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배송, 물류 혁신, 한국 최초의 유니콘 기업... 어떤 기업을 수식하는 말인지 아시겠나요?😅 바로 현 시점 국내 1위의 전자상거래 기업이자, 스타트업의 신화로 불리는 쿠팡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지금은 잘 모르는 분들도 많지만, 2010년 창업한 쿠팡은 원래 타임딜과 할인쿠폰을 주무기로 삼는 ‘소셜 커머스’ 업체였습니다.(경쟁 업체로 티몬, 위메프가 있었어요) 그런데 2014년부터 ‘로켓배송’ 서비스를 도입하고, 일명 ‘쿠팡맨’으로 불리는 배달 직원의 친절함이 입소문을 타면서 온라인 쇼핑 업체로서 가파른 성장을 하게 돼요.
그로부터 9년이 지난 지금, 쿠팡의 유효 회원은 약 2천만 명에 달합니다. 우리나라 국민 2.6명 중 한 명은 쿠팡을 쓰고 있는 셈이죠.😲 뿐만 아니라 미국 증시에 상장한 쿠팡의 시가총액은 약 42조 원으로, 국내 3위의 대기업 현대자동차(약 40조 원)를 앞서고 있습니다. 창업 이후 13년만에 재계에서도 손꼽히는 대기업으로 자리매김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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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3월 11일, 쿠팡은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했습니다. (출처: 쿠팡 뉴스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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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물류 혁신’의 주역은 누구?🤔
많은 사람들이 쿠팡의 성공 비결로 ‘물류 혁신’을 꼽습니다. 실제로 쿠팡이 로켓배송을 시작한 이후 ‘새벽배송’, ‘당일배송’ 등 고속 배송 서비스가 일반화되었고, 지금은 오히려 택배를 시키면 2,3일 후에 오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질 정도예요. 예전에는 너무 당연한 일이었는데 말이죠.😅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쿠팡의 물류 혁신을 누가 만들었냐는 것입니다.🤔 아무리 자동화가 진행되었다고는 해도 결국 물류업은 사람의 노동이 중심이 되는 산업이에요. 거대한 창고에서 물건을 골라서 상자에 담는 일, 상자를 차량에 싣는 일, 차량을 운전해서 집집마다 배달하는 일 모두 누군가의 노동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결국 쿠팡의 ‘물류 혁신’을 만든 진정한 주역은 바로 물류·택배 노동자들입니다. 그런데 쿠팡은 이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이 아주 열악하기로 악명이 높아요.😰 이번 주 ‘타파스’는 뉴스타파 취재진이 직접 체험한, 쿠팡 ‘물류 혁신’의 비밀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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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물류 노동자 장덕준 씨의 사망… 쿠팡은 바뀌었을까🤨
지난 2020년 10월 12일,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노동자 장덕준 씨가 사망했습니다. 27세의 청년이었던 장덕준 씨의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 근로복지공단은 덕준 씨의 사망 원인을 조사한 끝에 과로사 산업재해를 인정했습니다. 덕준 씨의 산업재해 인정 자료에는 ‘고강도의 육체노동’, ‘충분한 식사와 휴식이 불가능’ 등 쿠팡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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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장덕준 씨의 산업재해 조사서. 장덕준 씨의 업무상 질병을 인정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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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에서 일하다 목숨을 잃은 노동자는 장덕준 씨만이 아닙니다. 지난 2020년부터 지금까지 4년간, 총 13명의 노동자(외주업체 포함)가 쿠팡에서 일하다 사망했어요. 사망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노동조합과 시민단체는 쿠팡을 거세게 비판했고, 국회에서도 쿠팡 경영진을 소환해 질타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지난 2020년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엄성환 현 쿠팡풀필먼트(쿠팡 물류센터 담당 자회사) 대표이사는 “안전 인력을 확충하고 시설과 설비 투자에 노력하겠다” 라고 말했습니다. 과연 그 말대로 쿠팡은 바뀌었을까요? 뉴스타파는 경기도 동탄과 고양에 위치한 쿠팡 물류센터를 찾아가 직접 확인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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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물류센터 잠입취재... 찜통 더위 속, 사람이 쓰러진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지난 7월 31일, 쿠팡 동탄 물류센터에서 직접 일용직으로 일했습니다. 이날의 최고 기온은 34도로 폭염 경보가 발효된 날이었어요. 취재진은 이날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물류센터 지하 1층에서 상품을 골라 컨베이어 벨트에 싣는 일을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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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31일 쿠팡 동탄 물류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뉴스타파 취재진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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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센터 안은 그야말로 ‘찜통’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작업 공간에 에어컨은 찾아볼 수 없었고, 층층이 쌓인 물건들 탓에 공기가 제대로 순환되지 않았어요. 환기가 되지 않으니 실내에 습기가 가득차 답답함을 더했습니다.😰
노동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폭염 경보 발효 시에는 실내 노동자에게도 시간당 15분의 휴식 시간을 줘야 합니다. 하지만 이날 쿠팡이 부여한 휴식시간은 단 한 차례, 30분에 불과했어요. 근무시간 8시간 중 7시간 30분은 찜통 같은 물류센터 안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보내야 했습니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8월 3일, 쿠팡 고양 물류센터에서도 일했습니다. 경기 지역 최대 물류센터인 고양센터 역시 사정은 비슷했어요. 쿠팡이 홍보하는 ‘최신 냉방시설’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기온에도 휴식시간은 단 20분으로 오히려 동탄센터보다 더 적었습니다.
이처럼 취재진이 확인한 쿠팡 물류센터의 노동환경은 열악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냉방은 물론 기본적인 환기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고, 휴식시간 역시 노동부의 가이드라인에 턱없이 모자랐어요. 심지어 조금이라도 일처리가 늦어지면 금세 관리자에게 불려가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노동자들은 관리자가 비치해 놓은 포도당 알약을 먹고, 어지럼증을 억지로 참아 가며 일하고 있었어요.😰
전문가들은 이러한 노동환경이 열사병 등 온열질환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쿠팡 물류센터 4곳에서 접수된 119 출동 내역은 총 145건에 달합니다. 고강도의 노동을 견디다 못해 쓰러지는 노동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죠.
그렇다면 왜 쿠팡은 이렇게 열악한 노동환경을 바꾸지 않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현행 건축법상 물류센터는 ‘창고’에 해당하기 때문에, 냉난방·환기 시설을 설치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에요.🤨 법적인 강제가 없으니 쿠팡 측에서도 굳이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없는 것이죠.
하지만 건축법에서 물류창고가 창고로 지정된 시기는 지난 2009년입니다. 그동안 국내 물류업이 엄청나게 성장했음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죠. 그 중에서도 쿠팡 물류센터는 단순한 창고가 아니라, 수천 명의 노동자가 24시간 상주하는 일터가 된 지 오래입니다.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사이, 수많은 노동자들이 물류창고에서 쓰러지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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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밤은 낮보다 더 바쁘다🤔
쿠팡이 ‘로켓배송’과 함께 앞세우고 있는 택배 서비스가 바로 ‘새벽배송’입니다. 새벽배송은 장 볼 시간이 없는 맞벌이 가족이나 전문직에게는 매우 편리한 서비스입니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누군가는 새벽배송을 위해 밤새 일하고 있다는 뜻이 되기도 해요.🤨
뉴스타파는 지난 7일, 쿠팡 새벽배송 기사 A씨를 만나 그가 일하는 모습을 동행 취재했습니다. A씨는 밤 9시부터 아침 7시까지 한 순간도 쉬지 않고 뛰어다니며 택배를 날랐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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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갈 시간도 아껴가며 일하고 있는 쿠팡 새벽배송 기사 A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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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의 말에 따르면, 쿠팡이 정해 놓은 새벽배송 마감 시간은 아침 7시입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7시까지는 택배를 완료해야 하기 때문에, 화장실 갈 시간조차 없이 뛰어다니며 일해야 한다는 것이죠. 만약 7시를 넘길 경우 감점을 받게 되고, 감점이 누적되면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지역을 쿠팡에서 회수해 버린다는 게 A씨의 설명입니다.😰
오늘 저녁에 주문한 물건을 내일 새벽까지 배송하는 서비스 특성상, 새벽배송은 짧은 시간 안에 훨씬 더 많은 물량을 처리해야 해요. 따라서 A씨 같은 배송기사뿐 아니라 물류창고 노동자들 역시 낮보다 밤에 더 바쁘게 일하고 있습니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쿠팡 동탄 물류센터에서 야간조(저녁 6시 출근, 새벽 4시 퇴근)로 일하기도 했는데, 실제로 물류센터의 밤은 낮보다 훨씬 바빴습니다. 밀려드는 택배 박스를 미처 싣지 못해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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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1일 새벽 3시 반쯤, 주문 물량이 과부하되어 택배 박스 수십 개가 쌓여 있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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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노동으로 병들고 있는 쿠팡 노동자들😰
야간 노동은 의학계에서도 인정한 ‘발암 요인’입니다.🤨 전문가들은 야간 노동이 암 뿐만 아니라 뇌경색, 뇌출혈, 심근경색 등 뇌심혈관계 질환 위험도 크게 높인다고 말해요. 따라서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2~3개 조를 편성해서 교대 근무를 하거나, 야간 근무 다음 날에는 휴무를 주곤 합니다.
하지만 쿠팡은 노동자들의 건강은 아랑곳없이 야간 고정 근무제를 유지하고 있어요. 한번 야간조에 들어온 노동자는 계속 밤을 새며 야간 근무를 해야 되는 것이죠.😰 전문가들은 이러한 노동 형태가 노동자들의 건강을 크게 해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2020년 사망한 고 장덕준 씨 역시, 쿠팡 대구 물류센터에서 1년 4개월간 야간 고정 근무를 한 끝에 심근경색으로 사망했습니다. 또 지난 4년간 쿠팡에서 일하다 사망한 노동자 13명 중 9명은 야간 노동자였어요. 지난 2021년 쿠팡은 국회 청문회에서 ‘야간 노동 환경을 개선하겠다’ 라고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그 어떤 것도 개선하지 않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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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배송’의 연료가 된 사람들
현재 쿠팡의 전체 직원 숫자는 약 6만명으로, 삼성전자와 현대차에 이어 국내 3위의 고용 규모를 자랑합니다. 특히 코로나19 유행이 한창이던 2021년에는 약 7만 2천 명 규모를 기록하기도 했는데요.🤔
이를 두고 코로나19 유행 당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와 자영업자들이 쿠팡으로 유입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실제로 뉴스타파가 만난 전 쿠팡 야간노동자 김은희 씨는 “자영업을 하고 있었는데 코로나로 접었다. 주변에 거의 다 그랬다.” 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쿠팡은 주간조 직원들에게 수 년째 최저임금 수준의 돈만 주고 있습니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주간조로 주 5일 근무 시 월 기본급은 약 204만 원 수준이에요. 반면 야간조는 거기에 야간수당이 더해져 약 255만 원을 받습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게, 이만한 돈은 야간 노동에 대한 강력한 미끼로 작용합니다. 어느 정도 건강을 해치더라도 월 50만 원이 넘는 돈을 더 벌 수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야간 노동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죠.😰
결국 쿠팡의 성공은 열악한 환경에도 어쩔 수 없이 일해야만 하는 사람들,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고 생활이 어려워진 사람들을 착취해서 이뤄낸 것일지도 모릅니다. 쿠팡은 자신들이 ‘로켓배송’으로 대한민국 물류 업계를 혁신했다고 자랑하지만, 그 ‘로켓’은 오늘도 수만 명의 노동자들을 연료 삼아 날아가고 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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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기사로 한 입에 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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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함께재단이 2023년 독립 다큐멘터리 작품을 공모합니다. 선정작에는 제작비 1천만 원을 지원하고, 협업 프로그램인 <목격자들>에 방송합니다.
뉴스타파함께재단과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건강한 언론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독립언론(인)과 다양한 연대,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목격자들>은 2015년부터 독립PD·독립감독과 함께 만드는 ‘협업 프로그램’입니다.
독립 다큐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독립PD·독립감독님의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1. 공모분야
- 모든 분야 다큐멘터리
2. 공모기간
- 2023년 7월 20일부터 8월 20일까지
3. 지원내용
- 1편당 제작비 1천만 원(세전, 선정 후 5백만원, 방송 후 5백만원 지원)
- 서울 충무로 뉴스타파함께센터 협업공간(스튜디오, 편집실 등) 이용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세요.
-링크 https://withnewstapa.org/2023/07/18/2023071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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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10년 책 <언론게릴라, 뉴스타파하다>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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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 설립 10주년을 맞아 지난 10년을 기록한 책, <언론게릴라, 뉴스타파하다>를 출간했습니다. 아직 신청하지 못하신 회원분들은 아래 링크에서 신청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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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뉴스레터 ‘타파스’를 만들고 있는 현PD😎입니다. 더 나은 타파스를 만들기 위한 의견은 언제나 환영이에요. 이번 주도 타파스와 함께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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