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 사건의 실체를 담고 있는 ‘정영학 녹취록’이 어제 뉴스타파 홈페이지에 공개됐습니다. 그동안 보도를 통해 일부 내용이 알려지기는 했지만, 전체 내용이 공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이번 주 타파스는 ‘정영학 녹취록’에 담겨 있는 내용과 녹취록이 불러온 파문, 그리고 대장동 사건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
‘정영학 녹취록’, 무슨 내용일까? 🤔
정영학은 김만배, 남욱 등과 함께 대장동 개발 사업에 민간 업자로 참여했던 인물입니다. 정영학은 대장동 개발 사업이 시작되기 전인 2012년부터 대장동 업자들과 나눈 대화를 녹음하고 있었는데요. 2021년 검찰이 대장동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하자 정영학은 이 녹음 파일과 녹취록을 모아서 검찰에 제출했어요.
▲ 정영학 씨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 검찰은 이 녹취록을 검증한 결과 신빙성 있는 자료라고 판단했습니다.
검찰은 이 자료들을 자체 검증한 결과 내용에 위조나 변조가 없음을 확인했어요. 그리고 이후 대장동 사건을 수사하면서 정영학이 넘긴 녹취록을 수사 자료로 적극 활용합니다. 즉 ‘정영학 녹취록’은 검찰 스스로도 믿고 수사에 활용할 만큼 신빙성 있는 자료인 셈이죠.😮
총 1,325쪽에 달하는 ‘정영학 녹취록’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어요. 전반부에 해당하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는 주로 대장동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법조인과 성남시의회 등에 로비를 펼치는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또 후반부인 2019년부터는 막대한 개발 이익을 놓고 업자들끼리 다투는 모습, 그리고 ‘50억 클럽’에게 돈을 어떻게 나눠줄지 모의하는 모습 등이 담겨 있어요.
위에서도 말했지만 이 녹취록은 검찰이 이미 2021년에 확보하고 있던 자료입니다. 그런데 녹취록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지금까지 검찰이 일부 내용만을 중심으로 선택적 수사를 한 것이 아닌지 의혹이 들어요.🤔 이 의혹이 바로 뉴스타파가 녹취록 전문을 공개하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금부터는 녹취록에 드러난 각종 의혹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볼게요.
녹취록에 드러난 언론계·법조계 로비 의혹들 😰
작년 12월 29일 뉴스타파는 정영학 녹취록에 김만배 씨가 다수의 언론인을 대상으로 로비를 펼친 정황이 드러났다고 보도했습니다. 이후 한겨레신문, 중앙일보, 한국일보 등에서 잇따라 로비 의혹이 드러나서 언론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는데요.😨
정영학 녹취록에 따르면, 언론인 대상 로비는 주로 2020년~2021년에 이루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대통령 선거와 함께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이 드러날 위험이 있던 시점이었죠. 만약 이 의혹이 언론에 보도되면 수사 역시 피할 수 없는 상황. 따라서 대장동 업자들은 언론 보도를 막기 위해 보험 차원에서 로비를 펼친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대장동 업자들이 로비를 한 대상은 언론인들뿐만이 아닙니다. 김만배 씨는 판사·검사 등 법조인들을 향해서도 수시로 로비를 펼쳤던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특히 대장동 수익금 50억 원씩을 받기로 약속한 ‘50억 클럽’은 무려 6명중 5명이 고위 법조인 출신이었어요.
▲ 정영학 씨가 자필로 작성한 ‘약속 그룹’ 명단. 50억 원을 받기로 약속한 6명 중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을 제외하면 모두 고위 법조인 출신입니다.
정영학 녹취록과 전체적인 사건의 맥락을 고려해 보면, 대장동 업자들은 법조계 인물들에게 모종의 도움을 받고 그 ‘보은’ 성격으로 로비를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대체 어떤 도움을 받았길래 무려 50억 원을 주기로 약속했던걸까요?🤔
뉴스타파가 공개한 녹취록에서 그 정황이 일부 드러납니다. 녹취록의 초반부에 최윤길이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요. 최윤길은 당시 성남시의회 의장으로, 대장동 사업 초기 뇌물을 받고 업자들에게 특혜를 준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당시 검찰도 이 정황을 포착하고 내사를 하고 있었는데요.
그런데 당시 녹취록에는 김만배가 김수남 당시 수원지검장에게 최윤길 수사를 무마해달라고 부탁했고, 실제로 수사가 무마된 정황이 드러나 있습니다. 김수남은 ‘50억 클럽’ 멤버 중 한 명으로 지난해 1월에 서면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현재 사건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지는 않고 있어요.🤨
그 외에 ‘50억 클럽’중 한 명인 박영수 전 특검은 대장동 사업의 자금책으로 활동했던 조우형 씨의 수사를 무마해줬다는 의혹이 있죠. 이처럼 대장동 업자들이 법조인들을 통해 모종의 도움을 받았고, 그 대가로 수십억 원에 달하는 돈을 건네기로 약속한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문제는 검찰의 ‘선택적 수사’ 🤨
현재 검찰은 대장동 사건을 사실상 ‘재수사’ 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2021년 9월부터 대장동 수사를 진행한 끝에 관련 인물들을 한 차례 재판에 넘겼어요. 그런데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인 2022년 7월, 검찰 수사팀이 전면 교체되더니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해 수사망을 좁히기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정진상이 구속되기도 했죠.🤔
반면 검찰은 ‘50억 클럽’과 법조계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별다른 수사를 하지 않았어요. 검찰이 확보하고 있던 녹취록에 로비 정황이 낱낱이 드러나 있었는데도 말이죠. 이러한 상황을 두고 검찰이 수사 대상을 의도적으로 선택하고 있다는 의혹이 나옵니다.
그동안 검찰은 이러한 선택적 수사 의혹에 대해 “수사 인력이 부족하다” 라고 해명해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언론인 로비 의혹이 불거지자 검찰은 언론인 대상 수사를 빠르게 진행하고 있어요. 검찰이 법조계를 수사하지 못하는 이유가 정말로 ‘인력 부족’ 때문인지 의심되는 정황이에요.🤨
물론 수사 과정에서 범죄 혐의가 드러난다면 누구든 조사를 받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검찰이 정보를 독점하고, 일부 정보만 공개하면서 수사 대상을 의도적으로 선택한다면 어떨까요? 사건의 전체적인 맥락은 가려지고, 검찰이 선택한 몇몇 인물들에 대한 수사 여부만 관심사가 되겠죠.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된다면 국민들은 검찰의 수사가 과연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뉴스타파가 ‘정영학 녹취록’을 공개한 것은 바로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하기 위해서입니다. 검찰이나 언론이 정보를 독점하기보다, 시민들의 눈으로 이 사건에 대한 공정한 판단이 내려지길 바라기 때문이에요. 뉴스타파가 공개한 녹취록 전문은 아래 링크에서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대장동 사건은 대규모 부동산 개발을 둘러싸고 언론계, 법조계, 공직 사회 등 사회 곳곳의 비리가 드러난 사건입니다. 그만큼 제대로 된 수사와 처벌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사건이기도 하죠. 정치적, 선택적 수사가 아닌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대장동 사건의 의혹이 남김없이 밝혀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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