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 완공된지 어느새 10년이 넘게 지났습니다. 사업 직후부터 지금까지 매년 불거지는 문제가 바로 녹조 문제인데요. 특히 여름만 되면 녹조로 뒤덮인 강의 모습이 한 번씩은 언론에 보도되곤 해요.
▲녹조로 뒤덮인 영산강. (출처: 연합뉴스)
우리가 흔히 ‘녹조’라고 부르는 이 녹색 물질(?)의 정체는 바로 세균의 일종인 남세균입니다. 남세균은 식물처럼 광합성을 하기 때문에 특유의 녹색 빛을 띄는데, 흐름이 느리고 따뜻한 물에서 쉽게 번식하는 특징이 있어요. 때문에 매년 여름마다 수온이 올라가면 대량의 녹조가 번식해서 강을 온통 녹색으로 뒤덮곤 합니다.🤔
문제는 이 녹조가 독성 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s)을 내뿜는다는 거예요. 마이크로시스틴은 장기간 노출될 경우 간암 발병 확률을 높이는 등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래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이외에도 녹조 독소가 인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이 전문가들의 연구로 밝혀지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 정부는 이러한 녹조의 독성에 대해 “우려할 필요가 없다” 라는 입장입니다. 환경부는 녹조의 위험성이 없거나 미미한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윤석열 대통령 역시 녹조의 원인으로 지목받아 온 4대강 보를 해체하지 않겠다고 후보 시절부터 공언해 왔죠.
그렇다면 정부의 말대로 정말 우리는 안심해도 되는걸까요? 이번 주 타파스는 해외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를 통해 드러난 녹조의 위험성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녹조는 위험하다’... 이어지는 전문가들의 경고😰
지난 2021년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먹는 물에 대한 마이크로시스틴 기준을 0.03ppb로 정했습니다. 참고로 마이크로시스틴도 여러 종류(무려 270여 종!)가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마이크로시스틴 중에서 가장 독하다고 알려진 MC-LR만 1.0ppb 기준으로 규제하고 있어요. 반면 캘리포니아의 경우 모든 마이크로시스틴에 대해 0.03ppb라는 기준을 적용했습니다. 우리나라보다 약 33배 더 엄격한 기준으로,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넓은 범위를 규제하고 있는 것이죠.
이렇듯 강력한 캘리포니아의 녹조 규제 정책은 바로 전문가들의 경고를 따른 결과입니다. 캘리포니아 환경보호청 소속인 빈센트 콜리아노(Vincent Cogliano)박사는 최근 마이크로시스틴이 아주 낮은 농도에서도 남성의 생식 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며, 이러한 연구 결과가 녹조 규제 정책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어요.😰
이외에도 녹조의 독성에 대한 연구는 여러 곳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마이애미 의대의 그레이스 자이(Grace Zhai) 교수는 초파리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에어로졸 상태의 녹조 독소를 흡입한 초파리는 뇌의 크기가 줄어들고 시냅스 숫자가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자이 교수는 마찬가지로 사람이 녹조 독소를 장기간 흡입할 경우 치매나 파킨슨병 같은 뇌질환을 일으키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해요.😨
▲ 녹조 독소의 위험성을 설명하는 그레이스 자이 마이애미 의대 교수.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녹조의 독성이 어린이들에게 더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른들은 녹조 독소에 대해 어느 정도 내성을 가지고 있지만, 어린이들은 아직 내성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라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죠.😥
사회적 재난과 안전에 대해 이야기할 때 반드시 등장하는 개념 중 하나가 바로 ‘하인리히의 법칙’ 입니다. 큰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반드시 수백 번의 징후가 나타난다는 법칙인데요. 즉 대부분의 중대한 사고는 사고 이전에 나타나는 징후를 무시했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말입니다. 이는 다시 말해 징후를 미리 읽고 대비한다면 큰 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해요.
우리 사회는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세월호 참사, 가습기 살균제 사건, 그리고 최근에 일어난 이태원 참사까지 수많은 사회적 재난들을 겪어 왔습니다. 모두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미리 대비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사건들이었죠.🤔
녹조의 위험성을 둘러싼 수많은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는 바로 아직 일어나지 않은 중대한 사건의 징후일지도 모릅니다. 아직은 별 문제가 없다며 안이하게 대처하기보다,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꼼꼼하게 관리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정치적 입장보다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정부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