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그룹에서 40년 넘게 환경안전 관리자로 일해온 ‘삼성맨’ 강 모 씨. 오랜 세월 환경안전 분야에서 일하며 쌓아온 전문성, 그 전문성을 키웠던 삼성이라는 조직은 강 씨에게 무엇보다 큰 자부심이었습니다.
2012년 12월경, 삼성전자 국내 공장에서 일하던 강 씨는 베트남 박닌(Bac Ninh) 시에 위치한 삼성전자 공장을 찾았습니다.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화재의 원인은 금방 파악했지만, 강 씨는 화재 이외에도 뭔가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강렬한 악취가 공장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박닌 공장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공장입니다. 한 해 매출이 2조 원을 넘는 대규모 공장이죠. 첨단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의 핵심 제품을 생산하는 만큼, 제조 환경과 안전 역시 철저하게 관리해야 하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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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베트남 박닌 시에 위치한 삼성전자 공장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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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40년 삼성맨’ 강 씨가 목격한 박닌 공장은, 글로벌 기업 삼성의 겉모습과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과연 공장을 가득 메운 악취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요? 강 씨가 본 삼성의 실체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이번 주 타파스는 국내 최고의 글로벌 기업, 삼성의 이중적인 모습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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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경영진, 40년 안전 전문가 의견 묵살했다😰
삼성전자 박닌 공장의 악취 문제를 조사하던 강 씨는 곧 문제의 원인을 발견했습니다. 공장 내 오염 물질을 걸러내는 필터가 교체되지 않은 것이 첫 번째 원인이었습니다. 필터에 먼지가 쌓여 제 역할을 하지 못하니 사실상 오염 물질이 그대로 공기 중에 방출되고 있었던 것이죠.🤔
하지만 문제는 필터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조사를 계속하던 강 씨는 곧 공장의 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공장 규모에 비해 오염 방지 시설이 너무 작게 설계되어 있었고, 심지어 공정에 따라 유해 물질 배기 시설이 아예 설치되지 않은 곳도 있었어요. 인체에 위험한 것은 물론이고 폭발 사고 위험마저 도사리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강 씨는 베트남 출장에서 목격한 것들을 정리해 내부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이 보고서에는 수백 건에 달하는 부적합 건과 문제점이 담겨 있었어요. 강 씨는 이 보고서를 상부에 전달했지만, 삼성 경영진은 강 씨의 보고서를 묵살했습니다.😰 문제의 원인과 해결 방법을 충분히 알았음에도, 비용과 이윤 때문에 해결에 나서지 않은 것이죠.
수 년의 시간이 흐른 뒤, 삼성 박닌 공장은 도장, 인쇄 등 유해 물질을 사용하는 공정을 외주화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하지만 강 씨는 그동안 조직의 차가운 눈초리를 견뎌야만 했습니다. 강 씨는 박닌 공장 문제를 지적한 탓에 인사상 불이익을 받기도 했다고 주장합니다. 결국 강 씨는 지난 2021년, 평생 직장이었던 삼성을 떠났습니다.
강 씨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삼성은) 거짓말쟁이들” 이라고 말했습니다. 베트남 공장뿐 아니라 미국 오스틴에서도 폐수 유출 사고를 일으키는 등 환경 사고가 발생한 사실이 있는데, 정작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는 환경 법규를 위반한 사실이 없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죠. 겉으로는 지속가능성을 주장하고, 속으로는 철저히 이윤만 따지는 이중적 태도 앞에 ‘40년 삼성맨’ 강 씨의 자부심은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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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삼성전자가 발표한 2022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중 일부. 환경 법규 위반 건수가 0건으로 적혀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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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스스로 금지한 유해물질, 베트남 공장에서는 쓰였다🤔
그렇다면 강 씨가 지적한 삼성전자 박닌 공장에서는 실제로 얼마나 위험한 물질이 사용되고 있었을까요? 뉴스타파는 2016년 박닌 공장 내부에서 사용된 화학 제품 리스트를 입수해, 시민단체 '반올림'과 함께 자료를 분석했습니다. 삼성 공장에서 사용된 유해 물질 정보가 구체적으로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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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2016년 박닌 공장에서 사용된 제품의 유해성을 나타낸 도표. 많은 제품들이 인체에 유해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출처: 반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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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결과, 많은 제품들에서 두통, 어지럼증, 구토, 혼수상태 등의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이 검출됐습니다. 이 중에서도 특히 CMR물질이 함유된 제품이 눈에 띄었는데요. CMR물질은 발암성(Carcinogenicity), 생식세포변이원성(Mutagenicity), 생식독성(Reproductive toxicity)을 지닌 물질을 뜻하는 말로, 쉽게 말해 암과 돌연변이, 생식능력 이상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입니다.😨
실제로 2017년 국제환경보건단체 아이펜(IPEN)과 베트남 시민단체는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의 여성 노동자들을 심층 인터뷰했는데요. 인터뷰에 응한 45명 중 전원이 어지럼증과 현기증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물론 실제 유해성을 증명하려면 더 자세한 조사가 필요하겠지만, 적어도 삼성 베트남 공장의 환경이 노동자의 건강에 좋지 않은 것은 분명해 보여요.🤨
삼성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을 통해, 삼성 및 삼성 협력업체 공장에서 유해 물질 사용을 금지하거나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태아의 기형을 유발할 수 있는 ‘톨루엔’이라는 물질이에요. 하지만 적어도 2016년까지 베트남 공장에서는 톨루엔을 포함한 유해 화학물질이 사용됐다는 사실이 이번 조사로 밝혀졌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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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미 씨 사망 이후 16년… 삼성은 무엇이 변했나😰
지난 2007년 3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했던 황유미 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반도체 제조 작업에서 사용한 유해 물질이 병의 원인이었습니다. 황유미 씨를 비롯해 수많은 삼성전자 노동자들이 직업병으로 세상을 뜨거나 장애를 얻었습니다.
시민단체 ‘반올림’(당시 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진상규명 대책위)을 비롯해 수많은 단체들이 삼성의 책임을 촉구했습니다. 그러나 삼성은 정재계와 언론에 뿌리내린 영향력을 바탕으로, 오랜 시간동안 책임을 회피하며 버텼어요. 삼성이 직업병 피해자들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기까지는 무려 11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 동안 삼성은 국내를 넘어 세계를 향해 뻗어나갔습니다. 현재 삼성은 미국, 중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멕시코 등 전 세계에 수많은 공장을 거느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죠. 사람들은 삼성을 선망하고, 기업들은 삼성처럼 되고 싶어합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우리나라는 ‘삼성공화국’ 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늘 말씀드린 이야기 속 삼성은 황유미 씨의 죽음 이후에도 전혀 달라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노동자들의 건강을 해치는 유해 물질, 심각한 병을 유발하는 작업 환경조차 이윤을 핑계로 방치하는 기업. 이러한 문제를 고치기보다 은폐하는 데만 급급한 기업. 이것이 첨단 글로벌 기업 삼성의 민낯입니다. 뉴스타파는 앞으로도 삼성의 실체를 계속 감시하고 보도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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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기사로 한 입에 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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