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와 죄수들이 사건과 돈, 형량을 거래하는 ‘검은 생태계’를 연속 보도하고 있는 <죄수와 검사> 세 번째 시즌. 지난 1편과 2편 기사에서는 특수부 검사실을 배경으로 김영일 검사와 ‘브로커 죄수’들, 그리고 1조 원이 넘는 피해액을 남긴 IDS홀딩스 사기 사건의 장본인 김성훈이 그려낸 복잡한 거래 관계를 파헤쳤습니다.
3편의 주요 등장 인물은 ‘브로커 죄수’ 한 모 씨입니다. 한 씨는 ‘1조 원 사기범’ 김성훈의 사주를 받고 출소하여 IDS사건 피해자들에게 접근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피해금액을 대신 갚아줄테니 김성훈에 대한 합의서를 써달라고 하죠. IDS사건 피해자들 중 상당수가 한 씨의 말을 믿고 합의서를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한 씨의 이야기는 모두 새빨간 거짓말이었고, 결국 한 씨는 경찰에 붙잡혀 다시 감옥에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이 모든 사건이 당시 중앙지검 특수부 검사였던 김영일 검사실에서 모의되었다는 것입니다. 사건을 수사해야 할 검사가 오히려 죄수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며 또 다른 사건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죠. 지난 10월 19일, IDS사건의 피해자들은 뉴스타파의 보도 내용을 근거로 김영일 검사를 고발했습니다.
뉴스타파는 10월 20일 <죄수와 검사> 3편을 온라인 회원 시사회를 통해 최초 공개했습니다. 그리고 온라인으로 참석한 후원회원님들과 <죄수와 검사>를 보도한 김경래 기자, 심인보 기자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회원님들과 주고받은 화기애애한 대화내용을 간추려봤습니다.
Q : 이번 보도에 등장한 ‘브로커 죄수’ 한 씨는 도대체 어떤 인물인가요?
한 씨는 소위 말하는 잡범이에요. 사기, 폭행, 상해 등 온갖 종류의 범죄로 감옥을 굉장히 많이 드나들었는데, 심지어는 죄수로 수감되어 있던 도중 교도관들에게 뇌물까지 준 사람이에요. 그런데 이 사람이 10여년 전에 어느 지검에서 김영일 검사를 만나게 됩니다. 그 때부터 이 사람의 브로커로서의 제 2의 인생이 시작된거에요. 김영일 검사라는 큰 뒷배를 업고 급기야 이번 보도에 나온 것처럼 큰 사기를 치게 된거죠.
Q : 검사를 직접 취재하면서 압박을 받지는 않나요?
영화나 소설에 나오는것처럼 저에게 직접적으로 압박을 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심리적인 압박이 크죠. 검사들을 취재하러 가기 전 날에는 마음이 무겁고, 전화를 하거나 문자를 보낼 때는 안 보내고 싶다는 마음도 조금은 들어요. 저 스스로도 좀 위축이 되는거죠.
검사들은 워낙 법을 잘 알기 때문에 조금만 실수해도 소송이 들어오곤 해요. 실제로 <죄수와 검사> 시리즈를 보도하면서 벌이고 있는 소송이 몇 개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 번도 진 적은 없어요. 다 승소를 거두고 있습니다. 그래도 소송에 휘말리는 것 자체가 워낙 귀찮고, 힘들고….. 한편으로는 조금 무섭기도 하죠.
Q : 다른 언론사는 이런 사건을 잘 보도하지 않는데,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눈을 감고 있는건가요?
저희가 시간을 오래 들여서 탐사보도를 하고 결과물을 내놓았을 때, 다른 언론사 입장에서는 그 내용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아요. 간단한 뉴스면 금방 확인을 하고 기사를 내보내겠죠. 하지만 이렇게 오랜 시간을 들여서 많은 취재원을 만나서 낸 기사는, 다른 언론사에서 사실관계를 일일이 확인하기가 너무 힘듭니다. 또 다른 언론사의 경우 검찰과 척지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도 있고요.
그래서 결과적으로 우리 보도가 나갔을 때는 추종보도를 내지 않다가, 이 보도에 대해서 검찰이 반박하거나 정치권에서 한마디 하면 기사가 쫙 올라오곤 하죠. 저도 다른 언론사에서 기자생활을 해봐서 기자들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럴 때면 굉장히 속이 상합니다.
Q : <죄수와 검사> 시즌4도 계획하고 있나요?
이 취재가 사실 굉장히 힘들기 때문에 계속해야 하는지 고민은 많은데요. 사실 전국의 죄수들이 저희 <죄수와 검사> 기사를 많이 보고 계세요. 그리고 기사를 보는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또 편지를 보내 옵니다. 그 편지를 읽다보면 그 중에서 취재할만한 사건들이 있어요. 그러니 아마도... 시즌 4도 하겠죠?
시즌3도 아직 마무리가 안 됐어요. 우선은 시즌 3의 다음 기사를 준비하고 있고, 그 다음 기사도 취재를 하고는 있는데... 워낙 충격적인 사건이라서 취재가 잘 안 되고 있습니다. 과연 방송을 할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우선 시즌 3부터 마무리하고 그 후에 정리를 해 봐야 할것 같습니다.
Q : 마지막으로 후원회원님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저는 KBS에 10년을 다녔고, 뉴스타파에 온지는 5년 반 정도 됐어요. KBS는 수신료로 운영되는 조직이고 뉴스타파는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되는 조직이잖아요. 제 개인적으로 체감하기로는 뉴스타파에 와서 후원회원들의 존재를 훨씬 더 가깝게 체감하게 돼요. 이렇게 회원시사회 같은 행사를 통해 소통을 자주 하다 보니 3만 5천 분 한분한분이 저에게 인격적인 존재로 다가옵니다. 저희가 취재를 할 때도 심리적인 부분에 있어서 회원들의 지지가 큰 영향을 주고 있어요. 항상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회원분들은 저희를 항상 좋은 시각으로 봐주시잖아요. 회원분들 중에서도 저희들에게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주시는 분들도 항상 있는데, 제 생각에 회원분들은 가족같은 분들이어서 편하게, 하지만 저희가 항상 100퍼센트 잘 하고만 있을수는 없잖아요. 뭔가를 잘 못하고 있을때도 분명 있어요. 그럴 때 따끔하게 이야기도 해주시고 그래야 계속해서 좋은 보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렇게 항상 관심 가져 주시는게 저희에게 가장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김경래 기자, 심인보 기자와 함께한 회원시사회 전체 영상은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