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는 3개 시민단체, 5개 독립언론·공영방송과 함께 전국 67개 지방검찰청의 특수활동비(특활비) 지출 기록을 입수했습니다. 이렇게 검찰의 예산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수 년간 이어진 정보공개 소송에서 승소했기 때문이에요.
법원은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수사 절차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검찰 특활비 정보를 공개해야 된다고 판결했습니다. 반면 검찰 측은 1심, 2심, 3심에 이르기까지 계속 같은 주장을 해왔어요. 바로 ‘수사 기밀이 유출될 염려가 있다’ 라는 주장이었는데요.🤔
검찰의 주장은 언뜻 들어보면 맞는 말 같기도 합니다. 특활비는 원래 ‘기밀 수사’에 쓰이는 예산인 만큼, 지출 기록에도 민감한 기밀 정보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니까요. 물론 특활비를 목적에 맞게 제대로 썼다면 말이죠.😅
사실 취재진도 검찰의 주장이 계속 신경쓰이긴 했습니다. 검찰의 주장대로 특활비 지출 기록에 민감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다면, 그 정보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고민되는 게 사실이니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위와 같은 고민은 하나도 쓸 데 없는 고민이었습니다. 한 지방검찰청의 특활비 자료를 통째로 분석해본 결과, 검찰이 주장하는 ‘수사 기밀’은 단 하나도 나오지 않았거든요.😅
|
|
|
특활비 자료 950쪽의 ‘먹칠’을 한땀한땀 벗겼습니다 😅
뉴스타파는 경기도 고양시와 파주시를 관할하는,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의 특활비 자료 전체를 입수해서 분석했습니다. 이번에 입수한 자료는 2017년 9월부터 2023년 4월까지 5년 8개월간 총 950쪽 분량으로, 집행 건수로는 869건에 해당해요.
지금까지 뉴스타파가 입수한 검찰 특활비 자료는 대부분 주요 정보가 가려져 있었습니다. (이것도 사실상 법원의 판결을 무시한 것이에요🤨) 마찬가지로 고양지청에서 입수한 특활비 자료도 전부 주요 정보가 가려져 있었어요. 바로 이렇게 말이에요. |
|
|
▲ 고양지청에서 입수한 특활비 집행 자료 중 일부. ‘집행요지’ 부분에 먹칠이 돼 있습니다. |
|
|
위 사진을 보시면 ‘집행 금액’은 100만 원으로 확인되는데, ‘집행 요지’ 부분에는 영문 알파벳이 덧칠되어 있습니다. 알파벳을 이리저리 뒤집어서 빽빽하게 만들어놓은 게 마치 ‘먹칠’을 해 놓을 것 같네요. 여러분은 저 먹칠 뒤에 무슨 내용이 있는지 아시겠나요?😅
고양지청에서 입수한 특활비 자료들은 모두 저렇게 ‘먹칠 투성이’였습니다. 마치 어떻게든 정보를 숨기겠다는 검찰의 의지(?)가 보이는 것 같았어요.🤔 취재진 역시 자료를 받아보고 적잖이 당황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뉴스타파 취재진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숨겨진 글자를 불빛에 비춰 보고, 돋보기로 확대해 보고, 한 글자씩 따라서 써 보는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한 끝에, 마침내 대부분의 자료를 해독하는 데 성공했어요.😲 |
|
|
▲ 먹칠로 가려진 글자를 해독하고 있는 뉴스타파 취재진. |
|
|
이렇게 해독해 낸 자료는 총 869건 중 761건(697건 판독, 64건 부분 판독)으로 고양지청 전체 자료의 약 87.5%에 해당합니다. 즉 지난 5년 8개월간 고양지청이 쓴 특활비를 거의 다 검증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지금까지 몇몇 특활비 자료를 개별로 검증한 사례는 있었지만, 한 지방검찰청의 특활비 집행 내역을 통째로 검증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렇다면 고양지청은 지난 5년 8개월간 특활비를 어떻게 쓰고 있었을까요? |
|
|
5년 8개월간 특활비 자료 분석해보니… ‘수사 기밀’은 없었다 🤔
뉴스타파가 분석한 고양지청의 특활비 집행 실태는 그야말로 ‘오남용 종합 세트’ 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어디에 어떻게 돈을 썼다는 건지 확인하기 힘들 정도로 증빙 서류가 부실하다는 것이었는데요.🤔
뉴스타파가 판독한 자료 697건 중, 어떤 사건에 어떤 목적으로 특활비를 썼는지 구체적으로 기록된 자료는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자료에는 ‘강력범죄 관련 경비 지원’, ‘고액벌금 미납자 집행활동 지원’ 등 두루뭉술한 집행 사유가 적혀 있었어요.
심지어는 이마저도 번거롭다고 생각했는지, ‘수사업무 지원’, ‘공판활동 지원’ 등 극히 추상적인 내용만 적혀 있는 자료도 전체의 약 1/3에 달했습니다. 건당 몇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에 달하는 현금이, 이런 부실한 자료만 남긴 채 수백 차례나 집행되었어요.😰 |
|
|
▲ 고양지청 특활비 집행 자료 중 일부. 집행 사유로 ‘수사업무지원’이라는 부실한 내용만이 적혀 있습니다. |
|
|
보통 회사에서 공금을 쓸 때는 아무리 적은 돈이라도 어떤 목적으로 어디에 얼마를 썼는지 구체적으로 기록하는 게 상식입니다. 배임·횡령 범죄를 수없이 수사해온 검찰이 이 사실을 모를 리 없죠.🤔
그런데 검찰은 ‘수사 기밀이 유출될 수 있다’ 라는 스스로의 주장이 무색하게도, 특활비 집행 사유를 부실하게 기록했습니다. 지난 수 년간 검찰이 주장해 왔던 ‘수사 기밀’은 없었고, 오히려 예산 오남용 정황만 잔뜩 드러난 셈이에요. |
|
|
고양지청, 특활비 ‘포상금’으로 유용 확인🤨
뉴스타파는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특활비 일부를 검사들의 ‘포상금’으로 지출했다는 의혹을 보도했습니다. 특활비가 본래 목적인 ‘기밀 수사 등 특수 활동’에서 벗어나 유용된 것이 아닌지 의혹을 제기한 보도였는데요.
그런데 이번 고양지청 특활비 기록에서도 똑같은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몇몇 검사들에게 포상금 명목으로 특활비가 지급된 사실이 확인된 것인데요. 심지어 이번에는 증빙자료 자체에 ‘포상’이라는 단어를 떡하니 써놓기까지 했습니다.😰 이렇게 말이에요. |
|
|
▲ 고양지청 특활비 집행 자료 중 일부. 집행 사유에 ‘대검 우수수사사건 선정 포상’ 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
|
|
위 사진을 보면, 2017년 9월 26일 유 모 검사에게 100만 원의 특활비가 지급된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먹칠로 가려진 글자를 판독해 보니, 집행요지 칸에 ‘대검 우수수사사건 선정 포상’이라고 적혀 있는 것이 보이죠? 즉 이 날 100만 원의 특활비를 포상금 명목으로 지급했다는 뜻입니다.🤔
매번 말씀드리지만 특활비는 말 그대로 ‘기밀 수사 등 특수한 활동’에 써야 하는 예산이에요. 포상금 등 다른 용도로 특활비를 쓰는 행위는 기획재정부 예산 지침을 어긴 예산 부정 사용에 해당합니다.
심지어 취재진이 만난 고양지청 관계자는 “특활비는 국장, 과장들에게 나눠서 격려금 형식으로 쓸 수도 있다” 라며 마치 당연한 일처럼 이야기하기도 했는데요. 특활비 부정 사용이 검찰 내부에 얼마나 뿌리깊게 박혀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
|
|
내부 통제 없이 폭주하는 검찰 특활비 😰
위에서 말씀드린 사례 이외에도 고양지청의 특활비 오남용 사례는 아주 다양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뉴스타파 유튜브 채널이나 뉴스타파 ‘검찰 예산 검증’ 시리즈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어요.
이번 고양지청 특활비 검증 작업이 중요한 이유는, 고양지청의 사례를 통해 검찰 전체의 특활비 오남용 ‘패턴’을 유추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고양지청과 같은 오남용 사례가 다른 지방검찰청, 또는 검찰 전체에서도 비슷하게 반복될 것이라고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의심을 불식시키는 길은 검찰이 스스로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 그리고 스스로 철저하게 내부를 통제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취재 결과를 종합해보면, 검찰의 ‘내부 통제’ 시스템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어 보여요.🤔 |
|
|
▲ 기획재정부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의 특수활동비 부분. 예산의 내부통제를 거듭 강조하고 있습니다. |
|
|
먼저 검찰은 특활비를 집행할 때 회계 부서를 거치지 않고 기관장이 직접 사용처를 결정합니다. 업무추진비 등 다른 예산을 회계 부서가 관리하는 것과는 대조적이죠.
뿐만 아니라 특활비 증빙자료를 작성·관리하는 것도 기관장 부속실이 담당합니다. 사용처를 결정하는 것도, 집행 내역을 감시하고 관리하는 것도 같은 곳에서 이뤄지는 셈이죠. 즉 특활비 사용에 관해서는 내부 통제가 전혀 없는 시스템입니다.
다시 말해, 특활비를 어디에 어떻게 쓸지는 전적으로 검찰총장, 지검장 등 기관장의 ‘양심’에 달려 있습니다. 사실상 기관장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주머니돈이나 마찬가지인 셈이죠. 검찰이 매년 이런 식으로 지출하는 특활비는 약 80억 원에 달합니다.😰
만약 A라는 회사에서 사장이 회계팀 몰래 수억 원의 공금을 쓴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우선 A사 내부에서 문제제기가 나올테고, 심각한 경우 사장은 검찰 수사를 받게 될지도 모릅니다. 수사 끝에 사장이 횡령 혐의로 기소되고 재판을 받게 될지도 모르죠.
그런데 정작 검찰에서는 A사와 같은 비상식적인(?) 일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것도 매년 수십 개의 검찰청에서 말이에요.🤨
뉴스타파가 만난 한 검찰 관계자는 “특활비는 높으신 분들이 쓰는 돈” 이라며 마치 지금의 특활비 집행 시스템에 별 문제가 없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만약 언론과 시민들의 감시가 없다면, 검찰 특활비는 정말로 ‘높으신 분들’의 주머니돈으로 전락할지도 모릅니다. 뉴스타파는 앞으로도 검찰 특활비와 예산 감시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
|
🥙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이 기사를 참고하세요! |
|
|
뉴스타파저널리즘스쿨 2기 펠로우가 합류했어요! |
|
|
▲뉴스쿨 2기 펠로우인 임병건, 박소희, 김지우 씨(왼쪽부터) |
|
|
10월 10일부터 독립언론 양성 프로젝트, 뉴스타파저널리즘스쿨(이하 뉴스쿨) 2기 펠로우 과정을 시작했습니다. 펠로우는 1년 동안 뉴스타파에서 본인의 취재물을 만들며 독립언론 창업을 위한 훈련을 거칠 예정입니다.
뉴스쿨 2기 펠로우는 김지우, 박소희, 임병선 등 3명입니다. 김지우 씨는 경제/금융 분야, 박소희 씨는 로컬/노동/환경 분야, 임병선 씨는 기후위기/생태위기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독립언론 창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뉴스쿨 2기 펠로우 활동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독립언론 프로젝트 응원하기: https://withnewstapa.org/2022/02/04/school-support/ |
|
|
2023 GIJC(글로벌 탐사저널리즘 콘퍼런스) 공유회를 열었습니다 |
|
|
▲10월 11일 뉴스타파함께재단에서 진행한 GIJC 공유회 모습. |
|
|
2023 GIJC(Global Investigative Journalism Conference: 글로벌 탐사저널리즘 콘퍼런스)가 9월 19일부터 22일까지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열렸습니다. GIJC는 탐사보도 전문 매체와 언론인 간 국제 연대 조직인 GIJN(Global Investigative Journalism Network: 글로벌 탐사저널리즘 네트워크)이 주최하는 콘퍼런스입니다. 이번 콘퍼런스에는 뉴스타파 거버넌스 조직인 뉴스타파함께재단도 참여했습니다. 또 독립언론 양성 프로젝트,뉴스쿨 1기 펠로우 김주형, 박채린, 최윤정 씨도 동행했습니다.
지난 11일에 GIJC 콘퍼런스에서 배운 내용을 동료들과 나누는 공유회를 열었습니다. 김중배 함께재단 이사장,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 뉴스쿨 2기 펠로우들도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비영리독립언론에서 임팩트를 측정하는 방법, 공공 영역에서 알고리즘 활용을 감시할 필요성, 작은 매체의 조직 관리법, 웹페이지 광고 정보 파악하는 방법 등 유익하고 다양한 내용을 공유했습니다.
독립언론을 창업해 첫 기사 출판을 앞두고 있는 뉴스쿨 1기 창업팀과, 2단계 교육 프로그램에 돌입한 뉴스쿨 2기 펠로우들의 활동은 조만간 회원님들께 자세히 보고드리겠습니다. |
|
|
뉴스타파 10년 책 <언론게릴라, 뉴스타파하다>를 드립니다!
|
|
|
올해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 설립 10주년을 맞아 지난 10년을 기록한 책, <언론게릴라, 뉴스타파하다>를 출간했습니다. 아직 신청하지 못하신 회원분들은 아래 링크에서 신청 바랍니다.
|
|
|
안녕하세요! 뉴스레터 ‘타파스’를 만들고 있는 현PD😎입니다. 더 나은 타파스를 만들기 위한 의견은 언제나 환영이에요. 이번 주도 타파스와 함께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
|
|
뉴스타파는 광고와 협찬을 받지 않고 오직 시민들의 자발적인 후원으로 제작·운영됩니다. 99% 시민을 위한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의 후원회원이 되어 주세요. |
|
|
서울특별시 중구 퇴계로 212-13(04625)
ⓒ The Korea center for investigative journalism, All Rights Reserved.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