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미국 기밀문서 유출 사건’을 기억하시나요?😅
당시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세계 각국을 도청해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서와 더불어, 미국의 군사 기밀이 담긴 문서가 유출되면서 세계적으로 큰 논란이 일었는데요.
문제는 당시 유출된 문서 중에 한국 정부를 도청한 문건이 발견됐다는 것입니다.🤔 이 문건에는 김성한 당시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외교비서관의 대화 내용이 담겨 있었는데, 당시 두 사람은 미국의 요청으로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여요.
또 당시 유출된 문서 중에는 한국의 포탄을 유럽으로 운송하는 계획이 담긴 군사기밀 문서도 있었습니다. 이 문서에는 총 33만 발의 155mm 포탄을 항공과 선박으로 운송하는 계획이 담겨 있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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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유출된 미국 기밀문서. 한국의 155mm 포탄 33만 발을 유럽으로 운송하는 계획이 담겨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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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출 문서가 언론에 공개되자, 사실상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포탄 지원을 결정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유출된 문서 중 상당수가 위조 문서라며 이 의혹을 부인했어요. 정작 유출 당사자인 미국 측에서는 ‘위조를 확신할 수 없다’ 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는데 말이죠.🤔
과연 정부의 해명대로, 당시 공개됐던 기밀 문서는 위조 문서였을까요? 뉴스타파는 지난 두 달간 이 문서에 담긴 내용이 사실인지 여러 각도에서 살펴봤습니다. 이번 주 타파스는 미국 기밀문서가 촉발시킨 우크라이나 포탄 지원 의혹과 그 실체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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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 포탄이 부족하다 😰
먼저 왜 미국은 한국에 ‘155mm 포탄’ 지원 요청을 보냈던걸까요?🤔 문제의 155mm 포탄은 세계 각국의 무기에 사용되는 주요 포탄 중 하나입니다. 우리나라 방위산업의 핵심 무기인 K-9 자주포도 이 155mm 포탄을 쓰고 있죠.
문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포탄 부족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거예요.😰 미 국방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서만 하루 약 3,000발의 155mm 포탄이 소모되고 있다고 해요. 미국과 유럽 주요 국가들이 포탄을 지원하고 있지만, 자국에 비축해야 하는 물량도 있기 때문에 무한정 지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에요.
이런 상황에서 각광받고 있는 것이 바로 한국산 포탄입니다. 한국은 북한과의 대치 상황 탓에 대량의 포탄을 보유하고 있고, 훈련을 통해 지속적인 관리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품질도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미국이나 유럽 입장에서는 한국이 포탄 지원에 동참하길 바랄 만도 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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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유출된 미국 기밀문서. 한국의 155mm 포탄 33만 발을 유럽으로 운송하는 계획이 담겨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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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국은 공식적으로 무기 지원이 아닌 ‘인도적 지원’만 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포탄 지원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앞서 말씀드렸던 미국 기밀문서 유출 사건이 일어난 거예요.
즉 한국이 공식적인 지원이 아닌, 미국과 유럽을 통해 우회하는 방식으로 포탄 지원에 동참할 수도 있다는 의혹이 나온 셈이죠. 그렇다면 이 유출 문서의 내용은 과연 사실이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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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항 출항 선박 전수조사… ‘폭발물’ 실은 미군 선박 확인 🤔
뉴스타파는 유출된 문서에서 총 17만 6천 발의 포탄을 운반하는 것으로 계획된 선박 두 척에 주목했습니다. 문서에는 이 선박 두 척이 경남 진해항을 출발해 독일 노르덴함(Nordenham) 항구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취재진은 문서 내용으로 추측한 출항 날짜(약 3월 말)부터 진해항을 출발한 선박을 전부 찾아 분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 포탄을 실었을 가능성이 높은 선박 두 척을 발견했는데, 바로 미군 소속의 군수물자 수송선인 젬 스테이트(GEM STATE)호와 케이프 녹스(CAPE KNOX)호 두 척이었어요.🤔
그리고 두 수송선의 항해정보(AIS)를 분석한 결과, 두 척 모두 6월 초에 독일 노르덴함항에 도착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유출된 문서의 포탄 운송 계획과 일치하는 과정이었어요. 그리고 독일 현지에 취재진을 급파해 노르덴함에서 두 선박이 컨테이너를 하역하는 모습을 포착할 수 있었습니다.
노르덴함에 도착한 두 척의 수송선에는 무엇이 실려 있었을까요? 현지 확인 결과 두 척 모두 동일한 컨테이너가 가득 실려 있었는데, 이 컨테이너에는 폭발물을 의미하는 ‘Explosive 1.3 C 1’ 이라는 스티커가 붙어있었어요. 이 기호는 미국의 화물 분류 기호로 ‘추진성 폭발물 또는 폭발물을 함유한 물품’ 을 의미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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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해항에서 독일 노르덴함항으로 운송된 컨테이너에는 ‘폭발물’ 표식이 붙어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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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사실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한국 진해항에서 미군 소속 군수물자 수송선 두 척이 출항했다.
- 이 배는 6월 초에 독일 노르덴함 항구에 도착했다.
- 수송선 두 척에 실린 컨테이너에는 모두 ‘폭발물’ 표식이 붙어 있었다.
여기에 더해, 지난 4월 17일 MBC에서는 국내의 한 탄약창에서 진해항으로 155mm 포탄이 운송된 사실과 함께 이 포탄의 행선지가 독일 노르덴함이라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위에서 살펴본 수송선 두 척 중 ‘젬 스테이트’호의 출항 일자는 4월 19일. 즉 국내에 있던 155mm 포탄이 미군 수송선에 실려, 독일에 도착한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이는 정황이에요.🤔
이상의 정황은 지난 4월 유출된 미국의 군사기밀 문서 내용과 거의 정확히 일치합니다. 또 러시아 군사매체에 따르면, 독일 노르덴함에서 폴란드를 거쳐 상당수의 군수물자가 우크라이나에 지원되고 있다고 해요.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진해항에서 출발한 155mm 포탄 역시 독일에서 폴란드로, 또 우크라이나로 향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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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포탄 지원, 경제·안보 위협 초래할수도😰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벌써 약 1년 반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전쟁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히는 한편, 세계 경제와 안보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때문에 미국, 유럽 국가들을 비롯한 자유민주주의 진영에서는 우크라이나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죠.
하지만 한국의 입장은 서방 국가들과 조금 다릅니다. 먼저 러시아는 우리나라의 주요 교역국 중 하나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을 많이 수입하고 있어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규모가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우리나라의 대러 수입 규모는 여전히 약 150억 달러(2022년 기준)에 달합니다.🤔
게다가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상, 러시아의 존재는 북한과 더불어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지원할 경우, 러시아와의 관계가 심각하게 악화되어 경제적, 군사적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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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안보 정세…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때문에 포탄 지원 같은 중대한 외교 정책을 결정할 때에는, 여러 가능성을 따져보고 국민들의 합의를 최대한 이끌어내야 합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모든 정보를 감춘 채 몰래 정책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오히려 국민들에게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어요.🤨
이런 정부의 태도가 단적으로 드러난 사건이 바로 지난 4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였습니다. 당시 미국의 기밀문서가 유출된 이후에도 정부는 ‘무기 지원은 없을 것’이라며 포탄 지원 의혹을 일절 부인하고 있었어요. 그러나 윤 대통령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인도적 지원만 고집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사실상 군사 지원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이 인터뷰를 본 국민들은 대체 어느 말을 믿어야 될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번에 밝혀진 포탄 지원 정황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정부는 계속되는 의혹에도 ‘무기 지원은 없다’ 라는 입장을 반복했지만, 결국 밝혀진 것은 유출된 기밀 문서의 계획대로 포탄이 운송됐다는 사실 뿐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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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대한민국을 둘러싼 국제 정세는 복잡하고 긴박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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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현재 한국을 둘러싼 안보 상황은 매우 긴박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1년 넘게 계속되고 있고, 중국은 대만에 대한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북한의 도발 역시 갈수록 심해지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이 무엇보다 원하는 것은 바로 안심과 신뢰입니다. 사실과 다른 해명으로 국민들을 혼란에 빠트리기보다, 국민들에게 안심과 신뢰를 주는 윤석열 정부가 되길 바랍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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