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뉴스레터 ‘타파스’를 만들고 있는 현PD😎입니다. 오늘 우리나라는 낮 기온 최고 26도를 기록해 거의 초여름 같은 날씨를 보였죠. 추위를 잘 타는 저도 반팔 티셔츠(!)를 입고 출근했을 정도로 따뜻한 날씨였어요.😅
무척 따뜻해진 날씨에 기분이 설레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올 여름은 얼마나 더울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서기도 합니다. 갈수록 지구 온난화는 심각해지고 있고, 그만큼 폭염이 찾아올 가능성도 점점 높아지고 있으니까요.🤔
▲ 사진: 현재 추세대로 온실가스를 배출할 경우 2100년까지 여름철 최고기온을 나타낸 그래프. 지금 추세가 이어진다면 21세기 후반에는 지금보다 약 4.5도 높은 평균기온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지구 온난화와 기후 위기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현재 세계적으로 지구 온난화를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삼림 파괴인데요.
뉴스타파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함께 전 세계의 삼림 파괴 실태를 취재하는 ‘삼림 파괴 주식회사(Deforestation Inc.)’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타파스’에서 다뤘던 목재 펠릿 문제도 바로 이 프로젝트 과정에서 밝혀낸 문제였어요. 이번 주 타파스는 지난주에 이어, 우리나라 대기업의 환경파괴 실태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인도네시아 환경 파괴의 주범, ‘팜유 플랜테이션’😰
삼성물산, 포스코인터내셔널, LX인터내셔널(구 LG상사)… 모두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국내 무역업계의 대기업들입니다. 이 기업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요. 바로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팜유 플랜테이션을 운영하고 있다는 거예요.🤔
팜유는 팜나무(기름야자) 열매를 짜서 만드는 식용유입니다. 올리브유나 콩기름에 비해 우리에게 익숙하지는 않지만, 라면이나 과자 등을 제조하는 데 많이 쓰이기 때문에 사실상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식용유라고 해요. 또 최근에는 석탄을 대체할 친환경 연료로 바이오 중유가 각광받고 있는데, 팜유는 이 바이오 중유의 원재료로 쓰이기도 합니다.
이 팜유를 세계에서 제일 많이 생산하는 나라가 바로 인도네시아입니다. 인도네시아는 2022년 기준 전세계 팜유 생산량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이 엄청난 생산량 중 대부분이 기업형 농장(플랜테이션)에서 나온다고 해요.😲
▲ 사진: 공중에서 바라본 팜유 플랜테이션의 모습. 팜나무가 일정한 간격으로 지평선 끝까지 늘어서 있습니다. (출처: Mighty Earth)
문제는 이 플랜테이션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멀쩡한 숲을 파괴하고 강물을 오염시키는 등, 심각한 환경 파괴가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인도네시아 현지는 물론 전 세계에서도 팜유 플랜테이션의 환경 파괴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데요. 실제로 유럽연합(EU)의 경우는 2018년 팜유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려서 인도네시아와 갈등을 빚기도 했어요.😰
그런데 위에서 말했듯이, 이 팜유 플랜테이션을 운영하는 기업들 중에는 우리나라 대기업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과연 우리나라 기업들은 환경파괴 문제 없이 플랜테이션을 운영하고 있을까요?🤔
국내 대기업들도 인도네시아 ‘환경 파괴’ 지적받아🤔
아쉽지만 우리나라 기업들도 환경 파괴 문제에서 자유롭지는 않았습니다.😰 국내 기업이 운영하는 플랜테이션 역시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환경 문제로 지적을 받은 경우가 많았는데요.
대표적인 예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인도네시아 파푸아주에서 ‘비오인티아그린도’(PT. Bio Inti Agrindo 또는 PT. BIA)라는 팜유 플랜테이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플랜테이션은 부지 확보 단계부터 현지 주민과 불공정 계약으로 갈등을 빚은 일이 있었어요. 또 이 플랜테이션은 삼림 파괴와 수질 오염 등으로 국제 사회의 지탄을 받기도 했습니다.🤔
▲ 사진: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운영하는 플랜테이션 ‘비오인티아그린도’ 인근 주민이 수질 오염 문제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LX인터내셔널(구 LG상사)의 경우는 인도네시아 칼리만타에서 ‘파르나 아그로마스’(PT. Parna Agromas) 등 3개의 플랜테이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환경단체 체인리액션리서치에 따르면, LX인터내셔널의 플랜테이션 역시 강 오염과 농장 개간을 위해 방화를 저지른 의혹을 받았어요.🤨
대기업의 환경파괴 이면에는 정부의 ‘특혜 금융’ 있었다😰
또 다른 문제는, 이렇게 현지에서 환경 파괴로 지적받는 기업들에게 우리 정부가 특혜 금융을 지원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팜유 플랜테이션과 관련해 융자를 지원해준 정부 기관은 바로 산림청과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였어요.
이 중 산림청은 2010년부터 1.5%의 저금리로 사업비의 최대 60%를 지원해주고 있었는데요. 지난 10년간 산림청과 농식품부가 이런 식으로 지원해준 ‘특혜 금융’ 액수는 총 860억 원에 달합니다.
즉 인도네시아에서 환경 파괴로 지탄받는 대기업들에게,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공적 자금 수백억 원이 흘러간 셈이죠. 기후 위기가 세계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지금, 공적 자금이 과연 윤리적으로 사용되고 있는지 더욱 철저한 감시가 필요해 보입니다.🤔
▲ 사진: 팜유 농장 개간을 위해 수많은 나무들이 쓰러져 있는 모습. (출처: Mighty Earth)
뉴스타파가 위와 같은 문제를 지적하자, 산림청은 환경 파괴 관련 논란을 인지해 팜유 사업에 대한 융자 지원을 중단했다고 밝혔어요. 실제로 산림청은 지난해부터 해외 팜유 농장 사업을 정책 융자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팜유는 중요한 자원이기 때문에 팜유에 대한 융자 지원을 중단할 입장이 없다”고 밝혔어요. 다만 “향후 필요 시 환경 등 윤리 경영에 대한 부분을 평가 기준에 추가하는 것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해, 앞으로의 대책을 기대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처음에 말씀드렸듯이 기후 위기는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의 환경 파괴는 언젠가 우리에게 커다란 재난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기업은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정부는 기업의 행동을 감시하는 등 각자의 위치에서 책임을 다했을 때 비로소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