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4일, 검찰이 ‘대통령 명예훼손’을 이유로 뉴스타파를 압수수색했던 날. 공교롭게도 그 날은 뉴스타파가 전국 67개 검찰청의 예산 검증 결과를 발표하는 날이었습니다.
뉴스타파는 지난 6월, 3개 시민단체(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정보공개센터)와 함께 대검찰청,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예산 자료를 분석해 보도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두 곳의 자료만으로 검찰 전체의 예산 집행 실태를 파악하기엔 한계가 있었어요.🤔
그래서 뉴스타파는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을 포함한, 전국 67개 검찰청 전체로 검증 범위를 넓히기로 했습니다. 이를 위해 5개 언론사(경남도민일보, 뉴스민, 뉴스하다, 부산mbc, 충청리뷰)와 함께 검찰 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을 꾸렸고, 지난 세 달 동안 수만 장의 자료를 입수해 검증 작업을 진행했어요.😲
지난 14일은 약 세 달에 걸친 검찰 예산 검증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이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날 오전부터 검찰의 압수수색이 시작됐지만,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도중에도 뉴스타파는 예정대로 기자회견을 진행했어요. 그리고 그동안 밝혀낸 검찰의 예산 오남용, 부정 사용 의혹을 시민들 앞에 폭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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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4일 오후 1시 30분, 서울 충무로 뉴스타파함께센터 앞에서 검찰 예산 검증 결과 발표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같은 시각 검찰은 뉴스타파함께센터 내부를 압수수색하고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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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타파스’는 뉴스타파와 공동취재단이 새롭게 밝혀낸, 검찰의 특수활동비(특활비) 오남용 사례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전국 검찰청을 대상으로 검증한 결과이다 보니 워낙 다양한 사례가 발견됐는데요. 지금부터 몇 가지 주제로 나눠서 설명해 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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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특활비 부정 의혹 ① 증빙자료 ‘무단 폐기’
뉴스타파는 지난 6월,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의 예산 자료가 무더기로 불법 폐기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2017년 이영렬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의 ‘특활비 돈봉투 만찬’ 사건을 전후해, 약 8개월간의 특활비 집행 내역이 통째로 사라진 것인데요.🤔
문제는 해당 자료를 폐기했다는 기록조차 남아있지 않다는 겁니다. 원래 공공기록물을 폐기할 때는 어떤 자료를 폐기했는지 기록으로 남겨야 하는데요.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자료를 무단 폐기한다면, 공공기록물 관리법 위반으로 징역 또는 벌금형을 받을 수 있어요.
게다가 이번에 뉴스타파와 공동취재단이 확인한 결과, 예산 자료를 무단 폐기한 곳은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 전국 42개 검찰청에서 2017년 특활비 자료 상당수가 사라진 것으로 드러났어요.😰
그 중에는 대검찰청과 마찬가지로 약 8개월간의 자료만 사라진 곳도 있었지만, 아예 2017년 자료 전체가 사라진 경우도 있었습니다. 앞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2017년 9월 특활비 관리 제도를 개선한 이후부터는 자료를 철저히 관리했다’ 라고 해명한 바 있는데, 이 해명이 거짓말로 드러난 셈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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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에서 ‘2017년 9월 이후 특활비 자료가 잘 관리됐다’ 라는 취지로 발언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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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특활비 부정 의혹 ② 법원 정보공개 판결 ‘무시’
아시다시피, 뉴스타파가 검찰의 예산 자료를 입수할 수 있었던 것은 법원이 정보 공개를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검찰은 처음부터 ‘수사 기밀’이라는 이유로 자료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는데요. 약 3년 반에 걸친 소송 끝에 대법원은 검찰 측 주장을 기각하고 예산 자료를 공개하라고 판결했어요.
그런데 판결 이후 몇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검찰은 상당수의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요. 대검찰청 산하에는 총 30개의 부서가 존재하는데, 이 부서들이 각자 특활비를 썼음에도 그 증빙 자료를 전혀 공개하지 않은 것이죠. 대법원의 정보공개 판결을 정면으로 무시하고, 의도적으로 정보를 은폐한 것입니다.🤔
검찰이 공개한 자료 역시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법원은 검찰 특활비 집행 자료에서 ‘집행 목적과 수령인 성명을 제외한 모든 정보’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는데요. 검찰은 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특활비 집행 자료에서 사용처 등 주요 정보를 가린 채 공개했습니다.
뉴스타파는 취재 과정에서 검찰이 왜 법원 판결을 따르지 않는지, 누구의 지시로 정보를 은폐한 것인지 검찰 내부 관계자에게 물었습니다. 그 결과, 각 지청장이나 지검장 등 ‘윗선’에서 법원 판결 불이행을 지시했다는 증언을 여럿 확보했어요. 만약 이 증언이 사실이라면, 검찰이 조직적으로 사법부의 판결을 무시한 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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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특활비 부정 의혹 ③ 목적에 맞지 않는 ‘부정 지출’
특수활동비는 말 그대로 기밀 수사 등 ‘특수한’ 활동에 지원되는 예산입니다. 이는 국가 예산 관리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 지침에도 나와있는 내용이에요.
그런데 검찰의 특활비 집행 자료를 확인해 보니, 기밀 수사와 전혀 관계없는 곳에 특활비가 쓰인 정황이 여럿 발견됐습니다. 지금부터 몇 가지 예를 들어 볼게요.
먼저 광주지검 소속 장흥지청의 경우 매달 69,800원의 특활비가 고정 지출된 사실이 발견됐는데요. 알고 보니 이 비용은 장흥지청 검사실의 공기청정기 렌탈 비용이었습니다.😰일반 경비로 처리해도 될 비용을 굳이 특활비에서 지출하는, 특활비 오용 사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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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지검 장흥지청에서 매달 69,800원의 공기청정비 렌탈비가 특활비로 집행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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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사례로, 춘천지검은 21개월간 매달 105,660원의 특활비를 고정 지출했는데요. 영수증을 확인해 보니 이 비용은 누군가의 휴대폰 요금으로 지출된 것이었어요.🤔 물론 누군가가 ‘기밀 수사’ 목적으로 휴대폰을 사용했을 수도 있지만, 그 수사가 20개월 넘게 지속됐을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장흥지청의 ‘공기청정기 렌탈비’처럼 특활비를 부정 지출한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사례입니다.
또 전주지검의 경우는 총무과처럼 아예 수사 활동과 관계가 없는 부서에도 특활비를 지급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어요. 전주지검 측은 ‘총무과도 압수수색에 참여하기 때문에 특활비 지급에 문제가 없다’ 라는 입장인데요. 법원의 영장에 따라 공개로 진행하는 압수수색이 과연 ‘기밀 수사 활동’에 포함될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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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특활비 부정 의혹 ④ 고위직 검사들의 ‘특활비 집행권 남용’
특활비의 집행 권한은 검찰총장, 각 지검장 등 고위직 검사들이 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특활비가 사실상 고위 검사들의 ‘용돈’처럼 쓰이고 있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됐는데요.
이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의 이른바 ‘특활비 돈봉투 만찬’ 사건이에요. 현직 지검장이 특활비를 유용해, 검사들에게 돈봉투를 돌린 이 사건은 당시 검찰의 도덕성에 큰 상처를 줬습니다.🤔
‘돈봉투 만찬’ 사건 이후로 검찰은 특활비 관리 체계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뉴스타파와 공동취재단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이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 같아요. 전국 검찰청에서 고위직 검사들의 특활비 오남용 사례가 여럿 적발됐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송인택 전 울산지검장은 퇴임 직전 18일 동안 총 1,900만 원의 특활비를 몰아서 집행했습니다. 이는 직전 6개월간 울산지검 전체가 지출한 특활비보다 약 두 배 많은 금액이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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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인택 전 울산지검장이 퇴임 직전 쓴 특활비는 울산지검이 6개월간 쓴 특활비보다 약 2배 많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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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이미 검사 생활을 마무리하기로 결심한 송인택 전 지검장이, 퇴임 직전 갑자기 ‘기밀 수사’에 거액을 쓴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퇴임을 앞두고 후배 검사들에게 특활비로 ‘전별금’을 나눠준 것은 아닐까요.🤔 이처럼 퇴임 직전 특활비를 몰아쓰는 패턴은 울산지검 뿐만 아니라 여러 지방검찰청에서도 동일하게 반복됩니다.
또 대구지검 서부지청에서는 지난해 2월, 이준엽 당시 지청장이 특활비를 ‘셀프 집행’ 한 사례도 발견됐습니다. 특활비 영수증에 자신을 수령자로 기재한 뒤 현금을 가져간 것인데요. 이준엽 지청장은 거의 매달 이런 식으로 50만 원에서 320만 원의 특활비를 월급처럼 가져갔습니다.
이준엽 지청장이 이렇게 챙긴 특활비는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 최소 1,386만 원에 달합니다. 일선 검사도 아닌 지청장이 매달 수십만 원, 수백만 원의 현금을 들여 ‘기밀 수사’ 활동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죠. 특활비 집행 권한을 남용해서 ‘셀프’로 현금을 가져간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정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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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뉴스타파와 공동취재단이 밝혀낸 검찰의 특활비 부정 의혹에 대해 짚어 봤습니다. 글로 써 놓고 보니 꽤 긴 분량이네요. 아마 중간쯤 읽다가 스크롤을 쭉 내린 분들도 많을 것 같은데요.😅
문제는 지금까지 드러난 사례가 전체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점이에요.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검찰은 상당수의 자료를 의도적으로 은폐하고 있고, 그나마 공개된 자료조차 대부분의 정보가 가려져 있었어요. 지금 드러난 것은 검찰이 미처 ‘실수’로 가리지 못한, 극히 일부의 정보를 토대로 분석한 내용에 불과합니다.😰
지금까지 검찰은 그 어떤 기관에서도 감시받지 않는 특권을 누리고 있었습니다. 수백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견제 없이 휘두르고, 비판적인 세력은 수사와 기소로 짓누르는 권력 집단. 그것이 바로 우리 사회 검찰의 모습입니다.
뉴스타파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검찰의 예산과 권력 남용을 철저히 감시하겠습니다. 그것이 ‘권력 집단’이 된 검찰을 국민을 위한 ‘행정 조직’으로 되돌리는 길일 것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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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이 기사를 참고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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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9월 21일 <회원초청시사회>는 서울 뉴스타파함께센터에서 진행했습니다.
전국 5개 언론사와 함께한 검찰 예산검증 공동취재단의 "파도 파도 괴담, 검찰 특활비 오남용의 끝은?"을 함께 시청하고, 담당 제작진과 회원님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또한 최근 뉴스타파 압수수색과 관련해, 회원님들은 많은 격려와 응원을 보내 주셨습니다. 아래는 한 회원의 응원입니다.
"당당하게 어떤 압력과 협박이 들어오더라도 우리 후원회원들을 믿고 기자 분들이 당당하게 그러고 정말 바른 말과 글을 써주시기 바라고요. 혹시 그러다가 압수수색이 아니라 혹여라도 구속이 되고 혹여라도 감옥에 들어가는 일이 있다 하더라도 그 남은 가족들을 우리가 책임지겠습니다. 당당하게, 용감하게 나아가 주시길 바랍니다. 당부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뉴스타파는 매월 마지막 목요일 <회원초청시사회>를 통해 회원님을 만납니다. 서울뿐 아니라 지역에 계신 분들도 직접 뵙고자 하는데요. 앞으로 어느 지역에서 시사회를 할지는 예정되어 있지 않지만, 행사 일주일 전 참여 신청서를 메일로 보내드립니다. 편하게 오셔서 직접 얼굴 보기를 기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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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10년 책 <언론게릴라, 뉴스타파하다>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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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 설립 10주년을 맞아 지난 10년을 기록한 책, <언론게릴라, 뉴스타파하다>를 출간했습니다. 아직 신청하지 못하신 회원분들은 아래 링크에서 신청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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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뉴스레터 ‘타파스’를 만들고 있는 현PD😎입니다. 더 나은 타파스를 만들기 위한 의견은 언제나 환영이에요. 이번 주도 타파스와 함께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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