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김문수 #한덕수
21대 대선 후보로 나선 김문수와 한덕수가 만들어 낸 2개의 기이하고 요상한 장면으로 얘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먼저 대선 출마 선언 당일 한덕수 후보의 쪽방촌 방문입니다. 쪽방촌 초입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회적으로 통합하려면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기본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감동했습니다.”
‘약자와의 동행’... 이 말만 남기고 한덕수는 무슨 급한 일이라도 생긴 사람처럼 서둘러 쪽방촌을 떠났습니다. 쪽방촌 주민들과 눈도 마주치지 않았습니다. 한덕수가 떠난 뒤, 쪽방촌 주민들이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뉴스타파 홍여진 이명주 기자가 한덕수 대신 쪽방촌 사람들의 원성을 들었습니다.
“우리들(쪽방촌 사람들) 고통이 어떤가 하고 물어봐야지…생색내기 아닙니까?...한덕수는 안됩니다…그들이 정말 인간이면요. 대선에 나와선 안 되는 거예요.”
쪽방촌 사람들은 한덕수와 동행할 생각이 없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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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 서울 동자동 쪽방촌을 방문한 한덕수 후보에게 뉴스타파 홍여진 기자가 질문하는 모습. (출처:뉴스타파 보도 영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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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국민의힘 ‘공식’ 대선후보 김문수와 한덕수가 국회에서 공개 미팅했습니다. 후보 단일화를 담판 짓겠다며 만난 건데, 성과는 없었습니다. 벽에 대고 떠드는 것처럼, 두 사람은 각자 자기 말만 하고 떠났습니다. 이런 말이었습니다.
(김문수 후보) "한 후보가 출마를 결심했다면 당연히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게 마땅한데, 왜 안 들어오고 밖에 있느냐. 경선 과정을 거치며 많은 후보들이 (기탁금을) 1억씩 내고 또 냈다. 많은 과정을 거쳐 제가 여기에 있지 않나. 한 후보는 어디서 와서 저보고 빨리 단일화하자는 건가. 왜 저한테 책임을 묻나."
(한덕수 후보) “우리나라를 누란의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단일화는 필요하다. 그걸 위해서 같은 생각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합쳐야 된다. 제대로 된 나라, 제대로 된 정치, 제대로 된 국정, 제대로 된 3권 분립,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보자 하는 것도 제가 출마를 결심하게 된 하나의 생각이다.”
두 사람의 ‘말’을 꼼꼼히 살폈습니다. 이상했습니다. 꼭 나와야 할 말이 나오지 않아서입니다. 예컨대 ‘윤석열’, ‘비상계엄’, ‘파면’ 같은 말입니다. 12.3 불법계엄을 사과하는 말도,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반성하는 말도 없었습니다. 대통령 파면으로 어쩔 수 없이 치러지는 조기대선인데 말이죠. 참으로 기이한 대화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현장에 있던 뉴스타파 홍여진 기자는 본인의 SNS에 두 사람의 미팅을 ‘아무말 대잔치’라고 표현했는데, 매우 적절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참고로, 윤석열 정부에서 노동부장관을 지낸 김문수 후보는 ‘윤석열 내란’을 단 한번도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12.3 불법 계엄이 결정되는 현장에 있었던 한덕수는 현재 불법 계엄에 가담한 혐의, 즉 내란 모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 신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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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문수-한덕수 간 대선 후보 단일화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간 권성동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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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뉴스타파가 던진 질문들 🤔
지난 2일, 뉴스타파는 쪽방촌을 방문한 한덕수 후보에게 물었습니다. “12.3 불법 비상계엄이 국회 의결로 해제된 뒤 1시간 동안 어디에서 뭘 했는지”, “불법 비상계엄도 못 막았는데 어떻게 국민 모두가 안심하는 나라를 만든다는 것이지” 같은 질문이었습니다. 한덕수 후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6월 3일 치러질 21대 대선은 ‘윤석열 내란’ 극복의 시작점이 되어야 합니다. 무너진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다시 일어서는 출발점이 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이번 대선에 나서는 후보들에게 가장 먼저 요구되는 태도는 ‘윤석열 내란’에 대한 입장과 반성, 그리고 극복 의지가 되어야 합니다. 국민들은 묻고 있습니다. ‘윤석열 내란으로 상처받은 국민들에게 단 한번도 사과하지 않은 사람, 책임지지 않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서도 되는 걸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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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주목해야 할 사실들 😮
이번주 뉴스타파가 내놓은 ‘국민의힘 정치브로커들’ 얘기도 해야겠습니다. 바로 지난 대선에 이어 이번 대선까지 ‘국민의힘’을 들었다 놨다 하고 있는 정치브로커들에 대한 얘기입니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에 여론공작팀이 있었다는 사실, 이미 지난해 11월 뉴스타파 보도로 확인된 내용입니다. 그런데 지난 대선 때 여론공작을 주도했던 사람이 이번 대선에도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윤석열 캠프에서 조직통합본부장을 맡아 120여개 여론조작용 단톡방을 이끌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정치브로커 이영수입니다.
이 씨는 정치권에서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오래전부터 ‘그림자 실세’로 불려 온 인물입니다. 그런데 그가 이번 대선에선 김문수 캠프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앞으로 그는 김문수 캠프에서 어떤 일을 맡게 될까요? 걱정이 앞섭니다.
더 흥미로운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바로 ‘그림자 실세’ 이영수와 명태균, 그리고 건진법사 전성배 씨의 얽히고 설킨 관계입니다. 뉴스타파는 명태균PC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이영수와 명태균이 지난 대선 당시 만났고, 두 사람의 만남을 건진법사 측 인사가 주선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그야말로, 강호의 고수들이 한 자리에 모인 듯한 느낌입니다. 물론 아름다운 모습은 아닙니다.
아직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미궁입니다. ‘공식 후보’ 김문수가 자리를 지킬지, 한덕수가 인터셉트(intercept)에 성공할지 알 수 없습니다. 김문수가 난관을 극복하고 꼭 후보 자리를 지켰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뉴스타파의 후속 보도가 의미있게 될테니까요. 김문수 후보의 건승을 기원해 봅니다. 웃자고 하는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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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이 보도가 중요한 이유 🙂
지난주 뉴스레터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대통령 선거는 사람 하나 뽑고 치우는 정치이벤트가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5년 역사, 아니 대한민국의 10년, 100년 역사를 결정하는 중요한 정치적 사건입니다. 잘 뽑아야 합니다. 누가 더 우리 국민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사람인지 매의 눈으로 살펴야 합니다. 게다가 이번 대선은 친위쿠데타를 획책한 대통령의 파면으로 만들어진 불행한 선거입니다. 풍전등화가 꺼지느냐 살아나느냐 기로에 서 있습니다. 보수니 진보니 하는 케케묵은 정치이념을 들이댈 때가 아닙니다.
그래서, 누굴 대통령으로 뽑을 것인지 만큼이나 그가 어떤 사람들과 일을 하는지를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소한 ‘윤석열 내란’을 옹호하고, 내란 세력에 빌붙어 단물을 빨던 사람에게 다시 곳간 열쇠를 쥐어 주는 우를 범해선 안 됩니다. 개혁과 청산 대상이 되어 마땅한 사람들이 다시 국정의 주체가 되도록 내비둬선 안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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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취재기자의 한마디 ✋
홍여진 기자 : 쪽방촌이라는 누군가의 삶의 터전을 무대 삼아, 기자 십수 명을 관객처럼 앉혀 놓고, 방금 먹고 온 순댓국의 맛을 홍보하던 한덕수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일반 시민만큼의 공감 능력도 갖추지 못한 내란 정부 2인자가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이 기괴한 현실. 취재하면 할수록 분노스럽다 못해 슬퍼집니다.
박종화 PD :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여론조작 대선 개입은 사형에 처해야 할 중대범죄라고 했는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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