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대통령을 뽑는 제 20대 대통령 선거가 어느 새 4개월 앞으로 다가왔어요. 지난 주에 국민의힘이 당내 경선을 마무리하면서 주요 정당의 후보가 모두 정해진 상황인데요. 그 중 가장 유력한 후보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두 사람의 대결 구도가 점점 심화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대선 판을 뒤흔들고 있는 사건이 하나 있죠. 바로 부동산 개발 사업을 통해 민간 개발업자들이 수천억 원 대의 불법 수익을 챙긴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 사건이에요. 이 사건에 많은 국민들이 충격을 받았는데요. 이들이 특혜를 챙기는 과정에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후보가 연루돼 있었는지 여부를 놓고 논쟁이 뜨겁습니다.🤔▲ 특혜 개발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의 전경. 뉴스타파는 다가오는 대선에 앞서 이 의혹의 실체를 밝히는 것과 함께, 민간업자들이 벌어들인 수천억 원의 돈을 국민들에게 돌려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찾아보고자 했어요. 그래서 대장동 개발 사업에 쓰인 돈은 어디서 흘러들어왔는지, 그리고 그 돈으로 낸 수익은 어디로 흘러나갔는지 돈의 흐름을 추적했습니다. 그 결과 지금껏 밝혀지지 않았던 사실들과 의외의 인물들이 하나 둘 드러나기 시작했어요. 과연 뉴스타파 취재진이 밝혀낸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의 숨겨진 진실은 무엇이었을까요?😲 대장동 불법 수익으로 ‘주가 조작’ 시도 정황 다수 발견 대장동 사업의 천문학적인 수익 중 무려 1200억 원의 배당금을 챙긴 것으로 알려진 ‘천화동인 1호’. 그런데 이 어마어마한 돈이 대체 어디에 어떻게 쓰였을까요? 뉴스타파는 천화동인 1호의 자금을 추적하던 중 수상한 흔적을 발견했어요. 바로 지난 해 6월, ‘에이펙스 인더스트리’(이하 에이펙스)라는 회사에 30억 원을 빌려준 것인데요. 회사 소개 자료에 따르면, 에이펙스는 기업 투자와 인수를 위해 설립된 투자 회사라고 해요. 실제로 에이펙스는 천화동인 1호가 빌려준 돈으로 몇몇 회사를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투자 회사로서 별 문제될 것 없는 행동으로 보이기도 하는데요.🤔 문제는 에이펙스가 기업들을 인수한 것이 단순 투자 목적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뉴스타파는 취재 도중 에이펙스 최 모 대표의 음성 녹음 파일을 입수했는데, 바로 이 녹음 파일에 실마리가 담겨 있었어요.▲ 뉴스타파가 입수한 에이펙스 인더스트리 최 모 대표의 음성 녹음 파일 중 일부. 상장사에 ‘펄’을 붙인다니... 이게 무슨 말일까요?😨 사실 저도 잘 이해가 안 됐는데, 알고 보니 이게 바로 #주가조작범들이 쓰는 은어라고 해요. 주가조작범들은 조작에 이용할 상장 기업을 ‘쉘(shell)’, 비상장 기업을 ‘펄(pearl)’이라고 부르는데요. 이에 따라서 최 모 대표의 말을 해석하자면, 껍데기(shell)만 남은 상장사를 인수한 뒤 여기에 알맹이(pearl)인 비상장 회사를 붙여서 주가를 조작할 계획이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천화동인 1호는 에이펙스를 통해 3곳의 상장 기업을 인수하려고 시도하기도 했어요. 종합하자면, 에이펙스는 사실상 대장동 불법 수익으로 주가조작을 시도하기 위해 설립한 회사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쯤 되면 한 가지 의문이 떠오를 거예요. 도대체 천화동인 1호와 에이펙스의 최 모 대표는 무슨 관계일까요? 왜 30억이나 되는 돈을 선뜻 빌려줬을까요? 뉴스타파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뜻밖의 경로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김만배 호위무사’ 자처한 ‘오토바이 맨’의 정체는?😲 지난 10월 14일, 대장동 의혹의 핵심 인물이자 ‘천화동인 1호’의 사실상 소유주로 알려진 김만배 씨의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일이 있었어요. 당시 영상을 보면 헬멧을 쓴 남성이 김 씨를 보호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마치 호위무사처럼 온 몸으로 감싸는 모습이 김만배 씨와 매우 가까운 사이로 보이는데요. 오토바이를 타고 유유히 사라진 그 남성은 대체 누구였을까요?🤔 뉴스타파는 그가 타고 있던 오토바이 번호판을 토대로 그의 정체를 추적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취재 결과 밝혀진 그의 정체는, 바로 ‘조폭’ 출신으로 속옷 업체인 쌍방울의 대표이사를 역임한 인물 최 모 씨였어요. 최 씨라는 성에서 짐작하셨을 수도 있지만, 바로 그가 주가조작을 시도했던 에이펙스의 대표 최 모 씨와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도 곧 드러났습니다.😨▲ 김만배 씨의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된 날에 나타난 전 쌍방울 대표 최 모 씨. 또 최 모 씨는 평소 김만배 씨와의 친분을 자주 과시했고, 사실상 사업 파트너 관계였다는 증언도 있었어요. 이야기가 조금 복잡해지는 것 같으니 한번 정리해 볼까요?
여기서 문제는 최 모 씨가 대표로 있었던 쌍방울을 둘러싼 의혹입니다. 그런데 쌍방울 전 부사장인 김 모 씨, 쌍방울의 사외이사를 지냈던 이화영 전 국회의원의 보좌관 출신 이한성 씨 등, 뉴스타파가 확인한 것만 2명의 쌍방울 관련 인물이 대장동 사업과 그 수익을 이용한 주가조작 시도에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야당에서는 2018년 이재명 후보가 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을 때 쌍방울이 변호사비를 대신 내줬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어요. 이재명 후보와 쌍방울 측은 이런 의혹을 사실 무근이라며 부인하고 있고 아직 명확한 증거가 드러난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김만배 씨와 대장동 사업 이면에 쌍방울 출신 인물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이면에 어떤 진실이 감춰져 있는 것인지 의혹이 커지고 있습니다.🤔 대장동 사업의 ‘종잣돈’은 누가 갚아야 하나🤔 지금까지는 대장동 사업으로 벌어들인 수익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살펴봤어요. 그렇다면 이 수익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자금은 어디에서 왔을까요? 2009년, 대장동 개발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즈음에 부동산 개발업자인 이강길 씨가 막대한 자금을 들고 대장동 사업에 뛰어듭니다. 이 과정에서 이 씨는 부산저축은행 등 저축은행을 통해 무려 1805억 원을 대출받았는데요. 그런데 오랫동안 사업이 진척되지 않으면서 이강길 씨는 결국 사업권을 포기하게 돼요. 이렇게 몇 사람을 거쳐 결국 마지막으로 사업권을 가지게 된 사람이 바로 대장동 사업으로 천억 원 가량의 수익을 올린 남욱 변호사였습니다. 그런데 남욱 변호사가 사업권을 가져갈 무렵, 이른바 #저축은행 사태라 불리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이 사건으로 부산저축은행 등 많은 저축은행이 영업을 정지했고, 저축은행이 대장동 사업에 빌려준 1805억 원을 받아낼 길도 사라지고 말았어요. 결국 이 돈은 저축은행을 믿고 돈을 맡긴 서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이었는데 말이에요.😰 결국 #예금보험공사가 나서서 대출금을 회수하기 시작했지만, 총 대출금 1805억 원 중 383억 원의 원금은 끝내 회수하지 못했어요. 여기에 그 동안 쌓인 이자까지 더하면 받아내지 못한 돈은 총 2628억 원에 달합니다. 그렇다면 이 돈을 갚아야 할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취재 결과, 법원에서 남욱 변호사가 사업권과 함께 모든 채무까지 넘겨받았다고 판결한 기록이 확인됐습니다. 따라서 2628억 원을 갚아야 할 의무도 지금은 남욱 변호사에게 있는 것이죠. ▲ 남욱 변호사에게 대출금 1805억 원의 채무가 있음을 판결한 법원 판결문 중 일부. 그런데 예금보험공사는 엉뚱하게도 최초 사업권 소유자였던 이강길 씨에게 10년째 빚을 독촉하고 있고, 남욱 변호사에게는 한 번도 빚을 갚으라고 얘기한 적이 없었어요. 예금보험공사가 정말 저축은행 사태 피해자들의 돈을 회수할 생각이 있기는 한건지 의심이 드는 대목입니다.🤔 대장동 개발 사업을 둘러싼 여러 가지 의혹들을 두고 누군가는 ‘한국 사회의 축소판’ 이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부동산, 민관 유착, 막대한 이익을 두고 복잡하게 얽힌 인간관계 등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한 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해요.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 사건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터져나온 이슈이기도 하지만, 부동산 개발을 둘러싼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가 단적으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중요한 사건이기도 합니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 사업을 통해 민간 업자들이 챙긴 돈을 범죄 수익으로 보고, 국고로 환수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해요. 과연 민간 업자들이 불법적으로 가져간 수천억 원대의 이익은 다시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을까요. 뉴스타파는 앞으로도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의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똑똑해지는 키워드 한 입 #주가조작
#저축은행 사태
#예금보험공사
🥙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기사로 한입에 쏙!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을 다룬 이번 주 이야기, 어떠셨나요? 뉴스타파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진실을 추적할 수 있도록 후원으로 힘을 실어주세요. 📰 이런 기사도 있어요 📅 이번 주 뉴스타파 소식 보도기획안 공모전에 도전하세요! 취재하고 싶은 아이템이 있나요? 뉴스타파 제작진과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진이 도와드립니다. 선정된 기획안에는 200만 원의 취재비와 멘토링을 제공하며, 서울 충무로 뉴스타파함께센터 협업시설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 공모전 자세히보기 ![]() 뉴스타파펀드 지원작 ‘펠롱펠롱’, 암스테르담국제영화제 피칭 참여 2020년 뉴스타파펀드 지원작인 강희진 감독의 ‘펠롱펠롱’이 EBS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고양상'을 받은데 이어, 세계 3대 다큐영화제인 암스테르담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IDFA) 피칭 행사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이 작품은 제주 4ㆍ3사건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뉴스타파함께재단이 더 많은 독립다큐와 협업할 수 있도록 함께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뉴스레터 ‘타파스’를 만들고 있는 현PD😎입니다. 더 나은 타파스를 만들기 위한 의견은 언제나 환영이에요. newsletter@newstapa.org로 타파스에 바라는 점을 말씀해주세요! 이번 주도 타파스와 함께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뉴스타파는 광고와 협찬을 받지 않고 오직 시민들의 자발적인 후원으로 제작·운영됩니다. 99% 시민을 위한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의 후원회원이 되어 주세요. 대표전화 02-2038-0977 / 제보전화 02-2038-8029 서울특별시 중구 퇴계로 212-13(04625) ⓒ The Korea center for investigative journalism, All Rights Reserv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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