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는 지난 20일부터 국가정보원(국정원) 비밀 문건을 바탕으로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는 ‘대북송금 X파일’ 보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뉴스타파가 공개한 국정원 문건에는 쌍방울 측이 자사의 주가조작을 위해 대북 사업을 추진한 정황이 담겨 있었습니다. 또 문건 작성자 중 한 명인 국정원 블랙요원 김 씨는 ‘복수의 요원들이 쌍방울의 주가조작 정황을 파악했다’ 라고 법정에서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만약 주가조작 의혹이 사실이라면, 쌍방울이 북한에 보낸 800만 달러의 목적도 주가조작이 아니었을지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쌍방울이 경기도와 이재명을 위해 북한에 800만 달러를 보냈다’ 라는 검찰의 수사 내용과는 배치되는 내용이죠.🤔
그러자 검찰은 지난 22일, 뉴스타파 보도가 나온지 이틀 만에 보도 내용을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검찰의 반박 내용을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 국정원 문건에는 쌍방울 대북송금이 경기도와 관련됐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 내용을 제외하고 일부 내용만을 발췌해 왜곡 보도했다.
- 검찰도 쌍방울의 주가조작 혐의를 수사했지만, 혐의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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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타파 보도에 대한 검찰의 반박 내용 일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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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타파스’에서는 이와 같은 검찰의 반박을 하나씩 재반박해보겠습니다. 뉴스타파는 국정원 문건과 대북송금 사건의 재판 기록, 그리고 검찰 수사 기록 속에서 검찰의 주장과 배치되는 정황들을 발견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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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주장 일치하는 국정원 문건? 작성자는 ‘문건 그대로 믿지 말라’🤔
먼저 검찰의 첫 번째 주장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그러니까 국정원에서 작성한 비밀 문건들 가운데, ‘경기도가 쌍방울 대북송금에 관련됐음을 입증하는 내용도 있다’ 라는 주장인데요.🤔
사실 뉴스타파가 입수한 국정원 문건을 살펴보면, 검찰의 주장과 일치하는 것으로 보이는 내용도 일부 존재합니다. 아래에 보여드릴 문건이 바로 그 중 하나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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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원 블랙요원 김 씨가 작성한 보고서 내용 일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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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문건에는 ‘황해도 시범농장(스마트팜) 사업 계획’이라는 내용과 함께,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50억 원 규모의 자금 지원을 약속했다’ 라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 내용만 보면 경기도가 북한에 스마트팜 사업비용 50억 원을 약속한 것이 사실로 보이기도 해요.🤔
지난해 6월 열린 대북송금 사건 재판에서, 검사는 이 문건을 작성한 국정원 요원 김 씨를 불러 질문했습니다. 만약 김 씨가 ‘문건의 내용이 사실이다’ 라고 말한다면, 검찰의 수사 방향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근거가 되는 셈이니까요. 그런데 정작 김 씨의 대답은 검찰의 기대와 전혀 달랐습니다.😰
법정에서 김 씨는 ‘해당 문건의 내용은 안부수 아태협 회장의 전언을 적었을 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당시 안부수 회장은 국정원의 협조자 역할을 하며 김 씨에게 정보를 보고하고 있었는데, 안부수가 북한 고위 인사를 만나서 듣고 온 이야기를 그대로 적었을 뿐이라는 것이죠.
김 씨는 또 ‘문건 작성 당시 안부수와의 신뢰에 금이 간 상태’ 였다고 말했습니다. 일단 안부수의 전언을 그대로 적긴 했지만 안부수를 신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것입니다.
또 김 씨는 ‘이화영의 50억 지급 약속 내용을 확인해 본 적 있냐’ 라는 검사의 질문에 ‘이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서 확인하지 않았다’ 라고 말했어요. 즉 이화영 부지사가 북한에 50억 원을 약속했다는 전언도 믿기 어려웠다는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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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6월 20일 국정원 요원 김 씨에 대한 비공개 증인신문 법원 녹취서. 검사가 묻고 김 씨가 답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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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자면, 검찰이 입수한 국정원 문건에 ‘경기도가 스마트팜 비용 50억을 약속했다’ 라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 자체는 사실입니다. 검찰은 이 내용을 바탕으로 경기도 이화영 부지사의 연루 의혹을 수사하고 있고요.🤔
그런데 정작 문건을 작성한 요원 김 씨는 해당 내용이 단순 전언에 불과할뿐더러, 전언 자체의 신뢰성도 의심된다고 증언했습니다. 즉 ‘경기도의 대북송금 연루 의혹을 입증하는 문건이 있다’ 라는 검찰의 주장은 문건 작성자인 김 씨에 의해 힘을 잃게 됐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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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기록에도 가득한 ‘쌍방울 주가조작’ 증거들😰
다음으로 ‘주가조작 혐의를 수사했으나 뚜렷한 증거가 없었다’ 라는 검찰의 주장을 살펴보겠습니다.
뉴스타파는 대북송금 사건을 둘러싼 검찰 수사 기록, 재판 기록을 입수해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검찰의 주장과는 배치되는, 쌍방울의 주가조작 의도를 보여주는 증거가 다수 발견됐어요.🤔
우선 대북송금 사건 당시 주가의 동향을 살펴보겠습니다. 당시 김성태 쌍방울그룹 회장은 북한 광물 자원을 개발하겠다며 쌍방울 계열사인 ‘나노스’(현재 퓨처코어)를 내세웠는데요. 2018년 남북 관계가 화해 분위기로 접어들자, 나노스는 이른바 ‘대북 테마주’로 분류되어 주가가 3배 가까이 폭등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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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당시 나노스의 주가 차트. 2천원 대였던 주가가 6~7천원 대까지 폭등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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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듬해 나노스가 안부수 아태협 회장, 김형기 전 통일부 차관 등을 영입한다고 발표하자, 안 그래도 높았던 주가는 더 치솟게 됩니다.
그런데 지난해 열린 대북송금 사건 재판에서, 쌍방울그룹 회장 비서실장 엄 모 씨는 ‘안부수 영입은 주가 부양을 염두에 둔 것’ 이라고 진술합니다. 당시 쌍방울 측이 인위적으로 주가를 띄우려는(주가조작) 의도가 있었다는 것이죠.🤨
쌍방울의 주가조작 의도는 다름아닌 검찰 수사 기록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검찰은 비서실장 엄 씨 등 쌍방울 임원들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압수했는데요. 이 대화에는 쌍방울 임원들이 기사에 댓글을 달아 주가를 부양하자고 논의한 사실이 담겨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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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이 압수한 쌍방울그룹 임원들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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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대화 내용을 보면, 누군가가 ‘나노스가 김형기 전 통일부 차관 영입했다’ 라는 내용의 언론 보도를 공유하면서 ‘N활성화’를 주문합니다. 이에 다른 사람이 ‘N활성화가 뭐냐’ 라고 되묻자, ‘나노스 댓글’이라며 댓글 공작을 지시하는 대화가 이어집니다.😰
여기서 ‘N활성화’를 주문한 인물은 바로 쌍방울 계열사 본부장 방 모 씨로 밝혀졌는데요. 방 씨는 2022년 검찰 조사에서 ‘김성태 쌍방울 회장이 주가 부양을 위해 댓글 작성을 지시했다’ 라고 실토했습니다.
방 씨는 또 ‘김성태의 목적은 대북사업 공시를 통해 나노스 주가를 부양하는 것이었냐’ 라는 검사의 질문에 ‘누가 봐도 그런 의도였다’ 라고 확답했어요. 사실상 김성태 회장이 주가조작을 목적으로 대북 사업을 추진한 것을 인정한 셈입니다.🤔
전 쌍방울 최고 재무 담당자인 장 모 씨 역시 2022년 검찰 조사에서 ‘김성태의 대북사업은 결국 나노스 주가를 띄우기 위한 것’이라고 인정했습니다. 즉 주가조작이 대북사업의 핵심 목적이었음이 다름아닌 쌍방울 임원들의 진술로 확인된 셈이죠. 그리고 검찰은 이와 같은 진술을 적어도 2022년부터 확보하고 있었습니다.😰
즉 ‘쌍방울의 주가조작 가능성을 수사했으나 증거가 없었다’ 라는 검찰의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있습니다. 오히려 검찰은 주가조작 가능성을 입증하는 증거를 확보해놓고도, 이를 언론에 알리지 않고 숨기고 있었습니다. ‘쌍방울이 경기도와 이재명을 위해 북한에 돈을 보냈다’ 라는 검찰 수사 방향과는 정 반대의 증거들이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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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리한 증거 숨기기 바쁜 검찰… ‘객관의 의무’는 어디에?🤨
검사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의무 중에 ‘객관의 의무’라는 것이 있습니다. 피의자나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 검찰의 수사 방향과 맞지 않는 증거라고 해도 이를 숨기면 안 된다는 의무입니다.🤔
하지만 많은 검사들이 이 ‘객관의 의무’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위반하고 있습니다. 수사 방향과 맞지 않는 증거는 철저히 숨기고, 수사 방향에 맞는 증거는 이른바 ‘법조 기자’들에게 슬쩍 ‘흘려’주곤 하죠. 검사가 흘린 증거는 언론을 통해 마치 사실인 것처럼 확대 재생산됩니다. 이것이 우리가 수없이 목격해온 검찰 수사의 ‘정석’과 같은 모습입니다.😰
이번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수사 과정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결과적으로 검찰의 수사 방향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이 사건에서 ‘경기도와 이재명 연루 의혹’이라는 한쪽 면만 보여준 채, ‘쌍방울의 주가조작 의혹’이라는 다른 면은 철저히 감추고 있었습니다.🤨
검찰이 애써 사건의 이면을 감추려고 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뉴스타파는 앞으로도 검찰이 감추고 있는 이면을 드러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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