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가
2020년 보도했던 <죄수와 검사 Ⅱ : 한명숙> 보도 기억하시나요? 한명숙 전 총리의 뇌물 수수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이
증인에게 위증을
교사했다는
의혹을 드러낸 보도였는데요.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진행해야 할 검찰이 죄수에게 위증을 연습시키고,
오히려 그 사실을 덮으려 거짓말을 했다는
내용에 많은 독자들이 분노했습니다.
보도
이후 대검 감찰부에서 이 사건에 대한 감찰을 시작했고, 감찰 과정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여러 차례
충돌하기도 했죠. 하지만 결국 검찰은 한명숙 사건 증인들을 불기소
처리했고,
검사들의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서는 제대로 수사조차 하지 못한 채 공소시효가 지나버리고 말았어요.
이
과정에서 ‘한명숙 사건’과 검찰의 위증 교사 의혹을 조사한 임은정
검사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검찰
수사가 이 지경인 줄 몰랐다”
라는 소회를 밝혔습니다. 검사로 일한지 올해로 21년이 된 임은정 검사. 그가 ‘한명숙 사건’을 조사하면서 봤던 검찰의 민낯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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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김경래 기자와 인터뷰하는 임은정 검사.
“검찰
수사가 이 지경일 줄은 몰랐다”
임은정
검사는 뉴스타파가 보도한 ‘위증교사 의혹’ 수사에 대해 ‘이 수사는 검찰 특수부의 치부를 드러내는 수사’ 라고 표현했습니다.
법정에 나갈 증인들을 검사실에 불러 진술 연습을 시키고, 증인들의 진술 내용을 바꿔서 법정에 내보낸 것에 대해서는 ‘무참했다.
저도 검사니까 검사실에서 그런 일이 있으면 안 된다’ 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몇몇
사람들은 ‘한명숙 사건’ 자체는 한명숙 전 총리의 뇌물 수수 혐의가 핵심인데, 핵심이 아닌 위증교사 의혹을 밝혀내는 것이 무슨
의미냐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임은정 검사는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사람들의 눈을 속였다면 수사를 오염시킨 것’이라며
검찰의 잘못된 수사 행태를 비판했습니다.
한명숙 전 총리가 9억을 받았든 받지 않았든, 검찰이 수사하는 과정에서 쉽게 승소하기 위해서 사람들 눈을 속이고 패를 속였다면 수사를 오염시킨 거다. 검찰이 해서는 안 될 짓을 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거다. 2002년 중앙지검 강력부에서 피의자가 맞아 죽었을 때, 전국에서 검사들이 모금 운동을 했다. 거악을 척결해 보겠다고 밤잠 안 자고 열심히 수사하다가 벌어진 일이라고 돈을 모아주자고. 내라고 해서 욕을 하면서 30만 원 냈다. 그러면 안 된다. 범죄를 찾아야지 범죄자를 만들면 안 된다. 쉽게 수사하면 안 된다. 수사는 어려워야 한다. 그래서 막강한 검찰력을 주는 거다.
임은정이
말하는 ‘윤석열의 마지막 결재’
앞서
말했듯이 임은정 검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수사방해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하기도
했습니다. 임 검사는 2020년 9월 대검 감찰부에 발령된 이후 한명숙 사건 위증교사 의혹을 계속 조사하고 있었는데,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임 검사에게 '이례적으로’ 수사권을 주지 않고 사건에서 배제하는 결재를
내림으로써 의도적으로
수사를 방해했다는
것이죠.
(수사권을 주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다. 안 줄 수가 없다. 감찰은 기본적으로 수사하고 같이 맞물려 있다. 감찰 업무를 담당한 사람들은 다 (중앙지검) 검사 직무대리 발령이 나는데 나만 안 났다. 결국 검찰총장과 부딪힐 것라는 건 필연이었다. (처음에) 수사권을 안 받으면 나중에 사건이 불거졌을 때 절대 안 줄 거라는 걸 알았다. 계속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하지만
지난 2월 공수처가 윤석열 전 총장을 불기소
처리하면서
이 ‘수사 방해 의혹’ 사건 역시 일단락되었어요.
임은정 검사는 지난 4월 12일, “공수처의 윤석열 불기소는 정치적 결정”
이라며 법원에 재정신청을 냈는데요. 임 검사는 공수처의 불기소 결정에 대해서도 아래와 같은 말을 남겼습니다.
공수처에서 작년 10월까지는 딱 떨어지는 사건이라 기소한다고 그랬다. 그러다 당시 윤석열 후보 지지율이 높으니까 어라어라 하면서 자꾸 주저하더라. 국민의힘 당 후보로 확정이 되고 지지율이 오르니까 연내 처리한다고 하다가, 그러고 나서 불기소로 한다는 소문이 들리기 시작했다. 무능하시고 비겁하시고 겁도 많으신 공수처 검사들이 기소를 정말 못할 것 같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공수처가 능력이 없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상황이잖나. 대통령으로 유력한 사람을 기소하기가 겁이 나는 것에 대해서는 인간적으로는 이해한다.
“검찰은
이익집단…국민을 이용하지 말라”
최근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줄여서 ‘검수완박’ 법안 처리를 두고 논란이 많습니다. 이 법안의 핵심은 우리나라 검찰이 가지고 있는
수사권과 기소권, 즉 범죄
사건을 수사할
수 있는 권한과 재판에
넘길 수 있는
권한 중 수사권을
사실상 없애는 것이에요.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 법안 처리를 두고 대립하고 있었는데, 오늘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 발표 이후 양측이 중재안에 합의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김오수 총장 등 검찰 지휘부가 사퇴하는 등
‘검수완박’ 법안 처리에 반발하고 있습니다. 또 며칠 전에는 검찰이 수사권을 잃어버리게 된다면 국민들에게 피해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어요. 21년간 검사로 일하면서, 내부에서 검찰을 바라봐온 임은정 검사는 이러한 검찰의 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검찰 내부 비리나, 사법 피해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수사권 조정 이런 거 할 때만 갑자기 국민을 위해서 검찰을 만들겠다고 하면서 떨쳐 일어나는 건 집단 이기주의다. 검찰은 이익집단화됐다. 국민들을 위한다고 하면서 국민들을 이용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국민이 정말 고통받았을 때 검사들이 목소리를 냈는지 생각해보고 수사권 조정 같은 걸 얘기했으면 좋겠다. 현재 검찰의 수준이나 준법 의식, 윤리 의식상 현재 법상 검찰 권력을 감당할 자격이 없다. 이걸 토대로 제도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물론
모든 검사들이 증인에게 위증을 시키거나, 없는 죄를 만들어서 뒤집어씌우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뉴스타파 <죄수와 검사> 보도 등으로
드러났듯이 법집행과정에서 위법을 아무렇지도 않게 반복하는 검사들도 분명 존재합니다. 그리고 검찰은 자신들의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법을 집행한 적이 거의 없죠. 검찰이 정말로 공정한 수사기관으로서 국민들의 신뢰를 얻고 싶다면, 수사권 조정이 이슈가 될
때마다 집단행동하기보다는 철저한 반성과 개혁의지를 보여야 하지 않을까요.
지난
4월 20일, 뉴스타파함께센터에 마련된 스튜디오에서 김영석 독립감독이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김영석 독립감독은 ‘2021 독립다큐
공모전’을 통해 뉴스타파함께재단과 협업하고 있습니다. 김영석 독립감독의 <버블커넥션>은 한국 부동산 시장을 정면으로 다룬 다큐멘터리로
올해 12월 뉴스타파 ‘목격자들’ 프로그램에 방송될 예정입니다.
뉴스타파함께센터에는
스튜디오 이외에도 편집실, 리영희홀 등 다양한 협업공간이 마련돼 있습니다. 자유로운 제작공간이 필요한 독립언론(인)들의 많은 이용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