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자녀의 '논문 스펙 쌓기'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한 장관의 딸이 미국 대학 입학을 목적으로 ‘약탈적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고, 남의 자료를 표절해 논문을 쓰기도 했다는 의혹이었는데요. 이 과정에 한동훈 장관 또는 주변 인물들의 개입이 있었는지 여부를 두고 인사청문회 내내 논란이 오갔습니다. 하지만 이런 의혹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대통령은 한동훈 장관 임명을 강행했어요.🤔
그런데 한동훈 후보자 이외에도, 윤석열 정부 초대 장관과 장관 후보자 중 상당수가 자녀에게 스펙, 학력, 재산 등을 대물림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각 장관과 장관 후보자, 그 자녀들의 재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물입니다. 이번 주 ‘타파스’는 뉴스타파가 살펴본 윤석열 정부 장관·후보자들의 ‘계층 세습’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33명 중 24명 외국 학교·특목고 진학… ‘학력 대물림’ 🎓
학력은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스펙’ 중 하나입니다. 뉴스타파는 먼저 윤석열 정부 내각 후보자들의 학력 정보를 분석해 봤어요. 조사 대상은 윤석열 정부에서 지명된 18명의 장관·장관 후보자(사퇴자 포함) 중 자녀가 있는 17명이었습니다. 먼저 이들 장관·후보자들의 학력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17명 중 16명 석·박사 학위 소유
그 중 10명은 미국·영국 등 해외 대학에서 학위 취득
해외에서 학위를 취득한 장관·장관 후보자들 중 대부분은 80~90년대에 유학길에 올랐는데, 당시 시대상을 생각해 보면 소위 ‘엘리트 교육’을 받은 셈입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엘리트 교육을 받고 장관 자리에까지 오른 이들은 자녀들을 어떻게 교육시켰을까요? 각 장관·후보자 자녀 33명의 학력을 조사한 결과는 아래와 같았어요.
자녀 33명 중 24명이 외국 학교나 국제학교, 특목고 진학
해외 대학·대학원에 진학한 자녀는 12명
즉 윤석열 정부 장관·후보자의 자녀들 중 72.7%가 해외 유학을 가거나 국제학교, 특목고에 진학한 것이에요. 게다가 부모가 해외 유학 경험이 있는 경우 이 비율은 더 높아졌습니다. 유학파 장관·후보자의 자녀는 총 19명인데, 이 중 16명(84.2%)이 외국 학교나 국내 특목고에 진학했어요. 높은 확률로 부모의 학력이 자녀에게도 대물림되고 있는 것이죠.😮
자산에서 소득으로, ‘경제력 대물림’ 💰
그렇다면 학력이 아닌 경제력, 즉 자산과 소득 수준도 대물림되고 있을까요? 뉴스타파가 분석한 윤석열 정부 장관·후보자 17명의 자산 정보는 아래와 같았습니다.
평균 자산 37억 7천여만 원
평균 부동산 자산(실거래가) 29억 3천여만 원
17명 중 12명, 최근 5년 내 종부세 납부 확인
지난달 NH투자증권이 발간한 ‘2022 대한민국 상위 1%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대한민국 상위 1%’의 순자산 기준은 약 29억 2천만 원이라고 합니다. 즉 윤석열 정부 장관과 후보자들은 대한민국 상위 1%보다 8억 원이나 많은 자산을 가지고 있는 것이죠. 직위뿐만 아니라 자산만 봐도 상류층이라 부르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들 장관·후보자 자녀들의 경제력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요? 윤석열 정부 장관·후보자의 성인 자녀들 중, 직장과 소득이 확인된 17명의 소득 자료를 분석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한 달 평균 소득 698만 5천 원
부모가 5년 이내 종부세 납부 이력이 있을 경우, 한 달 평균 소득 744만 3천 원
조사 대상인 17명의 평균 나이는 1991년생, 우리 나이로 32살이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30~34세 국민의 한 달 평균 소득은 319만 원이라고 해요. 즉 윤석열 정부 장관과 후보자의 자녀들은 또래 평균의 약 2배보다 많은 소득을 올리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청문회 과정에서, 이렇게 장관·후보자 자녀들이 고소득을 올리는 데 부모의 도움이 있었을 것이라는 정황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사퇴한 김인철 전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풀브라이트 동문회장으로 있던 당시 아들과 딸이 모두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아 미국 유학을 갔던 것으로 밝혀졌어요. 김 전 후보자의 아들은 현재 미국의 금융그룹 소속 국내 계열사에서 일하며 약 840만 원(세전)의 월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 라는 약속
최근 몇 년 사이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화두는 ‘불공정’이었습니다. 상류층 부모들이 자녀에게 학력 · 자산 등을 적극적으로 물려준 반면, 부모로부터 물려받을 자산이 없는 자녀들은 계층의 사다리를 올라가는 것이 더더욱 어려워졌어요. 20대, 30대 청년들 사이에서는 부모의 자산 수준을 두고 ‘금수저’, ‘흙수저’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합니다.😥
물론 부모가 자녀에게 자산을 물려주는 것이 불법은 아닙니다. 하지만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가난을 벗어날 기회조차 줄어드는 현실에 많은 사람들이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윤석열 대통령은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를 만들겠다’ 라는 약속을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이 약속을 믿고 소중한 표를 행사했어요. 하지만 윤석열 정부 첫 내각의 장관과 후보자들을 살펴보면,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부를 자녀에게 적극적으로 ‘세습’하려 하는 모습이 눈에 띕니다.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라는 윤 대통령의 약속은 과연 지켜질 수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