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조선 기업 대우조선해양. 우리나라 조선업의 상징과도 같은 이 곳에서, 지난 6월 하청 노조의 파업이 일어났습니다. 대우조선이 부실 경영의 책임을 하청업체와 노동자들에게 전가해 왔다는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대우조선 측은 파업을 조직적으로 방해했고, 정부는 공권력 투입을 시사하며 노조를 겁박했습니다. 결국 파업은 노조의 일방적인 양보로 끝났습니다. 게다가 대우조선 측은 수백억 원대 손배소로 노조를 탄압하고 있어요.😰
최근 재벌 그룹인 한화가 대우조선을 2조 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한화가 대우조선 인수를 계기로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할 계획이지만, 노조가 그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하기도 해요.🤔
대우조선이 위기에 빠진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하청 노동자들은 부실 경영의 피해자일까요, 아니면 경영 효율화를 가로막는 걸림돌일까요? 뉴스타파는 이 문제에 답하기 위해 대우조선 내부를 꼼꼼히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이번 주 타파스는 세계 최고의 조선기업, 대우조선의 참혹한 현실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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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원청 마음대로 ‘하도급 대금 후려치기’
아시다시피 대우조선은 조선소 내에 수많은 하청업체를 거느리고 있고, 많은 노동자들이 하청업체에 소속되어 일하고 있습니다. 즉 원청인 대우조선이 하도급 대금을 주지 않거나 갑자기 줄인다면 하청 노동자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예요.🤔
때문에 하청업체와 노동자들은 원청(대우조선)이 어떤 기준으로 하도급 대금을 지급하느냐가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보통 원청이 하도급 대금을 지급할 때는 작업에 필요한 시간(시수)과 인력 등을 종합적으로 계산해서 책정하곤 해요. 대우조선 역시 이런 합리적 기준에 따라 하도급 대금을 지급해 왔다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뉴스타파 취재 결과, 대우조선이 아무런 기준 없이 하도급 대금을 책정해온 사실이 드러났어요. 아래는 대우조선 원청 소속 직원이 작성한 이메일인데, ‘상무님 지시사항’이라는 이유로 하청업체의 시수를 20% 깎으라고 지시하는 내용입니다. 시수는 하도급 대금의 근거로 사용되기 때문에 결국 이 메일은 하도급 대금을 최소 20% 삭감하라는 내용인 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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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작성된 대우조선 사내 메일. 하청업체 시수를 최소 20% 줄이라고 지시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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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른 근거 없이 대금을 삭감하는 것 자체도 문제지만, 또 다른 문제는 하청업체에 시수를 공개하지 말라고 지시하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하청업체 입장에서는 영문도 모른 채 어느 날 갑자기 삭감된 대금을 받게 되는 것이죠.🤔
원청이 경영 사정에 따라 하도급 비용을 조절하는 것이 무슨 문제냐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결정으로 인해 수많은 하청 노동자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것이에요. 열심히 일을 했을 뿐인데 영문도 모른 채 임금이 깎인다면? 당연히 하청 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생계가 위협받게 되겠죠.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들은 이처럼 한 치 앞도 모르는 불안정한 상황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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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하청업체에 ‘뒷돈’ 받아챙긴 대우조선 직원들
대우조선의 문제는 이것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직원들이 하청업체 선정을 도와주거나 부당 이득을 준 대가로 뒷돈을 받아 챙긴 사례들도 발견됐어요.
지난 2014년부터 2016년 사이, 대우조선 보안과장 정 모 씨가 대우조선 하청업체인 B사로부터 8천만 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어요. 정 모 씨는 B사가 대우조선 하청업체로 선정되는 과정에 도움을 줬고 그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고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이 사실이 밝혀지게 된 계기가 황당합니다. 대우조선이 자체 조사를 통해 밝혀낸 것이 아니라, B사 대표들이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정 모 씨의 뇌물 수수 사실이 밝혀지게 된 거예요.😨
만약 B사 대표들이 재판을 받지 않았다면 정 모 씨의 뇌물 수수 사실은 영영 밝혀지지 않았을 거예요. 더군다나 대우조선은 뒤늦게 이 사실을 알았음에도 정 모 씨에게 법적 책임을 묻지 않았다고 합니다.🤔
즉 대우조선은 내부 비리를 감시하고 처벌하는 시스템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정 모 씨 이외에도 같은 방식으로 뒷돈을 받아 챙기는 직원들이 있지 않았을까요? 실제로 여러 하청업체 대표들의 말에 따르면, 이런 식으로 대우조선 직원들에게 뒷돈을 챙겨주는 일은 제법 흔하게 일어났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대우조선은 수 차례의 경영 위기에 처했습니다. 그리고 그 때마다 수 조 원에 달하는 정부 자금을 지원받고, 하청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어요. 하지만 정작 회사를 좀먹는 내부 비리는 방치하고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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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대금 떼먹혀도 ‘소송 불가’... 하청업체에 부제소합의 강요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대우조선은 아무런 근거 없이 하도급 대금을 삭감하고, 심지어 하청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아 챙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하청업체는 아무런 문제제기를 할 수가 없었어요.🤔
그 이유는 대우조선이 하청업체에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합의, 즉 ‘부제소합의’를 강요했기 때문입니다. 매달 작성하는 정산합의서에 아예 부제소합의가 포함돼 있었기 때문에, 하청업체가 이에 합의하지 않으면 하도급 대금을 받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사실상 돈을 무기로 입막음을 당한 것이나 다름없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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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우조선과 한 하청업체가 작성한 정산합의서. 6항에 부제소합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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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합의에도 불구하고 하도급 대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많은 하청업체들이 대우조선을 상대로 미지급된 대금을 달라고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 때마다 법원은 대우조선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미 부제소합의에 서명했다는 이유였어요.😰
하청업체 대표들은 부제소합의 때문에 직원 월급을 주지 못하거나, 심지어 폐업하는 일이 많았다고 말합니다. 원청인 대우조선의 잘못이 고스란히 하청업체와 노동자들의 피해로 돌아간 것이죠. 하지만 대우조선은 부제소합의를 근거로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만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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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들은 왜 파업에 나섰을까🤔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① 대우조선은 하도급 대금을 아무런 기준 없이 지급한데다 ② 그나마도 대우조선 직원들이 뒷돈을 받아 챙기는 경우가 많았고 ③ 대금 미지불 등 문제가 생겨도 하청업체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구조였어요.
즉 하청업체와 노동자 입장에서는 어떤 기준으로, 얼마를, 언제 받을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그저 원청인 대우조선이 시키는 대로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죠.🤔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들의 파업은 이러한 현실을 어떻게든 바꿔 보려는 시도였습니다. 하지만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측근들은 하청 노조의 파업이 ‘불법 행위’라며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말했어요. 윤석열 정부가 말하는 ‘공정과 상식’은, 국민들의 삶을 무시한 채 법전만 들여다보겠다는 뜻이었을까요. 사건의 이면에 숨겨진 맥락, 그리고 국민들이 처한 현실을 살펴보는 정부가 되기를 바랍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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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기사로 한 입에 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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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 뉴스타파-세명대 보도기획안 공모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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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재단이 만난 사람들⑦”자본에 막힌 자본 다큐” 송우용 독립PD
“선정해 주셔서 큰 영광이며 감사드리오나, 추가 제작비 확보를 확신하지 못한 여건이라 포기하겠습니다” 2022 뉴스타파 독립다큐 제작비 전달식을 이틀 앞둔 저녁, 송우용 독립PD에게 온 문자메시지 내용입니다.
독립 다큐멘터리 <자본주의 연쇄살인>은 산업재해를 자본이 저지른 ‘살인’에 비유해, 노동자들이 연쇄적으로 사망한 원인을 추적하는 작품입니다.
자본을 살인자라 명명한 독립 다큐가 자본 때문에 제작을 포기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니, 감독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함께재단이 만난 사람들⑦ |
2022년 뉴스타파펀드 선정작 안내
2022년 DMZ다큐멘터리영화제 ‘뉴스타파펀드’ 선정 결과를 알려드립니다. 뉴스타파펀드는 2020년부터 뉴스타파함께재단과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가 함께 운영하는 독립 다큐멘터리 지원 사업입니다.
2022년 선정작은 아래와 같습니다.
- <1997>, 태준식 독립감독
뉴스타파함께재단은 다양한 방식으로 독립감독, 독립PD와 협업합니다. 앞으로도 풍성한 연대로 더 나은 언론생태계를 만들어가겠습니다.
뉴스타파펀드 선정작 안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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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뉴스레터 ‘타파스’를 만들고 있는 현PD😎입니다. 더 나은 타파스를 만들기 위한 의견은 언제나 환영이에요. 이번 주도 타파스와 함께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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