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4일) 국회 본회의에서 故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과 수사 외압 의혹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특검법안, 즉 ‘채 해병 특검법’이 통과됐습니다.
아마 “지난번에도 한번 통과됐던 것 아냐?” 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텐데요.🤔 맞습니다. 사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채 해병 특검법’이 본회의를 통과한 적이 있었죠.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끝에 결국 첫 번째 특검법은 폐기되고 말았습니다.😰
지금 22대 국회에 올라와 있는 특검법은 첫 번째 특검법안의 핵심 내용은 유지한 채, 일부만 수정해 발의한 것이에요. 이번에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지, 이후 국회에서의 재표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를 두고 관심이 뜨거운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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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건희 여사가 제작 과정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부산엑스포 홍보 키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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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특검법이 밝히고자 하는 ‘채 해병 사건’의 핵심 쟁점은 바로 윤석열 대통령의 수사 외압 의혹입니다. 지난해 7월 19일 순직한 채수근 해병의 사망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압력을 행사해 수사 결과를 뒤집으려 했다는 의혹인데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이 의혹은 말 그대로 ‘의혹’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공수처 수사와 언론의 취재, 그리고 국회 청문회 등에서 드러난 내용을 종합해 보면, 점점 수사 외압이라는 ‘의혹’이 ‘사실’에 가까워져 간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 주 ‘타파스’는 뉴스타파가 수천 쪽에 달하는 수사 기록, 통신 기록 등을 종합해 정리한 ‘채 해병 수사 외압 사건’의 진상을 타임라인 형태로 정리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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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수사단, 보고서에 ‘임성근 책임’ 명시… 국방부 장관 결재도 🤔
지난해 7월 19일, 폭우 피해 실종자를 수색하던 채수근 해병이 급류에 휩쓸려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습니다. 당시 채 해병을 비롯한 해병대원들은 구명조끼 등 최소한의 안전 장비도 하지 않은 채 무리한 수색 작전에 동원된 것으로 밝혀졌는데요.
채 해병의 순직 직후, 해병대 수사단은 누가 무슨 이유로 이 무리한 작전을 지시했는지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아래는 채 해병이 순직한 지난해 7월 19일부터 주요 사건을 정리한 타임라인입니다.
- 7월 19일
- 채수근 해병,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순직
- 해병대 수사단, 채수근 해병 사망 사건 조사 착수
- 7월 26일
- 7월 28일
- 해병대 수사단, 수사 마무리 수순
- 박정훈 수사단장, 김계환 사령관에게 수사 결과 보고
- 7월 30일
- 박정훈 단장과 김계환 사령관,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 수사 결과 보고
- 이종섭 장관, 수사 보고서 결재
이 때까지만 해도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는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박정훈 단장이 이끄는 수사단은 채수근 해병 순직 이후 곧바로 조사에 착수했고, 일주일 뒤 임성근 1사단장까지 조사를 마쳤어요. 그리고 이 조사 결과를 종합해 임성근 사단장 등 8명의 혐의를 적시한 수사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7월 30일, 이 보고서를 받아본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몇 가지 질문을 던진 뒤 보고서에 결재합니다. 즉 이종섭 장관 역시 당시 수사 결과에 문제가 없었다고 판단한 것이죠. 이제 수사 보고서는 군사법원법에 따라 경찰에 이첩될 날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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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격노’ 이후, 모든 것이 뒤집혔다 😰
그런데 이종섭 장관이 보고서에 결재한 다음날, 상황은 완전히 뒤집히게 됩니다. 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 바로 윤석열 대통령의 ‘격노’😡 인데요. 아래는 지난해 7월 31일의 타임라인입니다.
- 7월 31일
- 오전 11시: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에서 국가안보실 회의 주재. 회의 도중 격노한 것으로 알려짐
- 오전 11시 54분: 이종섭 장관에게 대통령실 내선번호(02-800)로 전화 걸려옴
- 오전 11시 56분: 이종섭 장관, 김계환 사령관에게 전화해 수사기록 이첩 보류 및 임성근 사단장 인사조치 중단 지시
7월 31일 오전 11시, 대통령실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가안보실 회의가 열렸습니다. 이날 회의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어째서인지 윤 대통령은 이 회의 도중 대단히 ‘격노’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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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지난해 8월 28일 국방부 검찰단에 제출한 진술서 일부. 이른바 ‘VIP 격노설’ 관련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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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회의가 시작된지 약 1시간이 지난 무렵, 이종섭 장관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02-800으로 시작되는 대통령실 내선 번호로 걸려온 전화였습니다.🤔 이 번호가 정확히 어떤 부서의 번호인지, 전화를 건 사람이 누구인지 대통령실은 밝히지 않고 있어요.
그러나 이종섭 장관의 이후 행동을 보면 누구와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충분히 유추할 수 있습니다. 이 장관은 대통령실의 전화를 받은지 2분만에 김계환 사령관에게 전화해, 채 해병 사건 수사기록 이첩을 보류하라고 지시합니다. 자신이 직접 결재한 수사 결과를 불과 하루만에 번복한 셈이에요.😰
이 갑작스런 번복에 대해 이종섭 장관은 “초급 간부들까지 형사 책임을 지는 것은 과도하다고 판단해서 번복했다” 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 이종섭 장관이 ‘초급 간부’들에 대해 언급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당시 대통령실과 이 장관의 통화 내역, 해병대 간부들의 증언 등을 종합하면, ‘초급 간부들을 우려해 번복했다’는 이종섭 장관의 주장은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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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첩 보류’ 지시에도 이첩 강행한 해병대 수사단 😰
하지만 이종섭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에도 불구하고 해병대 수사단은 그대로 사건 기록을 이첩하려고 했습니다. 아래는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기록 이첩이 예정돼 있던 8월 2일의 타임라인입니다.
- 8월 2일
- 오전 10시: 박정훈 단장, 김계환 사령관에게 ‘예정대로 10시 30분에 수사기록 이첩할 것’이라고 보고
- 오전 11시 50분: 해병대 수사단, 경북경찰청에 수사기록 이첩 완료
- 오후 12시 7분: 윤석열 대통령, 이종섭 장관에게 개인 휴대폰으로 전화 걸어 4분간 통화
- 오후 12시 43분: 윤석열 대통령, 이종섭 장관에게 다시 전화해 13분간 통화
- 오후 12시 45분: 김계환 사령관, 박정훈 단장에게 보직 해임 통보
- 오후 1시 25분: 윤석열 대통령, 임기훈 국방비서관과 통화
- 오후 1시 42분: 임기훈 비서관,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통화
- 오후 1시 51분: 유재은 법무관리관, 노규호 경북경찰청 수사부장과 통화
- 오후 2시 40분: 국방부 검찰단, 수사기록 회수 논의 및 박정훈 단장에 ‘집단항명 수괴’ 혐의 적용
- 오후 7시 20분: 국방부 검찰단, 경북경찰청에서 수사기록 회수
이날 오전, 박정훈 단장이 이끄는 해병대 수사단은 예정대로 수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기 위해 출발했습니다. 이때 김계환 사령관이 박 단장에게 “내가 중지하라고 하면 어떻게 되냐” 라며 사실상 만류하는 말을 남겼지만, 박 단장은 “직권남용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어요.
이종섭 장관의 지시대로 이첩을 보류할 경우 법적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법대로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한 것이죠.🤔 그리고 이날 오전 11시 50분경, 해병대 수사단은 경북경찰청에 채 해병 사건 수사기록 이첩을 완료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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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해병 사건’ 수사기록 회수에 윤석열 대통령실 개입 의혹 🤔
바로 이 시점부터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사건에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12시경, 국방부를 통해 해병대 수사단이 수사기록을 이첩했다는 사실을 보고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윤 대통령은 이종섭 장관, 임기훈 국방비서관 등에게 연달아 전화를 걸기 시작했어요.🤨
이후 전면에 나선 것은 국방부 직속 수사기관인 국방부 검찰단이었습니다. 국방부 검찰단은 경찰에 이첩된 수사기록을 어떻게 회수할지 급박하게 논의하는 한편, 수사기록을 이첩한 해병대 수사단과 박정훈 단장에게 집단항명 수괴라는 무시무시한 혐의를 씌웠습니다.😰
결국 이날 오후 국방부 검찰단은 경북경찰청에서 채 상병 사건 수사기록을 회수하는 데 성공합니다. 최근에는 이 수사기록 회수 과정에 국방부 검찰단뿐 아니라 대통령실도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는데요.
위 타임라인을 보면, 오후 1시 42분경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임기훈 국방비서관의 전화를 받은 후 경북경찰청과 통화한 내역이 확인됩니다. 이와 관련해 유재은 법무관리관은 최근 국회 청문회에서 ‘임기훈 비서관이 나에게 전화해서, 곧 경북경찰청에서 전화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라고 증언했어요.
즉 대통령실 임기훈 비서관이 먼저 경북경찰청 측과 접촉했고, 경북경찰청이 유재은 법무관리관에게 전화를 걸도록 지시한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정황입니다. 만약 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대통령실이 국방부보다 먼저 수사기록 회수에 나선 것이므로, 대통령실의 수사 외압 의혹이 더욱 커질 수 밖에 없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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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미진하면 제가 특검 주장하겠다” 대통령 약속 지킬 때 🤨
이후 국방부는 회수해간 수사기록을 재검토한 끝에, 임성근 1사단장의 혐의가 빠진 최종 보고서를 내놓습니다. 반면 수사기록을 ‘법대로’ 경찰에 이첩한 박정훈 단장은 항명죄 혐의로 재판을 받는 신세가 되었어요.😰
지난 6월 21일 열렸던 국회 입법청문회에서 박정훈 수사단장(이제는 ‘전’ 수사단장이 됐습니다)은 “한 사람의 격노로 모든 게 꼬이고 수많은 사람들이 범죄자가 됐다” 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한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을, ‘수많은 사람’은 자신을 비롯한 해병대 수사단원들, 그리고 채 해병 순직 당시 작전에 참여한 초급 간부들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박정훈 전 단장의 이 발언에서 자신의 명예뿐 아니라 부하와 동료들의 명예까지 지키고자 하는 마음을 느꼈습니다.
반면 같은 날 청문회에 참석했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성근 전 사단장 등은 ‘증인 선서’조차 거부하며 자신의 안위만 챙기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들이 입을 닫고 있는 탓에 현재 공수처의 ‘채 해병 사건’ 수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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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21일 열린 '채 해병 특검' 입법청문회에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증인 선서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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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9일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채 해병 특검법’에 대한 질문에 “공수처 수사를 지켜보고, 수사가 미진하면 제가 먼저 특검을 주장하겠다” 라고 답했습니다. 사건의 핵심 당사자들이 입을 닫고, 수사가 난항에 빠져 있는 지금이야말로 윤석열 대통령이 약속을 지켜야 할 때가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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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상영관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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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해일이 내레이션을 맡고 뉴스타파 송원근 감독이 연출한 영화 <판문점>을 극장에서 찾아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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