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뉴스타파가 검찰의 예산 정보를 입수해 검증 보도를 시작한 이후 많은 언론에서 검찰의 비상식적인 예산 집행 실태를 지적했습니다. 언론뿐 아니라 국회에서도 검찰, 그리고 검찰을 감독하는 법무부에 대해 지적이 이어졌는데요.
특히 이목을 끌었던 것이 검찰 특수활동비(특활비)와 관련된 의혹입니다. 특활비는 원래 ‘기밀 수사 등 특수한 상황’에 쓰도록 편성된 예산이지만, 불투명한 집행 과정 탓에 오·남용 의혹이 끊이지 않아 왔어요. 그런데 이번 뉴스타파 보도를 계기로 증빙자료 불법 폐기, 관리 소홀, 명절 떡값 유용 등 검찰 특활비를 둘러싸고 다양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2017년 9월 이후 특활비 관리에는 문제가 없다’ 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2017년 9월을 기점으로 검찰 내부의 특활비 관리 제도가 개선되었고, 그 이후에는 개선된 제도에 따라 특활비를 철저히 관리했다는 것이죠.🤔
|
|
|
▲ 2017년 9월 이후 검찰 특활비 관리 제도가 개선됐다고 말하는 한동훈 장관. |
|
|
한동훈 장관의 주장은 과연 사실일까요? 한 장관의 주장을 검증하려면 먼저 2017년 9월, 검찰의 특활비 관리 제도가 어떻게 개선되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법무부와 검찰은 특활비 관리 제도를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어요. 국회의원들이 계속 자료 공개를 요청하고 있는데도 말이에요.🤔
이런 상황에서, 뉴스타파는 여러 경로를 통해 검찰 특활비 제도가 어떻게 개선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입수했어요. 이번 주 타파스는 검찰의 특활비 관리 제도가 어떻게 개선됐는지, 그리고 그 개선안이 제대로 지켜졌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
|
|
‘검찰 특활비 개선방안’ 문건 확인해보니… ‘법 잘 지켜라’?🤨
자료를 살펴보기에 앞서, 먼저 2017년에 일어났던 검찰 특활비 오남용 사건을 하나 짚고 갈게요. 2017년 4월, 이영렬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사들과 법무부 직원들에게 ‘돈봉투’를 나눠준 사건인데요. 문제는 이 돈의 출처가 바로 검찰 특활비였다는 것입니다.🤨
일명 ‘특활비 돈봉투 만찬’ 이라고 불리는 이 사건 이후로 검찰의 도덕성은 상당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법무부와 대검찰청에 합동감찰을 지시했고, 몇 달 지나 합동감찰반은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리고 “특활비 사용 체계에 대해 투명성을 확보하고 합리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 라고 밝혔어요.
그로부터 다시 몇 달이 지난 2017년 9월, 검찰총장 명의로 전국 검찰청에 한 문서가 발송됐습니다. 이 문서의 제목은 ‘특수활동비 집행 제도개선 방안 시행 통보’. 즉 ‘특활비 돈봉투 만찬’ 사건 이후 법무부와 검찰이 내놓은 특활비 제도 개선 방안이 이 문서에 담겨 있었습니다. 한동훈 장관이 ‘2017년 9월 이후 특활비 제도가 개선됐다’ 라고 주장하는 근거가 바로 이 문서인 셈이죠. |
|
|
▲ 검찰 공문을 재구성한 내용 중 일부. 전체 문서는 뉴스타파 데이터포털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
|
|
그런데 막상 문서를 확인해보니, 검찰이 내놓은 ‘특활비 제도개선 방안’은 실망스러운 내용 뿐이었습니다. 사실상 기존에 있는 법과 지침을 ‘잘 지켜라’ 라고 당부한 것에 불과했기 때문이에요.😰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① ‘공공기록물 관리법 준수’ 당부
- 문서의 핵심 내용 중 하나는 ‘특수활동비 지출내역기록부’를 작성해 5년간 보관하라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는 현행 공공기록물 관리법상 어떤 공공기관이든 반드시 지켜야 하는, 오히려 지키지 않으면 처벌을 받게 되는 사항이에요.🤔
- 앞서 한동훈 장관은 ‘2017년 9월 이전에는 2개월마다 자료를 폐기하고 있었다’ 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원래 2개월마다 폐기하던 자료를 5년간 보관하도록 개선했다는 말인데, 이는 사실상 검찰이 공공기록물 관리법을 위반하고 있었음을 시인한 셈이에요.
|
|
|
② 기획재정부, 감사원 지침 ‘재탕’
- 문서에는 다른 개선 방안도 적혀 있는데, 그 내용은 ‘기밀유지 필요성이 낮을 경우 원칙적으로 카드 사용’, ‘현금 집행 시 현금수령증은 반드시 구비’ 등 모든 공공기관에 적용되는 상식적인 수준의 내용이었어요. 더군다나 이 내용은 기획재정부와 감사원에서 이미 정해놓은 예산 지침을 사실상 그대로 되풀이한 것이었습니다.🤨
이상의 내용으로 봤을 때, 검찰이 내놓은 ‘특활비 제도 개선방안’은 사실상 기존의 법과 지침을 잘 지키라는 수준에 불과합니다.
물론 현행법을 잘 지키는 것도 중요하기는 하지만, ‘돈봉투 만찬’ 사건 이후 내놓은 개선방안 치고는 부실해 보이는 게 사실이에요.🤔 만약 정말로 특활비 오남용을 막을 생각이었다면, 현행법 수준을 넘어서는 강력한 대책을 내놓아야 하지 않았을까요. |
|
|
‘특활비 개선방안’ 시행 이후에도 오남용 정황 다수 발견😰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만든 대책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검찰 예산 자료를 확인해 보니, 검찰이 이 개선 방안을 시행한 이후에도 특활비를 오남용한 정황이 다수 드러났어요.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증빙자료 없이 특활비 1억 9천만 원 집행
- 검찰이 특활비 제도 개선 방안을 시행한 2017년 9월부터 12월까지,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이 쓴 특활비는 총 17억 2천만 원에 달합니다. 그런데 이 중 최소 1억 9천만 원이 영수증 등 증빙자료 없이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어요. 특활비 증빙자료를 작성하고 보관하라는 개선안을 다름아닌 검찰총장이 무시한 것입니다.🤨
② 국가재정법 위반 의혹
- 2018년 12월,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은 계좌에 남아있던 특수활동비를 모두 소진했습니다. 그런데 다음 달인 2019년 1월에 이상한 일이 일어났어요. 국고 계좌에 특활비가 입금되기도 전에, 9천만 원이 넘는 특활비를 사용한 기록이 확인된 것입니다.
- 즉 2018년 말에 특활비를 모두 쓴 것처럼 장부를 꾸민 뒤, 실제로는 쓰지 않고 현금으로 보관하고 있다가 다음 해인 2019년에 꺼내서 쓴 것이 아닌지 의혹이 제기됩니다.🤔 만약 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국가재정법상 '회계연도 독립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에요.
③ 명절 떡값, 포상금 지급 의혹
-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기간(2017년 5월~2019년 7월)동안 각각 두 번의 설날과 추석 명절을 앞둔 시점에 2억 4,900만 원 상당의 특활비를 사용했습니다. 특활비를 유용해 검사들에게 ‘명절 떡값’을 돌린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정황이에요.
- 또 윤 대통령은 2018년 3월 23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자, 당시 수사팀 중 한 명이었던 이복현 현 금감위원장을 비롯해 여러 검사들에게 특활비를 나눠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처럼 검찰 수사가 중요한 고비를 넘기는 시점에 거액의 특활비를 지출하는 패턴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의 임기 내내 반복되는데요. 특활비를 검사들에 대한 ‘포상금’ 성격으로 유용한 것이 아닌지 의혹이 제기됩니다.🤔
위에서 살펴본것처럼, ‘특활비 제도 개선방안’이 시행된 2017년 9월 이후에도 검찰 특활비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정황이 다수 발견되고 있습니다. 즉 검찰은 스스로 개선 방안을 만든 이후에도 그 개선안을 무시하고 있었던 셈이에요.😰
앞서 한동훈 장관은 ‘2017년 9월 이후 검찰 특활비 관리에는 문제가 없다’ 라고 말했습니다. 비교적 최근(2022년 5월)까지 검찰에 재직하고 있었던 한 장관이, 과연 이와 같은 검찰의 특활비 관리 실태를 몰랐던 것일까요? 아니면 알고도 모른 척을 했던 것일까요?🤔
2017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특활비 돈봉투 만찬’ 사건. 이 사건 이후 수 개월의 시간이 있었음에도 검찰은 사실상 하나마나한 개선안을 내놨고, 심지어 그 개선안마저 제대로 지키지 못했습니다. 과연 검찰이 연간 백억 원이 넘는 특활비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조직인지, 국민의 세금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조직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
|
|
🥙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기사로 한 입에 쏙! |
|
|
당신이 보지 못한 한국전쟁, 초토화 폭격 “북토크”에 초대합니다 |
|
|
◎ 참여방법
-신청 링크: https://forms.gle/f8Fk6L2Eqx9aLq4W9
-위 신청 링크에서 신청서를 작성해 주세요.
-선정된 분께 문자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선착순 마감)
◎ 행사내용
-일시: 2023년 8월 22일 화요일 저녁 7시
-출연: 전갑생, 김용진, 최윤원
-장소: 뉴스타파함께센터 1층 ‘북카페 뉴스타파’ (서울 중구 퇴계로 212-13, 충무로역 1번 출구)
2023년 7월 27일은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함께재단의 도서출판부 ‘도서출판 뉴스타파’에서 정전 70주년을 맞아 “당신이 보지 못한 한국전쟁, 초토화 폭격”이란 제목으로 사진집을 출판했습니다.
한반도를 ‘초토화’시킨 미군의 폭격 양상을 280여 장에 이르는 사진 자료를 토대로 재현한 책입니다. 사진뿐 아니라 미국 국립문서기록청에서 수집한 영상 자료를 큐알코드로 수록해 당시 참혹한 현장을 더 입체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저자와 독자가 좀더 가깝고 편하게 대화할 수 있도록 뉴스타파함께센터 1층 북카페에서 소규모로 북토크를 진행합니다. 8월 22일 화요일 저녁, 북카페에 오셔서 차 한잔 마시며 함께 이야기 나눠요!
👉 책을 가져오시거나 현장에서 구입하시면 저자가 사인을 해드립니다. |
|
|
뉴스타파함께재단이 2023년 독립 다큐멘터리 작품을 공모합니다. 선정작에는 제작비 1천만 원을 지원하고, 협업 프로그램인 <목격자들>에 방송합니다.
뉴스타파함께재단과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건강한 언론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독립언론(인)과 다양한 연대,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목격자들>은 2015년부터 독립PD·독립감독과 함께 만드는 ‘협업 프로그램’입니다.
독립 다큐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독립PD·독립감독님의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1. 공모분야
- 모든 분야 다큐멘터리
2. 공모기간
- 2023년 7월 20일부터 8월 20일까지
3. 지원내용
- 1편당 제작비 1천만 원(세전, 선정 후 5백만원, 방송 후 5백만원 지원)
- 서울 충무로 뉴스타파함께센터 협업공간(스튜디오, 편집실 등) 이용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세요.
-링크 https://withnewstapa.org/2023/07/18/202307181/ |
|
|
뉴스타파 10년 책 <언론게릴라, 뉴스타파하다>를 드립니다!
|
|
|
올해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 설립 10주년을 맞아 지난 10년을 기록한 책, <언론게릴라, 뉴스타파하다>를 출간했습니다. 아직 신청하지 못하신 회원분들은 아래 링크에서 신청 바랍니다.
|
|
|
안녕하세요! 뉴스레터 ‘타파스’를 만들고 있는 현PD😎입니다. 더 나은 타파스를 만들기 위한 의견은 언제나 환영이에요. 이번 주도 타파스와 함께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
|
|
뉴스타파는 광고와 협찬을 받지 않고 오직 시민들의 자발적인 후원으로 제작·운영됩니다. 99% 시민을 위한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의 후원회원이 되어 주세요. |
|
|
서울특별시 중구 퇴계로 212-13(04625)
ⓒ The Korea center for investigative journalism, All Rights Reserved.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