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헌법에 의해 대부분의 정부 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감사할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기관입니다. 그래서 국가정보원, 국세청, 검찰, 경찰과 함께 대한민국 5대 권력기관 중 하나로 불리기도 해요. 또 그만큼 정치적 중립이 잘 지켜져야 하는 기관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감사원의 중립성 논란이 유난히 불거지고 있어요. 월성 원전 조기 폐쇄 결정,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통계 조작 논란 등 문재인 정부 시절 사건에 대한 감사가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감사원의 행보에 야당 측은 ‘표적 감사’, ‘편향 감사’라며 반발하고 있고요.🤔
이 논란의 중심에는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있습니다. 유병호 총장은 감사원장에 이은 감사원의 2인자이지만, 사실상 감사원의 실세로서 업무를 지휘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아요. 또 현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정부의 입맛에 맞는 감사를 지시한다는 의혹도 있습니다. 만약 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감사원의 중립성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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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원의 실세로 불리는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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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 뉴스타파가 이러한 의혹을 밝힐 수 있는 근거를 입수했습니다. 유병호 총장이 지난 2020년에서 2021년 사이 작성한 이른바 ‘공감노트’ 라는 문건을 입수한 것인데요. 이 문건은 유병호 총장이 작성 후 감사원 내부에 공유한 일종의 업무 지시 문서입니다. 즉 유병호 총장의 업무 지시 내용과 그 배경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인 셈이죠. 과연 이 ‘유병호 문건’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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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원전 감사’ 미리 짜여진 스토리라인 있었다🤔
‘유병호 문건’이 작성된 2020년 ~ 2021년은 문재인 정부의 월성 원전 폐쇄 관련 감사가 진행되던 시기였습니다. 당시 유병호 총장은 감사원 공공기관 감사국장으로서 이 감사를 지휘했는데요.
뉴스타파가 입수한 문건 속에서 유병호 총장은 해당 감사팀의 업무를 일일이 평가하고, 업무 방식을 지적하면서 적극적으로 감사를 지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건을 살펴보던 중 유독 눈에 띄는 표현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유병호 총장이 감사팀에 직접 ‘스토리라인과 큰 그림’을 전달한다는 말이었어요.🤔
즉 유병호 총장은 월성 원전 감사팀에게 모종의 ‘스토리’를 제공했고, 이 스토리에 맞춰 감사를 진행하라고 지시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어지는 문건에서는 이 스토리가 어떤 내용이었는지 밝혀지는데요.
유병호 총장이 감사팀에 전달한 ‘스토리’ 내용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이 한수원 관계자들을 압박해서 월성 원전 가동중지를 관철시켰다.
- 정재훈 전 한수원 사장은 한수원 이사들을 기망해서 가동중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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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5월 유병호 총장(당시 공공기관감사국장)이 작성한 문건. 월성 원전 감사팀에 전달한 ‘스토리’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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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당시 유병호 총장은 월성 원전 폐쇄 결정 과정에 백운규 전 장관과 정재훈 전 사장의 부당 개입이 있었다는 결론을 미리 내려놓고, 이 스토리에 맞춰 감사를 지시했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또 ‘유병호 문건’에는 감사 결과를 짜맞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감사 범위를 축소한 정황도 드러나 있습니다. 당시 한수원은 월성 원전 폐쇄를 결정하면서 운영환경, 안정성, 지역수용성, 경제성 등 4개 항목을 검토했는데요. 유병호 총장은 이 4가지 항목 중 다른 항목은 모두 무시하고 오직 경제성만 집중 감사하라고 지시했어요.🤨
결국 2020년 10월, 감사원은 경제성 조작과 부당 개입 등으로 인해 월성 원전 폐쇄 결정이 부당하게 내려졌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유병호 총장의 지시 내용과 정확히 일치하는 결론이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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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호의 감사원… ‘사냥’ 위해서는 수단 방법 가리지 않았다😰
그런데 유병호 총장은 도대체 왜 이런 방식으로 감사를 추진했을까요? 그가 작성한 문건을 보면 그 이유를 일부나마 알 수 있어요.
유병호 총장이 작성한 문건에는 감사 업무를 ‘사냥’, ‘전투’로 비유하는 표현이 자주 등장합니다. 마찬가지로 감사원 직원들은 ‘전사’나 ‘무사’로, 감사 대상은 ‘사냥감’, ‘적’이라고 표현하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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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병호 총장이 작성한 문건 중 일부. 감사 업무를 사냥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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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감사원은 어디까지나 행정 운영을 개선하고, 그 결과 국민의 권익을 향상시키기 위해 있는 기관입니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먹잇감을 쓰러뜨려야 하는 사냥꾼과는 다르죠. 하지만 유병호 총장은 감사는 사냥과 같은 것이며,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면 무슨 수단을 쓰든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월성 원전 감사 당시, 감사를 맡은 공무원들이 허위로 출장비를 받아 간 일이 있었습니다. 이 사실을 적발한 감사원 사무처는 허위 출장비를 반환하라고 지시했어요. 그런데 당시 유병호 총장은 ‘전투 중에 전투식량 뺏으려고 하지 말라’며 출장비를 횡령한 직원들을 감싸는 모습을 보였어요.🤨
이러한 유병호 총장의 업무 스타일을 고려해봤을 때, 결과를 미리 정해놓고 과정을 끼워 맞추는 감사 방식 역시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면 충분히 가능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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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호는 윤석열의 ‘닮은꼴’?🤔
그런데 유병호 총장이 지휘하는 감사원과 묘하게 닮은 기관이 있습니다. 미리 결론을 만들어놓고 업무를 진행하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기관… 어디인지 아시겠나요? 바로 감사원과 함께 5대 권력기관으로 꼽히는 검찰입니다.😅
뉴스타파는 검찰, 그 중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이 오랜 시간 몸담았던 특별 수사부의 어두운 모습을 여러 차례 보도해 왔습니다. 묘하게도 유병호 총장이 지휘하는 감사원은 이 검찰의 어두운 모습과 상당히 닮아 있어요. 그래서인지 유병호와 윤석열, 두 리더의 리더십 역시 비슷한 점이 많아 보입니다. 상대방을 ‘적’으로 규정하고, 적을 제거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방법이든 거리낌없이 쓰는 점이 특히 그렇습니다.
월성 원전 감사 결과 발표 이후 좌천됐던 유병호 당시 공공기관감사국장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2직급 승진해 감사원 사무총장 자리에 올랐습니다. 지난해 10월에는 유병호 총장이 대통령실 이관섭 국정기획 수석에게 직접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보고를 하는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 되기도 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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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10월 국무회의에서 이관섭 수석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유병호 총장의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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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유병호 총장은 평소에도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신선한 돌풍’이라 부르는 등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마음껏 드러내 왔습니다. 이런 유병호 총장이 대통령실과 정치적 코드, 업무 방식에 이어 공격 대상까지 일치시킬지도 모른다는 것은 지나친 의심일까요?🤔
처음에 말씀드렸듯 감사원은 대부분의 기관을 감사할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조직입니다. 이렇게 막강한 조직이 중립성을 잃어버리고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했을 때, 결국 그 피해는 평범한 국민들에게 돌아올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유병호 사무총장의 행보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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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기사로 한 입에 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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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목요일, <회원초청시사회>에서 제작진은 회원들을 만나 뜻깊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뉴스타파 프로그램을 함께 시청하고, 담당 기자와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이번 시사회에서는 황일송 기자가 취재한 ‘감사원 '유병호 문건' 입수... 월성 원전 감사 '시나리오' 있었다’ 보도를 함께 보며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앞으로도 매월 마지막 목요일, <회원초청시사회>를 통해 회원님과 만남의 자리를 갖습니다. 행사 일주일 전, 참여 신청서를 메일로 보내드립니다. 편하게 오셔서 직접 얼굴 보기를 기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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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매체들은 관언유착, 정언유착이 될 수밖에 없어요. 취재 소스가 다 그곳에서 나오기 때문이죠. 그런데 뉴스쿨에서 문서 추적 등 탐사보도 기법을 배우고 나니까 더 이상 정치인들과 유착할 필요가 없더라고요. 그동안의 갈증이 해결됐습니다” -뉴스쿨 1기 수료생 이창호 기자(10년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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