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1심 재판부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징역 9년 6개월의 중형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이화영 전 부지사의 여러 혐의(뇌물, 정치자금법, 외국환거래법)에 대해 모두 유죄 판결을 내렸는데요. 이 중에서 가장 관심을 받는 부분은 바로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입니다. 한마디로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그룹과 공모해, 무단으로 북한에 돈을 보냈다는 것이죠.🤔
문제는 이 판결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언급됐다는 점입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 ‘이화영이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을 대납할 목적으로 북한에 돈을 보냈다’ 라고 적었습니다. 즉 이재명 대표도 이 사건과 연결돼 있다고 본 거예요.
1심 판결이 나온지 닷새만인 지난 12일, 검찰은 외국환거래법 위반, 제3자 뇌물 혐의 등으로 이재명 대표를 기소했습니다. 여기서 ‘제3자 뇌물’ 혐의는 쉽게 말해 이재명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목적으로 북한에 돈을 보내도록 했다는 혐의입니다.🤔 이로써 이재명 대표는 지금 받고 있던 3개의 재판에 더해 총 4개의 재판을 한꺼번에 받게 됐어요.
|
|
|
▲ 지난 12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는 이재명 대표. (사진출처: 뉴스1) |
|
|
뉴스타파는 앞서 ‘대북송금 사건’의 숨겨진 실체를 파헤치는 ‘대북송금 X파일’ 연속 보도를 이어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쌍방울그룹이 주가조작을 목적으로 북한에 돈을 보냈다는 내용의 국정원 비밀 문서를 공개하기도 했는데요.
뉴스타파는 이어진 취재를 통해 대북송금 사건 1심 판결을 뒤흔들만한 새로운 정황들을 포착했습니다. 이번 주 ‘타파스’에서는 대북송금 사건 1심 판결 내용과 새롭게 드러난 의혹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
|
|
국정원 보고서보다 ‘대북송금 공범’ 신뢰한 1심 재판부 🤔
먼저 ‘대북송금 사건’ 1심 재판의 판결문을 살펴 보겠습니다. 재판부는 이화영 전 부지사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주요 근거로 ‘김성태, 방용철, 안부수 등 사건 관련자들의 진술이 일관되고 신빙성 있다’ 라는 점을 들었는데요. |
|
|
▲ 이화영 전 부지사 1심 판결문 중 일부. 김성태, 방용철, 안부수의 진술이 일관되고 신빙성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
|
|
김성태 쌍방울그룹 회장과 방용철 부회장, 그리고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회장은 모두 대북 송금에 깊숙이 개입한 ‘공범’들입니다. 이들의 주장은 ‘쌍방울이 북한에 보낸 돈 800만 달러는 경기도의 스마트팜 사업비와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을 대신 내준 것’ 이라는 거예요.
그런데 뉴스타파는 이들의 주장과 배치되는 국정원 요원의 비밀 문건을 입수해 공개한 바 있습니다. 국정원 블랙요원 김 모 씨가 작성한 이 문건에는 쌍방울그룹이 계열사 ‘나노스’의 주가조작을 위해 대북 사업을 추진한 정황이 담겨 있었어요.🤨
이 문건의 내용대로라면 쌍방울이 북한에 보낸 돈 800만 달러 역시 주가조작을 위한 것이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이 영상에 잘 정리돼 있으니 참고하세요!)
그런데 재판부는 어째서인지 해당 국정원 문건의 내용은 대부분 배제하고, 대북송금 사건의 공범 3명(김성태, 방용철, 안부수)의 진술이 ‘신빙성 있다’ 라고 판단했습니다. 국정원 문건 중에서도 이들의 증언을 뒷받침하는 표현이 있는 문건만을 취사 선택했죠.
그 결과 재판부는 ‘쌍방울이 북한에 보낸 돈은 이재명의 방북 비용’ 이라는 판결을 내리게 됐어요. 대북송금 사건 공범 3인방의 주장을 사실상 인정한 셈입니다.🤔 |
|
|
두 달만에 뒤집힌 진술… 검찰청 ‘진술 세미나’ 있었나 😰
물론 재판부의 판단대로 3명의 주장이 정말 믿을만하다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실제로 판결문에 적혀있는 것처럼 2023년 4월 경부터 3명의 주장이 서로 일치한 것, 이 주장이 일관되게 이어진 것 자체는 사실이에요.
문제는 2023년 4월 이전의 상황입니다. 같은 해 2월까지만 해도 안부수 아태협 회장은 ‘이재명의 방북 비용’ 같은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화영 부지사가 북한 측과 이재명 지사의 방북 관련 회의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 “그런 이야기는 없었다” 라고 선을 긋기도 했어요.
그런데 4월이 되자 안부수 회장은 ‘쌍방울이 북한에 준 돈은 이재명의 방북 비용’ 이라며 말을 바꾸기 시작합니다. 1월에 태국에서 체포돼 송환된 김성태 쌍방울 회장과 일치하는 주장이었어요. 대체 이 몇 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요?🤨
뉴스타파는 2023년 2~3월 당시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던, 쌍방울그룹 임원 A씨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바로 당시 김성태, 방용철, 안부수 등 대북송금 사건 공범들이 검사실에 모여 있는 모습을 수 차례 봤다는 이야기였어요.😰 |
|
|
A씨의 증언을 종합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검사실에서 김성태, 방용철 등 쌍방울 임원진이 수 차례 모였다. ②당시 안부수도 함께 만났다. ③김성태와 이화영도 별도의 공간에서 따로 만났다. ④담당 검사도 함께 있었다.
이들이 모여서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이 사건의 주요 피의자들이 한 공간에 모여있다는 것 자체가 부적절해 보이는 건 사실입니다.🤔 사건 자체가 진술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만큼, 서로 입을 맞춰서 진술 방향을 바꾼다면 사건에 대한 판결도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더군다나 A씨는 당시 ‘검사가 공범들을 모아놓고 교도관들은 밖에서 대기하도록 했다’ 라고 말했는데요. 이 말이 사실이라면 분리된 공간 안에 오직 검사와 공범들만 있었다는 얘기가 됩니다. 검사가 피의자들을 모아놓고 진술 내용을 조율했을 가능성, 즉 ‘진술 세미나’를 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정황이에요.😰 |
|
|
쌍방울, 안부수 측에 ‘송파구 오피스텔’ 제공했다 🤨
뉴스타파는 또 2023년 3월, 쌍방울그룹이 안부수 아태협 회장 측에게 금품을 제공한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쌍방울 측에서 안부수 회장의 딸 안 모 씨에게 서울 송파구 소재 오피스텔을 마련해줬다는 것인데요.🤨 |
|
|
▲ 쌍방울그룹이 안부수 회장 딸에게 제공한 서울 송파구 거여동 오피스텔. |
|
|
이 사실은 위에서 나온 쌍방울 임원 A씨와 안부수 회장의 측근 B씨의 증언으로 교차 확인됩니다. 먼저 B씨는 ‘2023년 3월경 쌍방울그룹이 안 회장 딸에게 집을 마련해줬다’ 라며, 자신이 직접 안부수 회장의 딸과 연락하며 이사 준비를 한 정황을 공개했어요. B씨의 말에 따르면 이 오피스텔은 구속중이던 안부수 회장이 석방 이후 사용할 목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또 A씨는 자신이 ‘쌍방울그룹 윗선’의 지시로 오피스텔을 구해줬다고 증언했습니다. A씨는 당시 김성태 회장의 지시를 직접 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회장 지시 없이 진행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상 김성태 회장의 지시라고 봐도 된다’ 라고 말했어요.
실제로 뉴스타파 취재진이 문제의 오피스텔을 방문했을 때, 취재진은 안부수 회장의 딸 안 모 씨와 우연히 만날 수 있었습니다. “쌍방울에서 오피스텔을 구해준 것이 맞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안 씨는 “부모님께 여쭤봐야 한다” 라고만 대답했어요.🤔 |
|
|
‘대북송금 공범’ 3인 진술 둘러싼 의혹들… 1심 판결 흔들리나 🤔
지금까지의 내용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2023년 2월까지 김성태, 방용철, 안부수의 진술은 일치하지 않았다. 오히려 안부수는 ‘이재명 방북비용’ 관련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이었다.
- 2023년 2~3월 검찰청에서 김성태, 방용철, 안부수 등이 한 자리에 모여있는 모습이 여러 차례 목격됐다. 검사와 피의자들의 ‘진술 세미나’ 의혹이 제기된다.
- 2023년 3월 쌍방울그룹은 사실상 김성태의 지시를 받아 안부수의 딸에게 오피스텔을 마련해줬다. 이 오피스텔은 안부수가 추후 사용할 목적도 있었다.
- 2023년 4월 안부수는 입장을 바꿔 ‘쌍방울이 북한에 보낸 돈은 이재명의 방북비용’ 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한다. 김성태, 방용철과 일치하는 주장이었다.
즉 김성태, 방용철, 안부수 3명의 진술이 일치한 것은 ‘진술 세미나 의혹’과 ‘오피스텔 제공’ 두 가지 사건이 연달아 일어난 이후의 일입니다. 혹시 이 사건들이 3명의 진술에 어떤 영향을 미쳤고, 그 결과 진술이 일치하게 된 것은 아닐까요?🤔
만약 ‘진술 세미나’로 인해 3명의 진술이 바뀌었거나, 안부수 회장이 오피스텔을 제공받은 대가로 진술을 뒤집었다면 대북송금 사건 1심 재판부의 판결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재판부는 ‘3명의 진술이 일치하고 신빙성이 있다’ 라는 것을 주요 근거로 삼고 있으니까요.
현재 이화영 전 부지사는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한 상태입니다. 2심에서도 같은 판결이 유지될지 아닐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재판부의 판단대로 대북송금 사건에 이재명 대표가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뉴스타파는 앞으로도 ‘대북송금 사건’을 계속해서 취재해 나가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새롭게 밝혀지는 사실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그대로 보도할 계획입니다. 앞으로도 뉴스타파의 보도에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
|
|
👉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영상을 참고하세요. |
|
|
회원 여러분의 뜨거운 성원으로 뉴스타파필름 새 영화 <판문점> 텀블벅 펀딩을 성공적으로 마감했습니다. 6월 19일부터 전국 극장에서 상영을 시작합니다.
영화 <김복동>을 제작한 뉴스타파 송원근 감독이 연출하고, 압도적인 목소리의 영화배우 박해일 씨가 내레이션을 맡은 영화 <판문점>은, 단절과 혐오의 시대에 우리가 알아야 할 '판문점'의 근원을 추적하고, 한국전쟁 와중에도 평화를 논의한 판문점이라는 장소의 의미를 찾는 작품입니다. 개봉 3일 전부터 CGV, 메가박스 등 극장별 예매 사이트에서 상영권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뉴스타파필름은 뉴스타파함께재단의 영화 제작 브랜드입니다. 함께재단은 뉴스타파 장기 탐사보도물을 중심으로 영화와 책을 만들고, 질 좋은 콘텐츠를 널리 알리는 활동을 합니다.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해 함께재단을 후원해주세요.
함께재단 후원하기: https://withnewstapa.org/support/ |
|
|
안녕하세요! 뉴스레터 ‘타파스’를 만들고 있는 현PD😎입니다. 더 나은 타파스를 만들기 위한 의견은 언제나 환영이에요. 이번 주도 타파스와 함께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
|
|
뉴스타파는 광고와 협찬을 받지 않고 오직 시민들의 자발적인 후원으로 제작·운영됩니다. 99% 시민을 위한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의 후원회원이 되어 주세요. |
|
|
서울특별시 중구 퇴계로 212-13(04625)
ⓒ The Korea center for investigative journalism, All Rights Reserved.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