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여러분, 오늘도 안녕하셨나요?
‘안녕’이라는 말에는 상대방의 안전과 평화를 바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해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말하게 되는 단어지만, 이번 주는 어쩐지 ‘안녕’이라는 말의 의미를 깊이 생각해 보게 됩니다.
1년 전, 서울 이태원에서 일어났던 참사의 기억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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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29 이태원 참사 이후, 시민들이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헌화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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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29일,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의 골목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압사당하는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그 날의 참사로 총 159명의 시민들이 목숨을 잃었고, 334명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참사 이후 우리 사회는 커다란 충격을 받았습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수백 명의 사람이 압사당했다는 사실 자체도 충격적이었지만, 빗발치는 신고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통제가 거의 없었다는 것도 충격이었습니다. SNS를 중심으로 ‘무정부 상태’, ‘각자도생’ 이라는 말이 퍼져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상황은 점점 복잡해졌습니다. 정부와 지자체, 경찰 관계자들은 어떻게든 책임을 회피하려 했고, 야당은 정부를 날 세워 비판했습니다. 대통령은 유가족들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고, 국민 안전 책임자인 행정안전부 장관을 사실상 두둔했습니다. 참사 자체보다 정치인들의 싸움이 더 부각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는 ‘이태원 참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요. 이번 주 ‘타파스’는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아 참사를 둘러싼 몇몇 쟁점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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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아직 시작도 못했다
우리가 참사를 기억하고 살펴보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또 다른 참사를 막기 위해서’ 입니다. 참사가 일어난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세워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길이니까요.
그래서 우리 사회는 특별조사위원회를 꾸려서 세월호 참사, 가습기 살균제 참사 등 사회적 참사를 조사해 왔습니다. 그 결과 참사의 원인과 경과,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집대성한 종합보고서가 발간되기도 했어요.
반면 이태원 참사의 원인은 아직 명확히 규명된 바가 없습니다. 원인을 규명해야 할 조사기구조차 아직 구성되지 않은 상태죠. 유가족협의회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통해 특별조사위원회를 꾸릴 것을 요구하고 있고, 야당 의원들은 유가족들의 요구대로 특별법을 발의했습니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특별법이 필요없다는 입장입니다. 이미 경찰 수사와 재판, 국정조사를 통해 참사의 진상이 규명되었다는 것이죠. 그러나 경찰 수사는 ‘꼬리자르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뿐더러, 국정조사는 자료 제출 미비로 사실상 흐지부지됐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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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31일, 국회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필요하지 않다’ 라고 발언하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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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여당의 반대에 부딪혀 국회에서 계류 중입니다. 지금처럼 정부와 여당의 반대가 거센 상황이라면, 특별법이 통과된다고 해도 조사위 구성과 조사 활동에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요. 진상 규명을 시작하기도 전에 수렁에 빠진 셈입니다.
이렇게 특별법을 두고 여야가 대립하는 사이, 윤희근 경찰청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참사의 책임자들은 하나둘씩 처벌을 피해 갔습니다. 진상 규명은 내팽겨둔 채 책임 회피에만 열중하는 정부의 모습을 보며, 참사 유가족들의 마음은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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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과 언론이 부추긴 2차 가해… 유가족에겐 상처 뿐
참사 유가족과 생존자들을 괴롭히는 것들 중 하나는 바로 2차 가해입니다. 특히 인터넷 기사와 댓글에서는 피해자들을 비난하고 혐오하는 표현이 말 그대로 쏟아졌는데요.
뉴스타파는 지난 1년간 이태원 참사를 언급한 기사 5만 3천여 건, 그리고 기사 댓글 230여만 건을 수집해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전체 댓글 중 약 30%에 달하는 69만여 건이 이른바 ‘악플’과 혐오성 댓글로 밝혀졌습니다.
특이한 점은 이태원 참사를 다룬 기사 중 ‘정치 기사’ 비율이 높았다는 것입니다. 참사 직후 며칠간은 참사 원인과 경과를 다룬 ‘사회 기사’가 많이 보도됐지만, 이후에는 정치인들의 발언을 다룬 정치 기사 비율이 꾸준히 높게 나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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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가족 기사에 대한 정치권 기사 비율을 나타낸 그래프. 숫자가 클수록 정치 기사 비율이 높다는 의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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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기사 비율이 증가한 이유는 참사 이후 국정조사 등을 두고 여야간 대립이 계속됐기 때문입니다. 기사 댓글 역시 마찬가지로 여야 정치인의 입장에 따라 대립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즉 자신이 지지하는 세력에 따라 이태원 참사에 대한 입장도 극단적으로 갈리는 모양새였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태원 참사는 정치적인 이슈로 변질되어 갔고, 유가족들의 목소리는 점점 힘을 잃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는 정치인과 언론의 책임이 큽니다. 협치가 사라진 정치권에는 정쟁만이 난무했고, 언론은 정쟁이 일어나는 곳에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이밀었습니다. 극단적 지지 세력은 상대방을 이기기 위해 자극적인 댓글을 쏟아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이 참사 유가족과 생존자들에게는 견딜 수 없는 상처였습니다.
참사 1주기를 앞둔 지금도 상징적인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참사 1주기를 맞아 열리는 시민추모대회에 윤석열 대통령을 초청했는데, 대통령실은 ‘야당이 개최하는 정치집회’ 라며 불참 의사를 밝혔습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대통령이 직접 ‘정쟁’ 낙인을 찍은 셈이죠.
만약 윤 대통령이 ‘여야를 떠나 모두가 유가족들의 아픔을 보듬어야 한다’ 라며 추모대회 참가를 선언했다면 어땠을까요? 대통령 지지자들도 유가족들을 비난하기 힘들었을테고, 유가족들의 상처도 조금이나마 아물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유가족들의 아픔보다 자신의 정치적 입장이 더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참사 1주기 추모대회는 여야 정치인들의 참석 여부를 놓고 또 다른 정쟁으로 비화되고 있습니다. 끊이지 않는 정쟁 속, 유가족과 생존자들은 쏟아지는 2차 가해를 온 몸으로 받아내고 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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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이 기사를 참고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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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쇼 초청] 뉴스타파와 시민단체는 왜 ‘검찰 특활비’를 파헤치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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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의 ‘검찰 예산 검증’ 보도는 지난 8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으로 선정됐습니다. “예산의 투명한 공개야말로 ‘특별한 권력기관’인 검찰을 민주적 통제 아래 ‘보통 행정기관’으로 탈바꿈하는 출발점”이란 뉴스타파 보도 취지에 걸맞게 시민단체 협업 및 탐사취재를 통해 검찰 예산 오남용 문제로 검찰개혁 과제를 잘 드러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민언련은 국민의 알권리 실현과 정부의 투명성 강화, 검찰개혁 계기로써 검찰 예산 공개 및 검증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뉴스타파 박중석 탐사1팀 팀장과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를 초청해 그동안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검찰 예산 추적기 A부터 Z, 취재 비하인드까지 듣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이날 행사엔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민언련과 뉴스타파 회원, 참언론인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대학언론인·대학생은 무료입니다.
■ 신청 안내
o 일시 : 2023.11. 3(금) 오후7시 o 장소 : 민언련 교육관(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17길 12-15, 2층)
※ 신청자가 많을 경우 장소는 변동될 수 있습니다.
o 참가비 : 민언련·뉴스타파 회원, 대학생·대학언론인 무료 / 비회원 1만원 - 사전입금 : 반드시 ‘신청자 이름’으로 입금해주세요. - 입금계좌 : 신한은행 100-019-186241(민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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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10년 책 <언론게릴라, 뉴스타파하다>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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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 설립 10주년을 맞아 지난 10년을 기록한 책, <언론게릴라, 뉴스타파하다>를 출간했습니다. 아직 신청하지 못하신 회원분들은 아래 링크에서 신청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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