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대장동 사건’이라 불리는 대규모 개발 비리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게 됩니다. 이 사건은 지금까지 수많은 논란을 낳고 있지만, 그 중 가장 큰 공분을 얻었던 의혹 중 하나가 바로 곽상도 전 의원 아들의 ‘50억 퇴직금’ 관련 의혹일 거예요.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임금 근로자의 평균 소득은 월 333만 원이라고 해요. 단순하게 계산해서 이 돈을 125년간 한 푼도 안 써야 모을 수 있는 돈이 50억 원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은 평생 만져보지도 못하는 엄청난 돈이지만, 곽 전 의원의 아들은 약 6년간 화천대유에서 일한 뒤 퇴직금 명목으로 50억 원을 받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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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지난 2월 13일,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과 경북도당 대학생위원회·청년위원회 관계자들이 대구지방법원 입구에서 ‘곽상도 전 의원 50억 뇌물 수수 의혹 무죄 판결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습니다. (출처: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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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어마어마한 퇴직금 뒤에는 일명 ‘50억 클럽’으로 불리는 정관계 인물들과 김만배, 남욱 등 대장동 일당의 로비 의혹이 숨어 있었습니다. 즉 이 퇴직금 50억 원은 대장동 일당이 50억 클럽 중 한 명인 곽상도 전 의원에게 상납한 뇌물이었다는 것이죠. 뉴스타파는 ‘대장동 X파일’ 연속 보도를 통해 대장동 일당과 50억 클럽을 둘러싼 여러 의혹들을 파헤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의혹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대장동 일당이 굳이 곽 전 의원의 아들에게 뇌물을 전달했다는 점입니다. 당시 곽 전 의원은 공직자윤리법 적용 대상인 현역 국회의원이었으니, 직계 가족을 통해 뇌물을 전달한다면 들킬 위험도 커질텐데 말이에요.🤔
아래에서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리겠지만, 사실 공직자윤리법에는 뇌물 등 부정부패를 방지한다는 취지를 무색케 하는 제도적 허점이 있습니다. 이번 주 타파스는 지난 30년간 ‘적폐 제도’로 비판받아온 공직자윤리법의 고지거부 제도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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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윤리법 취지 무색케 하는 ‘고지거부 제도’ 🤔
현행 공직자윤리법상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자지단체장과 4급 이상의 공무원 등은 자신의 재산을 등록해 공개해야만 합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배우자와 직계 가족의 재산 정보 역시 공개해야 하는데요.
이와 같은 공직자 재산 공개의 역사는 30년 전인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갓 취임한 김영삼 대통령은 이른바 ‘윗물맑기운동’을 전개하면서 자신과 배우자, 부친과 아들의 재산까지 투명하게 공개했어요. 이후 국회는 4급 이상 공무원에게는 재산 등록을 강제하고, 1급 이상은 공개를 의무화하는 등 공직자윤리법을 대대적으로 손보기 시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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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취임 이후 ‘공직자 재산 공개’를 선언하며 연설하는 김영삼 전 대통령. (출처: KB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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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당시 국회의원들은 공직자윤리법 개정 자체에는 동참하면서도, 자신의 가족은 재산 공개 대상에서 제외하려고 했어요. 그 결과 공직자윤리법 12조 4항, 일명 ‘고지거부 제도’는 그대로 살아남아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고지거부 제도는 말 그대로 공직자 가족의 재산 공개를 ‘거부’할 수 있는 제도인데요. 이 제도가 30년째 존치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사생활 보호’ 때문입니다. 공직자 본인이야 공인(公人) 신분이니 재산을 공개할 수 있지만, 가족의 재산까지 공개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라는 논리죠. 사실 일반인 입장에서 보면 언뜻 공감이 되는 논리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 제도의 적용 대상이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원, 비공개 정보를 다루는 고위 공무원 등 공직자들이라는 것이에요. 이들은 일반인에 비해 월등히 많은 권력과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부정부패의 위험도 큽니다.🤔
이들이 제도를 악용할 경우, 고지거부 제도는 재산 은닉의 수단으로 쓰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족을 통해 뇌물을 받은 다음 그 내역을 고지거부하면 뇌물 수수 사실을 은닉할 수 있어요. 위에서 말씀드렸던 곽상도 전 의원의 사례가 정확히 이 경우에 부합하죠.😰
또 2021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LH 직원 부동산 투기 사건처럼, 부동산 개발과 관련된 내부정보를 입수한 다음 가족 명의로 차명 투기를 하는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고지거부 제도가 존재하는 한 공직자윤리법은 그 취지를 완전히 살리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고지거부 제도를 두고 ‘30년 적폐 제도’ 라고 평하기도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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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적폐’ 고지거부 제도, 국회의원 42%가 이용 중 😰
만약 대장동 사건이 지금처럼 주목받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곽상도 의원 아들의 ‘50억 퇴직금’은 영원히 비밀로 남았을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김만배, 유동규 등 ‘대장동 일당’은 곽상도 전 의원에게 비밀리에 돈을 전달할 방법을 논의한 끝에 곽 의원의 아들을 선택했습니다. 공직자윤리법상 직계 가족인 아들은 재산 고지의 대상이지만, 고지를 거부하면 그걸로 끝이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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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정영학 녹취록’ 에 등장하는 김만배와 유동규의 대화 내용. 곽상도 전 의원의 아들에게 50억을 전달하는 내용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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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모든 공직자들이 이 고지거부 제도를 악용하거나, 용인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까지 많은 국회의원들이 고지거부 제도를 폐지하고자 노력하기도 했어요. 현 21대 국회 역시 LH 직원 부동산 투기 사건 이후, 일부 의원들이 고지거부 제도 폐지 법안을 발의한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21대 국회가 끝나는 내년 4월까지 이 법안은 통과될 수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그 전망은 밝지 않아 보입니다. 올해 공개된 재산 정보를 기준으로, 가족의 재산 고지를 거부한 국회의원은 총 127명으로 전체 의원의 42.9%에 달합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국회의원들 스스로가 고지거부 제도를 아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죠.😰
지금까지 살펴봤듯이, 고지거부 제도는 부정부패 방지를 위해 제정된 공직자윤리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이 제도를 손봐야 할 국회의원들은 고지거부 제도를 활용해서 스스로의 이해관계를 지키는 데 몰두하고 있어요.🤔
만약 고지거부 제도가 이대로 존치된다면, 앞으로도 점점 재산 고지를 거부하는 공직자들은 늘어날 것입니다. 국민의 눈을 가린 채 뇌물 수수, 차명 투기 같은 사건들이 공직 사회 곳곳에서 일어날지도 모르죠. 공직자 개개인의 이해관계를 넘어 투명한 공직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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