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감 강하고 불의를 참지 못하는 청년이 있었습니다. 청년의 이름은 김성수. 1986년 서울대학교 신입생으로 입학한 그는, 학교 연극부 활동을 하면서 세계적인 영화감독이 되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1986년 6월 18일 오전 10시 경, 김성수의 서울 자취방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전화를 받은 그는 지갑과 신분증도 챙기지 못한 채 급하게 밖으로 나갑니다. 그리고 그 이후 김성수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로부터 닷새가 지난 1986년 6월 23일, 만 18세 청년 김성수는 부산 앞바다에서 숨진 채 발견됩니다.그의 유가족과 친구들은 그가 왜 죽었는지, 어떻게 죽었는지 알아내기 위해 오랜 시간을 싸워 왔습니다. 그러나 3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김성수 의문사 사건’의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어요. 이번 주 타파스는 35년 전 ‘김성수 의문사 사건’을 둘러싼 의혹과, 아직도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의문사 사건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경찰 수사결과 : ‘성적을 비관한 자살’ 1986년 당시 이 사건을 조사한 경찰은 ‘성적을 비관한 자살’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사실 경찰의 결론은 허점 투성이에요. 먼저 김성수가 사망한 시점은 1학기 기말고사도 치르기 전이었습니다. 신입생인 김성수는 비관하고 싶어도 비관할 성적표도 없는 시기였죠. 게다가 발견 당시 그의 시신에는 바다 위로 떠오르지 않도록 5개의 시멘트 덩어리들이 묶여 있었고, 머리에는 외상으로 인한 출혈 흔적이 있었습니다. 충분히 타살을 의심할 만한 상황이었죠. 하지만, 어째서인지 당시 경찰은 억지를 써가면서 ‘자살’ 결론을 고집했습니다. 마치 이미 결론은 나와 있고 그 결론에 수사를 끼워 맞추는 듯했죠. 경찰의 이런 수상한 태도에는 어떤 배경이 있었을까요. 민주화 운동과 경찰의 탄압, 그리고 은폐 당시는 전두환 정권에 맞선 시민들의 민주화 운동이 거세게 일어나는 시기였습니다. 1986년 4월에는 서울대생 김세진, 이재호 열사가 #전방입소훈련에 반대하며 스스로의 몸에 불을 붙였고, 5월에는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요구하며 #5.3 인천 민주항쟁이 일어났죠. 위기감을 느낀 전두환 정권은 경찰을 앞세워서 시민들을 탄압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경찰에게 잡혀가 고문당했고, 그 중에서는 영영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어요. 평소 책임감이 강하고 불의를 참지 못하던 김성수는 이런 시대를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그는 학교 선배들과 함께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고, 몇 차례 경찰에 연행됐다가 풀려나기도 했어요. 경찰은 그런 김성수를 예의주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6월 23일 김성수가 부산에서 숨진 채 발견되자, 필사적으로 그의 죽음을 ‘자살’로 몰아갔죠. 경찰이 그의 죽음에 깊게 관련되어 있고, 민주화 운동에 미칠 영향을 두려워해 은폐하려고 한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부분입니다.의문사 진상규명, ‘85건 중 0건’ ‘김성수 의문사 사건’은 3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뚜렷한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지난 2000년과 2004년에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문사위)에서 이 사건을 다시 조사했지만, 결국 ‘누가’, ‘왜’ 김성수를 죽음에 이르게 했는지는 밝히지 못했어요. 아무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2004년 의문사위는 김성수를 민주화 운동 관계자로 인정했고, 2020년 12월에 와서야 법원은 유가족들에게 국가의 배상 책임이 있다고 결정했어요. 하지만 이 사건의 유력한 가해자인 경찰은 물론, 어떤 국가기관도 고인과 유가족에게 사과를 하지 않았습니다. 유가족들이 원하는 것은 배상(돈)이 아니라 진실 규명과 사과,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는 약속인데 말이에요. 지금까지 의문사위가 조사한 의문사 사건은 85건에 달합니다. 그리고 그 중 진실이 완전히 드러난 사건은 단 한 건도 없습니다. 의문사위 조사조차 받지 못한 사건들을 더하면 얼마나 많은 피해자들이 억울하게 세상을 떠났을까요. 지금도 의문사 피해자의 유가족들은 오직 진실이 밝혀지기만을 바라며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습니다. 의문사 진상 규명은 과거의 일이 아닌 바로 ‘지금 여기’에 필요한 일입니다. 🌮 🍞 똑똑해지는 키워드 한 입 #전방입소훈련
#5.3 인천 민주항쟁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기사로 한입에 쏙! 안녕하세요. 뉴스레터 타파스를 제작하고 있는 현PD입니다. ‘김성수 의문사 사건’과 진실 규명에 대한 조금은 무거운 이야기, 어떠셨나요? 뉴스타파가 앞으로도 잠들어 있는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여러분의 힘을 실어주세요. 📰 이런 기사도 있어요 📅 이번 주 뉴스타파 소식 뉴스타파함께재단 출범 1년, 회원님의 생각을 여쭤봤습니다. 뉴스타파함께재단이 첫걸음을 시작한지 1년(7월 24일)이 됐습니다. 출범 1년을 기념해 회원님들의 생각을 모았습니다. 함께하는 회원이 아직 많지 않지만 의견 주신 분들의 생각을 깊이 새기겠습니다. 👉 뉴스타파함께재단 회원 설문 결과 함께재단 1년맞이 특집영상③ 함께 X 사람들 뉴스타파함께재단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4단계로 강화됨에 따라 ‘2021년 뉴스타파 탐사저널리즘 여름연수’를 취소합니다. 뉴스타파 탐사저널리즘 연수를 기다린 많은 분들의 너른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이 나아지는대로, 더 많은 시민들이 탐사저널리즘 연수를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모든 분들이 건강한 여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뉴스타파함께재단은 뉴스타파 지원, 독립언론 연대와 협업, 탐사보도와 데이터저널리즘 교육, 영화제작 및 출판 등을 통해 한국 언론지형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려는 목표로 지난해 7월 출범했습니다. 설립 1년을 맞아 재단의 시작을 함께해주신 분들을 만나 나눈 이야기를 세 편의 영상으로 만들었습니다. 마지막 영상의 주인공은, 후원회원 신우열, 박진아님과 재단 이사로 활동중인 양혜진님입니다. 재단을 후원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부터 아쉬웠던 점, 재단에 추천하는 활동까지 흥미로운 얘기들이 많은데요, 영상으로 함께 만나보세요😀 🎬 영상 보러가기 🎁 함께재단 후원하기안녕하세요! 뉴스레터 ‘타파스’를 만들고 있는 현PD😎입니다. 더 나은 타파스를 만들기 위한 의견은 언제나 환영이에요. newsletter@newstapa.org로 타파스에 바라는 점을 말씀해주세요! 이번 주도 타파스와 함께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뉴스타파는 광고와 협찬을 받지 않고 오직 시민들의 자발적인 후원으로 제작·운영됩니다. 99% 시민을 위한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의 후원회원이 되어 주세요. 대표전화 02-2038-0977 / 제보전화 02-2038-8029 서울특별시 중구 퇴계로 212-13(04625) ⓒ The Korea center for investigative journalism, All Rights Reserved. |
매주 금요일, 뉴스타파의 소식을 전해드리는 뉴스레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