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5년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서 일해온 이희택 박사. 이희택 박사는 국내 대부분의 원전에서 한 차례 이상 안전성 검사를 해 본 경험이 있는 원전 전문가입니다.
4년 전인 2018년, 이희택 박사는 월성 원전에 숨겨진 치명적 결함을 발견합니다. 원전 안전을 책임지는 전문가로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중대한 결함이었습니다. 그런데 이희택 박사가 속한 조직, 국민 안전을 위해 이 사실을 알려야 할 기관인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이 사실을 숨기는 데 급급했어요.🤔
‘지난 35년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내부 고발을 결심했다는 이희택 박사. 이번 주 타파스는 그가 발견한 사실은 무엇이었고, 조직은 왜 그 사실을 숨겼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월성 1호기 방사능 오염수 누출 확인… 조직은 덮었다😨
2018년 6월, 월성 1호기 원전을 점검하던 이희택 박사는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에서 방사능 오염수가 누출된 정황을 발견했습니다. 이렇게만 말씀드리면 어떤 문제인지 잘 모르실 수도 있으니 조금 풀어서 설명해 드릴게요.😅
사용후핵연료는 쉽게 말해서 원자력 발전을 하고 남은 물질, 즉 핵 폐기물입니다. 핵 폐기물은 수백년에서 수만년에 걸쳐 인체에 위험한 방사능을 내뿜는데요.😨 현재로서는 이 폐기물을 마땅히 처리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원자력 발전소 내부 저장조에 보관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의 내부 구조는 아래와 같습니다. 핵 폐기물의 방사능을 막기 위해 물에 담가서 보관하는 구조인데, 문제는 폐기물이 담겨 있는 물도 방사능에 오염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저장조는 콘크리트 벽과 차수막으로 방사능 오염수 누출을 막도록 설계되어 있어요. 설계상 차수막 바깥으로는 절대로 방사능 오염수가 새어 나올 수 없는 구조입니다.🤔
▲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의 구조도. 방사능 오염수가 누출되지 않도록 여러 겹의 방어막이 설치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희택 박사는 저장조 바깥 지하수에서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가 대량으로 검출된 사실을 발견했어요. 당시 검출된 삼중수소는 자연 상태와 비교했을 때 무려 150배 이상 높은 수치였습니다.😨
즉 저장조의 방사능 오염수가 누출돼서 지하수와 섞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이 사실을 발견한 이희택 박사는 즉시 문제점을 정리해 원자력안전기술원에 보고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이희택 박사의 보고를 무시했어요.🤔
당시 이희택 박사가 발견한 결함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2012년 월성 1호기는 CFVS라는 안전 장비를 도입했는데, 이 장비를 설치하는 도중 방사능 오염수 차수막이 파손된 사실을 발견한 것이죠. 6년동안 몰랐던 치명적 결함을 발견해낸 것인데, 오히려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이 사실을 숨기려고 애썼어요.😨
국민 안전보다 조직 안전? 원자력안전기술원의 제 조직 감싸기😡
그렇다면 왜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이희택 박사의 목소리를 무시했던 걸까요? 이 의문에 대해 이희택 박사는 “당시 월성 1호기 수명연장 문제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라고 말합니다.🤔
이희택 박사가 월성 1호기의 결함을 발견하기 3년 전인 2015년, 박근혜 정부는 수명 만료로 가동이 중단된 월성 1호기의 수명을 연장하기로 결정합니다. 그리고 이 결정이 내려질 당시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월성 1호기가 안전하다는 기술적 근거를 제공했어요.
문제는 이후 시민단체가 안전 문제를 이유로 월성 1호기 수명연장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법원은 2017년 월성 원전이 안전 기준을 지키지 않았다며 수명연장 취소 판결을 내렸어요. 따라서 월성 1호기가 안전하다고 판단했던 원자력안전기술원은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돼요.🤔
이런 상황에서 이희택 박사가 월성 원전의 결함을 연달아 지적하자,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이희택 박사의 목소리를 애써 숨기려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희택 박사는 꾸준히 월성 원전의 안전 문제를 지적했지만, 그 때마다 조직 내부에서 번번이 가로막혔다고 해요.😰
▲ 월성 1호기 수명연장 결정을 둘러싼 사건들의 타임라인. 2017년 수명연장 취소 판결이 나온 이후 이희택 박사의 지적은 번번이 기각됐습니다.
이후 문재인 정부는 월성 1호기를 영구 폐쇄하기로 결정합니다. 이미 폐쇄가 결정된 원전을 두고 굳이 다툴 필요도 없으니, 수명연장 무효 소송도 사실상 없던 일이 됐어요. 그 동안 조직이 숨겨 오던 이희택 박사의 목소리도 서서히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됩니다.
그런데 상황은 뜻밖의 방향으로 흘러가게 됩니다. 월성 1호기 영구 폐쇄 결정 당시 한수원이 경제성 평가를 조작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거예요.😨
윤석열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 국민 안전 대책은?🤔
월성 1호기의 경제성 조작 논란이 드러나자, 검찰은 한수원과 그 관계자들을 수사하기 시작합니다. 이 사건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게 중요한 정치적 자산이 됐어요. 그래서인지 현재 윤석열 정부는 적극적인 원전 확대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월성 2호기와 3호기, 4호기의 수명 연장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하지만 이희택 박사가 제기한 월성 원전의 결함은 아직까지 고쳐지지 않고 있어요. 월성 1호기는 이미 폐쇄됐지만, 문제는 월성 2호기, 3호기, 4호기가 모두 1호기와 똑같은 방식으로 지어졌다는 것입니다. 즉 1호기에서 발생한 문제가 다른 원전에서 똑같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
따라서 원전 수명 연장을 결정하기 이전에 안전 문제가 없는지 꼼꼼히 점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희택 박사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과연 원자력안전기술원 등 원자력 관련 기관들을 신뢰할 수 있을지 의심이 들기도 해요.🤔
국민보다 조직을 우선시하는 기관, 정권의 입맛에 맞는 결과만 내놓는 기관에게 우리 국민들의 안전을 맡길 수 있을까요? 원자력 발전은 분명 다른 방식에 비해 경제적이지만, 한번 사고가 발생하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체르노빌, 후쿠시마 등에서 일어난 끔찍한 원전 사고가 바로 ‘안전 불감증’에서 비롯되었음을, 정부와 원전 관련 기관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