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됐습니다. 이로써 윤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의 직무가 정지되고, 헌법재판소(헌재)의 심판을 기다리는 처지가 됐습니다. 12.3 내란 사태가 일어난지 11일 만의 일이었습니다.
▲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선포하는 우원식 국회의장.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최대한 헌재 심판을 지연시키는 것과 동시에, 자신을 지지하는 일부 극우 세력들을 결집시켜 상황을 돌파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런 판단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 바로 지난 12일에 있었던 대국민 담화였는데요.🤔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제가 비상계엄이라는 엄중한 결단을 내리기까지 직접 차마 밝히지 못했던 더 심각한 일들이 많았다” 라며 자신이 왜 내란을 저질렀는지 설명했어요. 그리고 이어서 나온 얘기가 바로 부정선거 음모론이었습니다.😰
사실 수 년 전부터 일부 극우 유튜버, 극우 단체 등은 부정선거 의혹을 꾸준히 주장해 왔습니다. 실제로 선관위를 부정선거 의혹으로 고발한 사례도 있었죠. 하지만 지금까지 검찰은 선관위의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누구도 아닌 검찰 출신 대통령이, 검찰도 기각한 음모론에 휘둘려 내란을 일으켰다고 고백한 것입니다.😰 무엇보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우리나라의 선거 시스템에 의해 당선된 대통령입니다. 그러니 부정선거는 사실상 윤 대통령의 자기부정이나 마찬가지인 셈이죠.
▲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발언하는 윤석열 대통령.
한국산 개표기가 부정선거 원인? 키르기스스탄 부정선거 팩트체크🤔
그런데도 일부 극우 세력들은 대통령의 주장에 동조하며, 12.3 내란 사태를 ‘부정선거 의혹을 밝히기 위한 구국의 결단’으로 칭송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주장하는 부정선거의 근거 중 하나가 바로 키르기스스탄의 부정선거 사건입니다. 중앙아시아의 민주주의 국가인 키르기스스탄에서는 지난 2017년 대선과 2020년 총선에서 부정선거 사실이 적발된 바 있는데요.🤔
문제는 지난 2015년 키르기스스탄이 한국산 전자개표기를 선거에 도입했다는 것입니다. 즉 한국산 개표기를 도입한 나라에서 부정선거가 일어났으니, 한국에서도 부정선거가 일어났다는 것이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의 주장이에요. 우파 매체로 분류되는 ‘뉴데일리’에서는 이와 같은 주장을 기사로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 한국산 개표기와 부정선거의 연관성을 주장하는 뉴데일리 기사.
하지만 뉴스타파가 키르기스스탄 현지 매체 클룹(Kloop)과 함께 취재한 결과, 당시 키르기스스탄의 부정선거 사건은 한국산 개표기와는 전혀 상관없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우선 2017년의 대선 부정선거의 일차적 원인은 정부의 중앙행정망이 해킹당한 것이었습니다. 해커가 정부 중앙행정망을 해킹해 유권자 정보를 빼돌린 뒤, 이를 여당 측에 제공한 것이죠. 이후 여당 측에서는 이 정보를 이용해 유권자들에게 돈을 주고 표를 사들였다고 합니다.🤨
즉 해킹으로 인한 유권자 정보 유출, 그리고 매표 행위가 문제였을 뿐 ‘한국산 개표기’는 부정선거의 원인이 아니었던 것이죠.
2020년 키르기스스탄 총선에서 일어난 부정선거 사태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시 현지 독립언론인 클룹(Kloop)은 200명의 선거 참관인을 공유해 각 투표장으로 보내는, 일종의 잠입 취재를 시도했는데요.
취재 결과 여당 측 인원들이 유권자들에게 돈을 주며 표를 사거나, 투표소에 설치된 카메라로 유권자가 누구를 찍는지 감시하는 등 수많은 불법 행위가 적발됐습니다. 즉 이 사건 역시 개표기가 아니라 돈으로 표를 사고파는 ‘매표’행위가 핵심 문제였습니다.
키르기스스탄 현지 언론인 “한국 개표기는 우리의 구원”🤨
뉴스타파는 당시 키르기스스탄 부정선거 사건을 최초 고발한 클룹(Kloop) 소속 리낫 투밧신(Rinat Tuhvatshin) 기자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리낫 투밧신 기자는 ‘한국산 개표기 때문에 부정선거가 일어났다’ 라는 음모론자들의 주장에 대해, “(부정선거는) 개표 기계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라고 일축했습니다.
또 당시 부정선거 사건은 해킹과 매표 행위가 문제였는데, 개표기를 통해 선거 결과를 조작할 수 있다면 굳이 매표 행위를 할 필요도 없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오히려 부정선거 사건이 한국산 개표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한 증거라는 말이에요.🤔
▲ 한국산 개표기는 부정선거와 관련이 없다고 말하는 리낫 투밧신 기자.
또 리낫 기자는 한국산 개표기를 도입함으로써 선거 결과를 조작하기가 어려워졌다며, “한국의 선거 장비는 우리의 구원” 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원래 키르기스스탄은 표 집계와 관련해 문제가 많았는데, 한국산 개표기를 통해 개표 결과를 검증하게 되면서 오히려 선거 조작이 어려워졌다는 것이죠.🤨
즉 ‘한국산 개표기 탓에 부정선거가 일어났다’ 라는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의 주장은 아무런 근거도, 논리도 없는 가짜뉴스에 불과합니다. 평소 ‘가짜뉴스 척결’을 부르짖던 대통령이 오히려 이런 가짜뉴스에 휘둘려 내란을 일으켰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위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에게 남은 한 줌의 지지세력을 결집시켜 지금의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쩌면 대통령이 일으킨 ‘내란’에 이어 국민과 국민 사이에 ‘내전’이 심화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에요.
뉴스타파는 대통령과 지지 세력의 내란·내전 선동에 맞서, 앞으로도 각종 음모론을 검증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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