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여러분, 만약 여러분의 직장 동료나 상사가 범죄를 저지른다면 어떤 생각이 들 것 같으세요? 저라면 그 사람이 다시 범죄를 저지를지도 모르고, 그 범죄가 저를 향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출근하기가 무서울 것 같아요.😨
대부분의 회사는 임직원의 범죄 사실이 확인될 경우, 회사의 이미지나 다른 직원들의 안전을 생각해서 해고·정직 등 중징계를 내리곤 합니다. 아예 회사의 취업규칙에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해고’ 등 징계 규정을 두는 경우도 많죠.
그런데 오늘 말씀드릴 회사는 임직원의 범죄 사실이 확인됐는데도, 별다른 처벌 없이 그대로 출근을 시키고 있습니다. 심지어 어떤 범죄자는 수감 중인데도 협력업체의 대표 자리에 오르기도 했어요. 영화에 나오는 범죄 조직 이야기냐고요? 바로 우리나라 1위 기업이자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 삼성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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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파괴 위해 감시, 징계, 회유… ‘S그룹 문건’의 정체는?
지난 2013년,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2012년 S그룹 노사전략’(S그룹 문건)이라는 이름의 문서를 공개합니다. 2012년 1월 작성된 이 문서에는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노조를 파괴하기 위한 전략이 담겨 있었는데요. ‘S그룹 문건’이 제시하고 있는 대표적인 노조 파괴 전략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 어용(친기업) 노조 설립
- 노조 위원장 등 노측 핵심 인물 감시
- 징계, 압박, 회유 등을 통해 노조 내부분열 유도
짐작하시겠지만, 이 ‘S그룹’의 정체는 바로 삼성이었어요.🤔 아시다시피 삼성은 2020년 이재용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 이전까지 ‘무노조 경영’을 고집하고 있었는데요. 2011년 삼성 에버랜드 노동자 4명이 노조를 설립하자, 삼성 측에서 노조 파괴 전략을 짜기 위해 작성한 문서가 바로 ‘S그룹 문건’이었습니다.
이 문서에 제시된 전략은 ‘전략’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실행되기도 했어요. 삼성 측은 노조 위원장, 사무장 등 핵심 인물들을 일상적으로 감시하는가 하면, 무리한 고소를 남발하면서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려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헌법은 노동자가 노조를 설립할 권리(단결권), 노조를 설립해 회사와 협상할 권리(단체교섭권), 파업·시위 등 행동에 나설 권리(단체행동권)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만약 회사가 이 권리를 침해한다면 ‘부당노동행위’로 간주되어 법적 처벌을 받게 돼요.👨⚖️
‘S그룹 문건’이 공개된 후, 문건을 작성하고 노조 파괴 전략을 지휘한 강경훈 전 삼성전자 부사장을 비롯해 총 13명의 삼성 전·현직 임직원들이 부당노동행위 등 혐의로 법정에 섰습니다. 그 결과, 올해 3월 대법원 판결까지 13명 전원의 유죄가 확정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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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고 잘 사는’ 노조 파괴 범죄자들😨
그런데 이렇게 유죄 판결을 받은 13명 중 일부만 경징계를 받았을 뿐, 대부분은 별다른 사내 징계를 받지 않고 넘어간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그나마 받은 징계도 월급의 1/10 이하를 깎는 ‘감급’ 처분 정도가 전부였어요.
오히려 회사 차원에서 ‘노조 파괴범’을 예우해준 경우도 있었습니다. 노조 파괴에 앞장선 혐의로 징역 1년 4개월형을 받은 강경훈 전 부사장은 현재 수감 중인데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자문역에 임명됐어요. 마찬가지로 노조 파괴를 주도했던 이우석 전 에버랜드 전무 역시 징역 10개월형을 받고 수감 중이지만, 삼성전자 협력업체의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유죄가 확정된 범죄자를 징계하지 않거나 오히려 예우하는 행태에 대해, 삼성 측은 ‘사규와 관행에 따라 처리했다’라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이 ‘사규와 관행’은 모든 범죄에 똑같이 적용되는 것일까요? 만약 다른 임직원이 사기, 횡령, 폭행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면 어땠을까요? 최근 삼성SDS에서는 동료를 불법촬영한 직원을 사규에 따라 해고한 사례가 있었어요. 심지어 아직 유죄 판결이 나온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죠.🤔
부당노동행위는 노동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 행위입니다. 삼성이 가진 위상과 사회적 책임을 생각하면, 범죄를 저지른 임직원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에요. 그런데도 유독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만 경미한 징계에 그치는 것은, 조직(회사)이 시킨 일을 하다 범죄를 저질렀으니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태도로 보입니다. 영화에 나오는 범죄 조직이라면 모를까,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의 태도와는 거리가 멀어 보여요.😰 |
이재용 부회장의 ‘지켜지지 않은 약속’🤔
지난 2020년 5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무노조 경영과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 의혹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의 노조 문제로 상처입은 모든 분들께 사과드린다”며, “더 이상 삼성에서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게 하겠다” 라고 약속했는데요. |
▲ 2020년 5월 6일, 삼성의 노조 문제에 대해 사과하는 이재용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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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 이후에도 삼성 노동자들의 현실은 별로 달라진 것 같지 않습니다. 사과 이후에도 삼성은 교묘한 방법으로 노조 탄압을 이어갔고, 지난 5월에는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에서 활동하다 회사의 탄압을 받았던 정 모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있었어요. 그 동안 ‘노조 파괴’에 가담했던 범죄자들은 대부분 별다른 징계 없이 출근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6월 29일, 삼성에서 처음으로 노조를 만들었던 금속노조 삼성지회 노동자들은 삼성의 사과와 노조 파괴범들의 징계 해고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습니다. 2012년 ‘S그룹 문건’의 피해자였던 이들은, 벌써 11년째 삼성의 노조 탄압에 맞서 싸우고 있습니다. 이제는 이들의 목소리에 ‘지켜진 약속’으로 대답해야 할 때가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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