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구글에 가장 많이 검색한 단어는 무엇일까요? 12년만에 16강 진출에 성공했던 카타르 월드컵? 작년부터 임기를 시작한 윤석열 대통령? 아니면 BTS같은 K-pop 아티스트가 차지했을까요? 예상 외로, 2022년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검색한 단어는 바로 ‘기후 변화’ 였습니다.😲
그만큼 기후 변화는 최근 무엇보다 뜨거운 주제입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의 정부와 기업들이 기후 변화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요. 그 중 하나가 바로 친환경 에너지 비율을 늘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친환경 에너지 원료를 만들기 위해 오히려 멀쩡한 환경을 파괴하는 실태가 전 세계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번 주 ‘타파스’는 친환경 에너지를 위해 일어나는 삼림 파괴 현실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친환경 연료’ 만들기 위해 멀쩡한 숲이 없어진다🤔
기후 변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받는 것은 바로 석탄입니다. 석탄을 태우면 대량의 탄소가 발생하는데, 탄소는 온실효과를 유발해서 지구의 온도를 높이는 대표적인 온실 가스로 알려져 있어요. 그래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 석탄을 대체할 연료를 찾는 데 고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석탄을 대체할 에너지 원료로 바이오매스가 각광받고 있습니다. 바이오매스는 식물이나 미생물 등 유기물을 활용하는 에너지를 말해요. 그 중 현실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바이오매스 연료는 바로 나무를 가공해 만든 목재 펠릿입니다. 목재 펠릿은 나무를 뭉쳐서 작은 조각 모양으로 만든 것인데, 불에 잘 타는 성질이 있어서 석탄 대신 화력발전에 쓰이곤 해요.
▲ 목재 펠릿이 쌓여있는 모습.
그런데 문제는 이 목재 펠릿을 만들기 위해 멀쩡한 나무를 베어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까지만 보시면 목재 펠릿을 만들기 위해 나무를 베는 것이 뭐가 문제냐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사실 목재 펠릿이 주목받는 이유는 버려지는 목재를 ‘재활용’해서 만들기 때문입니다. 원래 나무를 가공할 때 몸통에 해당하는 원목은 가구나 건축재 등에 이용하고, 가지나 잎사귀 같은 부산물은 쓸모가 없어 버리곤 해요. 또 병에 걸리거나 상품가치가 낮아서 어쩔 수 없이 버리는 나무들이 있는데, 이렇게 버려지는 목재를 재활용해서 연료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목재 펠릿의 장점이에요.
그런데 원래 가구나 건축재로 쓰여야 할 원목까지 목재 펠릿으로 만들어서 연료로 사용한다면? 사실상 멀쩡한 가구를 불태워서 연료로 쓰는 것이나 다름없죠.😰 결국 ‘친환경 발전’을 명목으로 소중한 삼림 자원을 낭비하는 셈입니다.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전체 목재 펠릿의 약 41%가 이렇게 멀쩡한 원목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요.
이렇듯 목재 펠릿은 석탄을 대체할 친환경 연료로 주목받고 있지만, 사실상 쓰면 쓸수록 삼림 파괴를 일으키는 역설적인 상황에 처해 있어요. 삼림 파괴가 기후 변화의 주요 원인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기후 변화에도 오히려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지 우려됩니다.🤔
▲ 국내 목재 펠릿 제조 공장에 원목이 쌓여있는 모습.
한국의 ‘친환경’ 에너지가 동남아 환경파괴로😰
더 큰 문제는 이와 같은 삼림 파괴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유통되는 목재 펠릿의 78.5%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캐나다, 인도네시아 등에서 수입해 온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이렇게 목제 펠릿을 납품하는 업체들의 환경 파괴 문제가 곳곳에서 보고되고 있어요. 일례로, 베트남의 목재 펠릿 제조 업체 중에 안비엣팟 에너지(An Viet Phat Energy)라는 회사가 있는데요. 이 회사는 지난 3년간 52만톤의 목재 펠릿을 한국에 수출했을 만큼 한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요.
그런데 이 회사는 지난 2021년, 오폐수와 산업 폐기물을 투하하는 등 현지 환경법을 위반해 사업장 중단 조치를 받은 이력이 있어요. 또 작년에는 목재 펠릿을 합법적,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제조한다는 국제삼림관리협의회(FSC) 인증을 박탈당하기도 했습니다. 현지 주민들은 안비엣팟의 목재 펠릿 제조 공장이 분진과 소음을 발생시킨다며 고통을 호소하기도 해요.😰
▲ 고통을 호소하는 베트남 현지 주민.
또 한국 공기업이 세운 자회사가 현지에서 단속을 받는 일도 있었어요. 지난 2021년 MJ 베트남아그리컬쳐(MJ Agri Vina)라는 목재 펠릿 제조 회사가 베트남 환경 당국 기준치의 1325배가 넘는 분진을 배출하다 적발돼 벌금을 문 일이 있었는데요. 이 MJ베트남은 우리나라 공기업인 목포도시가스가 2011년부터 운영한 자회사입니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현지 환경법을 위반하며 제조된 목재 펠릿을 수입하거나, 또는 현지 환경을 파괴하는 데 간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친환경 발전을 위해 오히려 다른 나라의 환경이 파괴되고 있는 셈이죠.🤨
삼림 파괴 막으려면… ‘공급망 관리’가 필수🤔
이와 같은 전 세계적 삼림 파괴를 막기 위해, 환경 전문가들은 ‘공급망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바이오매스 연료가 소비되는 나라뿐 아니라, 연료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모든 나라들이 합법적이고 친환경적인 절차를 지키고 있는지 감시해야 한다는 것이죠.🤔
실제로 독일은 2021년 6월에 ‘공급망 실사법’을 제정해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어요. 독일 기업이 스스로가 쓰는 자원을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는 이 법은, 위반 시 전 세계 매출의 최대 2%에 해당하는 벌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유럽연합(EU) 역시 독일의 사례를 참고해 비슷한 지침을 발의했어요.
우리 정부 역시 지난해 12월 공급망 실사 가이드라인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법적 강제성이 없는 지침에 불과해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돼요.🤔
기업 입장에서 국내에서 생산되는 원료뿐 아니라 수입 원료까지 관리하는 것은 지나치게 어렵다는 반발도 나옵니다. 그럼에도 철저한 공급망 관리가 필요한 이유는 그만큼 기후 변화가 우리 앞에 닥친 위기이기 때문이에요. 전 세계가 공급망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는 시대, 각 나라가 각자의 책임을 다했을 때 비로소 기후 변화라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