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9일) 오전 10시,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2022년 8월 이후 19개월만에 열린 기자회견이자, 윤 대통령의 역대 두 번째 기자회견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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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출처: 대통령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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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에 앞서 많은 언론사에서 ‘예상 질답’을 뽑아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예상 질문으로는 주로 채상병 특검, 김건희 특검, 총선 참패에 대한 입장 등 정치 현안이 꼽혔는데요.
이에 대해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등 회피성 답변이 나올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지만, 이번에야말로 대통령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희망 섞인(?) 관측도 간혹 나오곤 했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아시다시피 대통령의 ‘마이 웨이’, 사실상 ‘내 갈 길 가겠다’ 라는 선언으로 끝났습니다.😰 19개월만의 기자회견은 왜 이렇게 허무하게 끝날 수밖에 없었을까요. 이번 주 ‘타파스’는 어제 있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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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동문서답’... 추가 질문은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기자회견의 핵심은 ‘채상병 특검법’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이 특검법의 대상이 다름아닌 대통령실과 윤석열 대통령 자신이기 때문인데요.
아시다시피 이 사건의 핵심 의혹은 해병대 채수근 상병의 사망 이후, 수사 과정에 대통령실의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입니다. 해병대 수사단이 채 상병 사망 사건의 수사 결과를 국방부에 보고했는데, 이를 본 윤석열 대통령이 격노해서 수사 결과를 뒤집으려 했다는 의혹이에요.🤔
예상대로 기자회견 도중 한국일보 김현빈 기자가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런데 이어진 대통령과의 질답은 질문도, 답변도 아쉬운 점이 많았어요. 먼저 기자의 질문부터 살펴 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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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빈 기자 :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중략) 대통령님이 이 특검법을 거부하실 것인지, 거부하신다면 이런 여론에도 불구하고 거부해야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리고요. 그다음에 이 사건 같은 경우에는 대통령실 외압 의혹과 대통령님께서 국방부 수사 결과에 대해서 질책을 했다는 의혹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도 입장 부탁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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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기자가 던진 질문의 핵심은 아래와 같습니다.
- 대통령은 채상병 특검법을 거부할 것인가. 만약 거부한다면 이유는 무엇인가.
- 대통령이 국방부 수사 결과에 대해 질책했다는 의혹이 사실인가.
사실 두 번째 질문은 위에서 말씀드린 ‘대통령 격노설’이 사실인지 물어본 것인데, 기자가 ‘질책’이라고 완곡하게 돌려 말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어려운 질문이었겠지만 좀 더 날카롭게 질문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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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회견에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질문하는 한국일보 김현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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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대통령은 기자의 질문에 대해 약 5분간 답변을 내놨습니다. 윤 대통령의 답변 내용을 그대로 옮기면 좋겠지만, 그럼 글이 너무 길어지니 핵심만 요약해 드릴게요.😅 대통령의 답변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젊은 해병이 순직한 일이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
- 무리하게 대민 작전을 수행한 것에 대해 국방부 장관에게 질책성 당부를 했다.
- 이 사건은 경찰과 공수처에서 수사하고 있는 사건이다.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
- 만약 국민들이 수사 결과에 납득하지 않는다면 내가 먼저 특검을 주장하겠다.
먼저 첫 번째 답변은 대통령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네 번째 답변은 일단 경찰과 공수처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는 말인데, 사실상 특검을 거부하겠다는 말과 마찬가지예요.😡
문제는 두 번째 답변입니다. 기자는 대통령이 ‘수사 결과’에 대해 질책했는지 물었는데, 대통령은 ‘무리한 대민 작전’에 대해 질책했다고 답했어요. 그야말로 동문서답의 전형 같은 답변입니다.🤨
그런데 대통령의 답변 이후, ‘그래서 수사 결과에 질책(격노)한 게 사실이냐’ 라며 추가 질문을 던지는 기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곧바로 다른 주제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고, 결국 채상병 특검의 핵심인 ‘대통령실 외압 의혹’에 대해서는 뚜렷한 답변을 듣지 못했어요.🤔
말씀드렸듯이 채상병 특검의 대상은 바로 대통령실과 윤석열 대통령 자신입니다. 그만큼 대통령의 입으로 직접 사건의 전말을 듣는 것이 중요할텐데, 대통령이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음에도 추가 질문을 던지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에요.😰 몇 달 전 미국에서 열렸던 바이든 대통령의 기자회견과 비교하면 아쉬움은 더 커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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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답 들을 때까지 질문하는 미국 기자들🤔
올해 초,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부통령 재임 시절 백악관의 기밀 문서를 유출한 혐의로 특검 수사를 받았습니다. 특검은 수사 끝에 바이든 대통령을 불기소하기로 결정했어요.
문제는 특검의 불기소 이유 중 하나가 ‘대통령은 기억력이 좋지 않은 노인이기 때문’이었다는 것입니다.올해 81세인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기억력과 인지 능력이 좋지 않다는 의혹이 있었는데요.🤔
특검 결과가 발표되자 미국 내 여론은 바이든 대통령의 직무 수행 능력에 대해 되묻기 시작합니다. 기억력도 온전치 않은 대통령이 과연 미국을 이끌 수 있겠냐는 것이죠. 그러자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어 특검 결과에 대한 질의응답을 했습니다. 아래는 바이든 대통령의 기자회견 내용 중 일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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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 바이든 대통령님, 특검이 보고서에서 대통령님이 기소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대통령님이 “선의가 있지만 기억력이 좋지 않은 노인”이기 때문이라고 적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 : 저는 선의가 있고, 노인이고, 제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대통령입니다. 이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웠습니다.
기자 : 기억력이 얼마나 좋지 않으신가요? 대통령직을 계속 수행할 수 있는 상태인가요?
바이든 대통령 : 제 기억력이 너무 나빠서 당신이 질문하도록 놔뒀군요.
기자 : 대통령님, 기억력이 나빠졌다고 느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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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기자가 특검 결과에 대해 질문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노인이지만 대통령직을 잘 수행했다’는 취지로 대답합니다. 지금까지 직무를 잘 수행했으니 앞으로도 잘 할 것이라는 말이었죠.
그런데 기자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대통령직을 계속 수행할 수 있는 상태인가’, ‘기억력이 나빠졌다고 느끼냐’ 라며 더 직접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구체적인 답을 얻을 때까지 계속 추가 질문을 한 거예요.🤔
채상병 특검 역시 국민들이 정말 궁금해 하는 것은 대통령의 수사 개입 여부입니다. 만약 윤석열 대통령의 동문서답 이후 ‘국방부 수사 결과에 격노한 것이 사실이냐’, ‘수사 결과를 뒤집으라고 지시한 것이 맞냐’ 라는 질문이 이어졌다면 어땠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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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 ‘방탄’ 의지 내보인 윤 대통령🤨
어제 기자회견에서 짚어봐야 할 주제가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김건희 여사 관련 문제들인데요. 기자회견에서 나온 질문은 ①명품백 수수 문제 ②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두 가지였습니다.
먼저 명품백 수수 문제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니 지켜보자’ 라고 대답했습니다. 기자회견 직전 이원석 검찰총장이 ‘명품백 의혹 엄정 수사’를 발표하면서 이런 답변이 나올 것이라 예상했는데, 예상한 것과 거의 똑같은 답변이었어요.😅
다음으로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서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에서도 탈탈 털었지만 기소하지 못한 사건’ 이라고 주장했는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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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의 주장에는 여러 가지 허점이 있습니다. 먼저 문재인 정부 당시 검찰총장은 바로 윤 대통령 자신이었습니다.😰 문재인 정권 말기, 차기 대권주자로 떠오르고 있던 윤석열 검찰총장의 아내를 과연 검찰이 ‘탈탈 털’ 수 있었을까요?
실제로 뉴스타파 취재에 따르면, 검찰은 김건희 여사가 ‘통정매매’ 등 시세 조종성 거래에 관여한 정황, 모친 최은순 씨와 함께 총 23억 원의 수익을 올린 정황 등 주가조작 관여 정황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검찰은 권오수 회장 등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주범들의 1심 재판이 끝난 지금까지도, 유독 김건희 여사에 대해서는 기소도, 불기소 종결도 하지 않은 채 사건을 질질 끌고 있어요.🤔
과연 검찰이 사건을 종결짓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전직 검찰총장이자 현직 대통령의 아내를 (아직)기소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사건을 덮기에는 너무 많은 증거가 나왔기 때문이 아닐까요.😰
지금까지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을 뒷받침하는 수많은 증거들이 공개됐지만, 어제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전 정부에서도 수사한 사건’ 이라는 철지난 논리를 들고 나올 뿐이었습니다. 아내에 대한 ‘방탄’ 의지를 다시 한 번 국민들에게 선보인 셈이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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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참패에도 멈추지 않는 윤석열의 ‘마이 웨이’😰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공정과 상식’이라는 가치를 강조해 왔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윤 대통령은 자신과 가족에게도 공정하게 법을 적용하고, 상식적인 국정 운영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취임 2년만에 국민들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습니다. 자신과 가족의 의혹에는 침묵했고, 의혹을 제기한 언론에는 무차별 공격을 퍼부었습니다.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은 결국 헌정 사상 최초로 여당이 총선에서 참패하는 결과로 돌아왔습니다.
어제 기자회견을 앞두고 수많은 언론에서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라는 말이 쏟아졌습니다. 총선에서 참패한 마당에, 대통령마저 변하지 않는다면 남은 임기 3년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경고였죠.😰
하지만 어제 기자회견에서 보인 대통령의 태도는 그야말로 ‘마이 웨이’ 그 자체였습니다. 기자들이 무슨 질문을 던지든, 국민들이 어떤 우려를 표하든 상관없이 ‘내 갈 길을 간다’ 라는 태도였어요. 자신과 아내의 의혹에는 방탄 의지를 내보였고, 곤란한 질문에는 동문서답을 반복했습니다.
국민들과 약속했던 ‘공정과 상식’의 길에서 벗어나, 모두가 말리는 ‘마이 웨이’로 달려가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그 길의 끝에는 과연 어떤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까요. 지금이라도 윤 대통령이 ‘나만의 길’이 아닌 ‘국민들의 길’로 되돌아오길 바라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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