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혹시 부동산에 관심 많으신가요?😅 평소 별로 관심이 없는 분이라도 아마 ‘호반베르디움’, ‘호반써밋’ 이라는 아파트 브랜드는 많이 들어보셨을 거예요.
이 아파트를 건설·분양하는 회사가 바로 재계 순위 33위의 대기업, 호반건설입니다. 호반건설 김상열 회장은 1989년 전라도 광주에서 시작해 지금의 호반건설을 일궈낸 인물로, 몇 년 전에는 서울신문을 인수해 언론사주에 등극하기도 했어요.
명실상부 ‘재벌집 회장님’인 김상열 회장에게는 세 명의 자녀가 있습니다. 장남인 김대헌 씨를 비롯해 장녀 김윤혜 씨, 차남 김민성 씨 모두 호반건설 및 계열사 임원으로 활약하고 있죠.
그런데 지난 6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호반건설 그룹의 부당 내부거래를 적발하고 608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호반건설과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통해 김상열 회장의 자녀들이 부당한 이익을 얻었다는 것인데요.🤔
이번 주 ‘타파스’는 공정위가 미처 확인하지 못한, 호반건설 일가의 부정 행위 의혹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재벌 일가와 한 골프장을 둘러싼 이 이야기의 시작은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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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 김상열 회장, 600억 투자한 골프장 30억에 인수 의혹 🤔
지난 2001년, 호반건설 김상열 회장은 사업가 김대영 씨로부터 경기도 여주에 위치한 골프장을 사들입니다. 이 골프장은 198만 제곱미터, 36홀 규모로 현재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골프장 중 하나라고 하는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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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반건설 김상열 회장이 인수한 골프장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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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씨는 재일교포 출신 사업가로, 일본에서 큰 성공을 거둔 뒤 한국에 돌아와 골프장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약 600억 원을 들여 골프장을 지었는데, 개장 당시만 해도 회원권 가격이 두 배로 뛸 정도로 인기가 엄청났다고 해요.😲 그런데 곧 IMF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골프장 사업은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하고 맙니다.
이 때 등장한 사람이 바로 김상열 회장이었어요. 김대영 씨의 자서전에 따르면, 김상열 회장은 김대영 씨를 설득해 60억 원에 골프장 경영권을 넘겨받기로 합니다. 투자한 금액의 90%를 날리는 셈이었지만 당시에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고 해요.😰
그런데 김대영 씨는 김상열 회장이 이 약속마저도 어기고 현금 30억 원만 지불했다고 주장합니다. 결국 단돈(?) 30억 원에 600억 원짜리 골프장을 사간 셈인데요. 호반건설 측은 이와 같은 의혹에 대해 ‘김대영 씨 개인의 의견일 뿐, 오래 전 일이라 사실관계 확인이 어렵다’ 라고 답변했습니다.🤔
어쨌든 김상열 회장이 당시 골프장을 인수한 것 자체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김 회장 일가의 ‘골프장 승계 작업’이 시작되는데요. 지금부터는 좀 복잡할 수 있으니 천천히 설명해 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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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열 회장, 미성년 자녀들에게 골프장 지분 넘겨줬다 🤨
김상열 회장이 골프장을 인수하고 2년이 지난 2003년, 김 회장은 ‘비오토건설’과 ‘베르디움’이라는 회사 두 곳을 설립합니다. 그리고 이 회사 지분을 각각 세 자녀에게 나눠주는데요.
첫째 김대헌 씨는 비오토건설의 지분 100%를 가져갔고, 둘째 김윤혜 씨와 막내 김민성 씨는 각각 베르디움의 지분 60%, 40%를 가져갔어요. 당시 세 남매는 모두 미성년자였고 장남 김민성 씨도 겨우 15살에 불과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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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열 회장은 2003년 두 개의 회사를 설립하고 자녀들에게 지분을 나눠줬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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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위 내용을 잘 기억해 두시고, 이번에는 2년 전 김상열 회장이 사들인 골프장의 지분 구조를 살펴보겠습니다. 아래는 2003년 당시 골프장을 소유하고 있던 법인 ‘태성관광개발’의 지분 구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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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말, 골프장 소유 법인인 태성관광개발의 주주 현황. 김상열 회장 자녀의 회사들이 각각 지분 18.3%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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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을 보면, 비오토건설과 베르디움이 각각 태성관광개발의 지분 18.3%씩을 보유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 살펴봤듯이 비오토건설과 베르디움은 모두 김상열 회장의 자녀들이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죠. 다시 말해 김 회장의 자녀 3명이 골프장의 지분 36.6%를 확보한 셈입니다. 불과 9살에서 15살의 나이에 말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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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주주 ‘무상감자’로 지분 100% 확보… 편법 증여 의혹도 😰
그런데 다음 해인 2004년에는 더 기가 막힌 일이 벌어집니다. 태성관광개발의 최대 주주였던 태성산업(지분율 48.3%)과 개인주주 고 모씨(지분율 11.0%)가 보유했던 주식을 전량 무상감자한 것이에요. 무상감자는 주식을 아무 조건 없이 소각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주주 입장에서 보면 말 그대로 들고 있던 주식이 휴지조각이 되는 셈이기 때문에, 무상감자는 통상적으로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만약 무상감자를 한다고 해도 주주 전체에 똑같은 비율을 적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런데 당시 김상열 회장과 아내인 우현희 씨, 그리고 자녀 소유의 회사들은 무상감자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결국 골프장 전체 지분 중 김상열 회장 일가 이외의 지분만 소멸된 셈이죠. 이 과정을 그림으로 표현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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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성관광개발의 무상감자 현황. 태성산업과 고 모 씨의 주식이 소멸해, 김상열 회장 일가가 100% 지분을 확보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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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을 보면 59.3%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태성산업과 고 모씨의 주식이 소멸하고, 그 덕분(?)에 김상열 회장 일가가 100% 지분을 확보하게 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세 자녀가 소유하고 있는 비오토건설과 베르디움은 각각 45%, 총 90%의 지분을 차지해 공동 최대 주주가 되었네요.🤔 이에 대해 한 세무사는 ‘무상감자는 과거 편법 증여에 많이 쓰던 방법’ 이라며 편법 증여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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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건설 일가, 세금은 제대로 냈나 🤔
과정이 좀 복잡하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김상열 회장의 자녀 세 명은 골프장 지분 90%를 사실상 증여받은 셈입니다. 그렇다면 이 과정에서 김 회장 일가는 증여세·법인세 등 세금을 제대로 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해 호반건설 측은 ‘당시 골프장의 가치가 마이너스로 평가됐기 때문에 세금을 낼 필요도 없었다’ 라고 주장했습니다. 김 회장이 인수한 골프장은 당시 경영난에 빠져 있었고, 주식 가치도 0원이었으니 과세 대상도 아니라는 말이죠.
그런데 법원의 판단은 호반건설 측의 주장과 조금 달라 보입니다.🤔 호반건설과 비슷한 다른 사례의 경우, 법원은 ‘향후 기업가치를 따져 주식 가액을 적절하게 평가해야 한다’며 가치에 비해 낮은 가격으로 주식을 매도한 것에 대해 업무상 배임이 인정된다고 판결했어요.
그렇다면 법원의 판단 기준을 호반건설의 사례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요? 실제로 김 회장이 사들인 골프장은 인수 이후 꾸준히 당기순이익 흑자를 기록했고, 2005년부터는 순자산이 플러스로 전환됐습니다. 인수 시점에서 봐도 향후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았던 셈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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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성관광개발의 당기순이익 및 순자산 추이. 2001년 인수 이후 순자산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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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군다나 원래 골프장을 소유했던 사업가 김대영 씨는 ‘김상열 회장이 골프장을 30억 원에 사갔다’ 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적어도 30억 원의 가치는 있었던 셈이니, 당연히 주식을 거래할 때 세금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호반건설 일가는 관련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어요.
호반건설은 지난 2021년, 문제의 골프장을 ‘엔지니어링공제조합’에 매각했습니다. 당시 매각 금액은 총 2,580억 원에 달했어요. 골프장 지분을 소유하고 있던 김상열 회장 일가 역시 매각 과정에서 큰 이익을 얻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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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건설 부정행위, '솜방망이' 과징금만 있고 처벌은 없었다🤔
처음에도 말씀드렸지만, 공정위는 올해 6월 호반건설 계열사들의 부당 내부거래를 적발해 시정 명령과 함께 608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물론 608억 원도 일반인 입장에서 보면 엄청나게 큰 돈이지만, 호반건설이 부당 거래로 얻은 이익에 비하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나와요. 관련해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호반건설이 부당 거래로 1조 3천억 원 이상의 이익을 봤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더군다나 공정위는 이 사건의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해 검찰에 고발하지 않았어요.🤨 아무리 과징금을 낸다고 해도 그보다 수십 배의 이익을 얻을 수 있면, 게다가 법적 처벌까지 받지 않는다면 과연 누가 법을 지키려고 할까요?
부당거래, 탈세, 편법 증여 등 재벌 일가의 부정 행위들은 때때로 너무 당연한 일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차피 반성하지도 않고 바뀌지도 않을테니, 나도 모르게 ‘그러려니’ 하며 체념하는 것에 익숙해진 것일지도 몰라요. 점점 당연해지는 것들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도록, 뉴스타파는 앞으로도 호반건설, 그리고 재벌 기업들의 부정을 감시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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