한국의 개최 후보지였던 부산은 전체 178표 중 29표를 확보하는데 그쳤고,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가 119표를 얻어 2030 엑스포 개최지로 선정됐습니다.
당시 저는 이 결과를 보고 실망감을 넘어 ‘허탈한’ 감정을 느꼈는데요.😅 사실 저는 엑스포 개최에 별 기대가 없는 편이었지만, 그럼에도 언론 보도와 너무도 다른 결과 때문에 마치 속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 같아요.
이렇듯 ‘대참패’로 끝난 부산 엑스포 유치전에 정부가 쓴 예산은 지난해에만 총 3,200억 원에 달합니다. 하지만 정부는 이 돈을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전혀 밝히지 않고 있어요.🤔
뉴스타파는 수천억 원에 달하는 국민 세금이 대체 어떻게 집행됐는지, 왜 그 많은 돈을 쓰고도 119대 29라는 초라한 결과가 나왔는지 검증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 ‘타파스’는 뉴스타파가 분석한 부산 엑스포 유치전의 실체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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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엑스포 홍보비’ 해외보다 국내에 많이 썼다 🤨
뉴스타파는 우선 엑스포 유치전의 당사자였던 부산시를 집중 검증하기로 했습니다. 부산시가 엑스포 유치를 위해 집행한 예산은 총 330억 원 규모인데요. 뉴스타파는 이 330억 원의 지출 내역 1,261건을 모두 확보해 예산 검증에 나섰습니다.
부산시가 사용한 엑스포 예산 330억 중 약 91%에 달하는 300억 원은 ‘유치·홍보비’ 명목으로 쓰였습니다.🤔 이 중 약 181억 원은 롯데그룹 계열사인 대홍기획에 종합용역비로 지출됐고, 나머지는 부산시가 직접 홍보비 명목으로 지출했어요.
그런데 뉴스타파는 부산시가 지출한 홍보비 내역을 분석하던 중, 황당한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해외 홍보비보다 국내 홍보비를 더 많이 지출했다는 사실이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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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시가 지출한 국내 홍보비는 약 70억 3천만 원에 달한 반면, 해외 홍보비는 48억 5천만 원에 그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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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가 국내 언론과 광고에 쓴 홍보비는 약 70억 3천만원에 달한 반면, 해외 홍보비는 이보다 약 22억 원이 적은 48억 5천만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비율로 따지면 국내와 해외 홍보비가 약 6대 4로 지출된 셈이죠.🤔
엑스포 개최지 선정은 BIE(국제박람회기구) 소속 179개 회원국의 투표로 결정됩니다. 당연히 투표에서 이기려면 한국을 제외한 나머지 178개 국가에 홍보를 집중해야겠죠. 그런데 부산시는 거꾸로 178개 회원국에 지출한 홍보비보다 더 많은 돈을 국내 홍보에 쏟아부었습니다.😰
물론 부산시가 국내 홍보비를 쓴 것 자체는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엑스포 유치를 위해 국내 여론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그럼에도 전 세계 BIE 회원국에 쓴 홍보비보다 국내 홍보비가 약 1.5배나 많다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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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홍보비 수천만 원씩 펑펑… 보여주기식 홍보 의혹도 🤨
세부 지출 내용을 살펴보면 더 황당한(?) 사례가 눈에 띕니다. 부산시는 코미디언 샘 해밍턴 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THE윌벤쇼’에 ’그린클 챌린지’ 영상을 올리는 대가로 약 4,200만 원을 지급했는데요.
‘그린클 챌린지’는 엑스포 유치를 위해 부산시가 기획한 대국민 참여 캠페인이었습니다. 문제는 영상이 업로드된 7월 7일 시점에는 그린클 챌린지 체험 부스가 이미 철거되어 참여가 불가능했다는 점이에요.😰 사실상 홍보 효과가 거의 없는 영상을 위해 세금 4,200만 원이 쓰인 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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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타파가 입수한 부산시 내부 문서 중 일부. 유튜브 채널 ‘THE 윌벤쇼’에 홍보 영상을 올리는 대가로 4,235만 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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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가 정말로 엑스포를 유치하고 싶었다면, 최대한 효과적인 홍보 전략을 세우고 홍보 결과물에 대해서도 면밀히 검토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부산시는 엑스포 유치를 직접 결정하는 BIE회원국보다 국내 홍보에 더 치중했을뿐더러, 그 결과물 일부도 제대로 검수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요.
부산시가 정말 엑스포 유치에 최선을 다했던 것인지, 아니면 그저 ‘보여주기’식 홍보에 치중했던 것인지 의문스러울 따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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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동아·중앙·한경과 ‘기사 거래’ 구체적 정황 😰
뉴스타파는 또 부산시가 일부 언론사에게 돈을 주고 엑스포 홍보 기사와 칼럼을 싣도록 한 정황도 발견했습니다.
‘언론사도 회사인데 돈 받고 기사를 써 주는 것이 뭐가 문제냐’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원래 기사는 객관적 사실을 담아야 하기 때문에 금전 거래의 대상이 되어선 안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돈을 준 쪽(광고주)의 ‘주장’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으니까요.
뉴스타파는 부산시의 엑스포 예산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여러 문서를 입수했는데요. 그 중 눈에 띄는 것이 바로 ‘2023 부산세계박람회 PR 프로그램 활용 홍보계획’ 이라는 문서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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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타파가 입수한 부산시 내부 문서 중 일부. 언론사 등을 통해 엑스포 유치를 홍보하는 계획이 담겨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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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작성된 이 문서에는 국내 주요 일간지와 방송사, 라디오, 온라인 채널 등을 활용해 엑스포 유치를 홍보하는 계획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 중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문서 하단에 있는 ‘릴레이 기고’와 ‘기획기사 연재’ 부분이에요.
문서 내용에 따르면 부산시는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국일보, 한국경제에 엑스포 홍보 칼럼과 기획기사를 싣도록 하고, 그 대가로 총 1억 3,200만 원을 지급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입니다. 즉 유력 신문사들과의 ‘기사 거래’를 시도한 셈인데요.🤔
그렇다면 부산시의 ‘기사 거래’ 계획은 과연 그대로 실현됐을까요? 그 답은 부산시가 지난해 6월 작성한 공문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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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타파가 입수한 부산시 내부 문서 중 일부. 동아일보, 중앙일보, 한국경제에 기사 게재 및 지면 광고료를 지급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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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PR 홍보비 지급 의뢰’ 라는 제목의 이 공문에는 부산시가 총 1억 3,200만 원의 홍보비를 동아일보(4,400만 원), 중앙일보(5,500만 원), 한국경제(3,300만 원) 등 3개 언론사에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즉 세 달 전에 부산시가 계획했던 ‘기사 거래’가 문제 없이 성사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인데요. 이 공문을 작성한 담당자는 꼼꼼하게도(?) 각 언론사가 쓴 기사와 칼럼을 ‘증빙자료’로 첨부하기도 했습니다.
즉 동아일보, 중앙일보, 한국경제가 부산시의 홍보비를 받고 기사를 써준 구체적 정황이 확인된 것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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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참패’ 부산 엑스포, 언론 책임은 없나 🤔
물론 언론사 입장에서 부산 엑스포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언론사가 스스로 판단해 취재한 내용을 기사로 쓰는 것과, 돈을 받고 기사를 써 주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에요.
지난해 11월, 엑스포 유치전의 결과가 나오기 직전까지만 해도 국내 언론들은 ‘부산이 엑스포 유치할 것’, ‘사우디에 역전했다’ 라며 희망적인 관측을 내놓기 바빴습니다. 심지어 119대 29라는 압도적인 표차가 나온 뒤에도 ‘석패’ 라며 이해할 수 없는 보도를 내놓기도 했어요.
언론 나름대로는 ‘정부에서 발표한 자료를 믿었을 뿐’이라고 변명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왜 정부의 자료를 별다른 의심 없이 받아썼는지 언론 스스로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와 부산시 등 공공기관의 홍보비를 받고, 그들의 입맛에 맞는 기사를 써주는 행태가 우리 언론계에 뿌리박혀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최근 언론계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애완견’ 발언을 두고 거센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표의 발언이 적절했는지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정부의 홍보비를 받고 정부가 제공하는 자료를 그대로 받아쓰는 행태는 사실상 정부의 ‘애완견’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과연 우리 언론은 ‘애완견’이 아닌 ‘감시견’ 역할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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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영화 <판문점> 개봉! 극장에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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