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1일 새벽 5시경. 한국노총 금속노동자연맹(금속노련) 소속의 김준영 사무처장이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 철탑 위에 올라가 있었습니다. 포스코 하청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고공 농성을 시작한지 사흘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전날부터 농성장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습니다. 3개 중대 180명 규모의 경찰이 철탑 주변을 에워싸고 강제 진압 가능성을 내비치기 시작했습니다. 31일 새벽 5시가 되자 경찰력은 총 600명 규모로 늘어났습니다.
경찰은 김준영 처장이 농성중인 철탑을 2중, 3중으로 둘러싸 접근을 막았습니다. 약 40분 후 사다리차 2대가 철탑을 향해 다가갔습니다. 사다리차에는 진압봉을 든 경찰 6명이 타고 있었습니다. 곧 경찰의 강제 진압이 시작됐습니다.
철탑 위에 있던 김준영 처장은 쇠파이프와 칼을 휘두르며 저항했습니다. 그러자 사다리차에 탄 경찰 6명 중 3명이 김 처장을 진압봉으로 가격하기 시작했습니다. 김 처장의 머리와 무릎, 온 몸에 곤봉이 날아들었습니다. 곧 김 처장은 정신을 잃고 체포당해 지상으로 내려왔습니다. 체포당한 김 처장의 머리에서는 새빨간 피가 흘렀고, 무릎 근육도 파열된 상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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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5월 31일 새벽, 경찰이 고공농성 중인 금속노련 김준영 사무처장을 강제 진압하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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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농성 진압 과정에서 ‘규정 위반’ 있었다😰
이 사건 이후, 노조 측은 ‘경찰의 과잉 진압’을 주장하며 정부와 경찰을 비판하는 입장을 냈습니다. 반면 경찰 측은 김 처장이 쇠파이프와 칼로 위협했기 때문에 정당한 진압이었다는 입장이에요. 진압 과정을 촬영한 영상이 언론에 공개되자, 언론과 정치권 역시 논쟁에 불을 붙였습니다.🤔
진압 당시 김준영 처장이 경찰을 직접 위협한 것인지는 해석이 엇갈립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진압 과정에서 경찰이 자체 규정을 어겼다는 점이에요.
경찰 내부 규칙에 따르면, 경찰은 물리력을 행사하기 이전에 대상자와 충분히 대화함으로써 상황을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따라서 경찰은 집회·시위 상황에서 대화를 전담하는 ‘대화 경찰관’ 제도를 2018년부터 운영하고 있어요. 김준영 처장의 농성 현장에도 이 대화 경찰관이 여럿 배치되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진압 당시 경찰은 김준영 처장과 충분히 대화 시도를 하지 않았습니다. 주변에 배치되어 있던 대화 경찰관은 김 처장에게 말 한마디 걸지 않았고, 다른 노조 간부와 몇 마디를 나눌 뿐이었어요. 경찰 측은 ‘진압 당시 충분히 설득했다’ 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진압 시작부터 종료까지 겨우 1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해명 역시 의심스러운 건 마찬가지입니다.🤔
또 진압 종료 이후에도 경찰은 이해하기 힘든 조치를 내렸습니다. 체포 당시 김준영 처장은 머리에서 피가 많이 나고 있었고, 의식도 없는 상태였어요. 그런데 경찰은 김 처장에게 응급조치도 취하지 않고 호송차에 태운 채 자리를 떴습니다. 당시 현장에 구급차가 대기중이었는데도 말이에요.
경찰 내부 규칙에는 ‘경찰관이 대상자에게 물리력을 행사했을 경우 반드시 대상자의 부상 여부를 확인하고, 부상 발생 시에는 병원 후송 등 긴급조치를 취해야 한다’ 라고 되어 있습니다. 만약 이 규칙을 지켰다면, 체포 즉시 현장에 대기하고 있던 구급차를 불러 응급조치를 취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김준영 처장을 데리고 우선 경찰서로 향했고, 뒤늦게 병원에 도착하긴 했지만 이미 체포 이후 1시간이 지난 뒤였습니다. 만약 김 처장이 심각한 부상을 당했다면 생명에도 위협이 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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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농성의 배경… 포스코의 ‘노조 탄압’과 정부의 ‘무관심’🤔
김준영 처장이 농성을 시작한 배경에는 여러 해에 걸친 포스코 하청 노동자들의 싸움이 있었습니다. 지난 2020년 포스코의 하청업체인 ‘성암산업’이 폐업했는데, 포스코는 폐업한 성암산업의 작업권을 쪼개서 여러 업체에 나눠줄 계획이었어요.
문제는 기존에 성암산업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입니다. 이들이 여러 업체로 흩어지면, 그 과정에서 경력을 인정받지 못하거나 노동 조건이 크게 악화되는 문제가 발생하게 돼요.🤔
그래서 하청 노동자들은 2020년 초 국회 앞에서 농성에 돌입했고, 약 반 년간의 농성 끝에 당시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의 중재로 농성을 마무리했어요. 신생 하청업체인 ‘포운’이 성암산업 노조원들을 고용승계하고, 기존의 근로 조건을 유지한다는 조건이었습니다.
그러나 포스코는 고용승계만 했을 뿐 근로조건을 유지한다는 약속은 지키지 않았습니다. 2023년 현재 하청 노동자들의 처우는 성암산업 때보다 오히려 더 나빠졌어요.😰
노조는 근로조건 문제를 해결하기 여러 번 파업을 시도했지만, 포스코 측은 법의 허점을 이용해 노조 활동을 방해했습니다. 경사노위 중재 이후에도 변하지 않는 포스코의 태도에 노조 측은 점점 지쳐 갔습니다. 관할 부처인 고용노동부 역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죠. 결국 포운 노조는 작년 4월 26일, 다시 한 번 농성을 시작합니다.
그러나 포스코와 정부는 철저한 무관심으로 일관했습니다. 무관심 속 농성이 400일 가까이 이어지자, 포운 노조는 상급단체인 한국노총 금속노련에 도움을 요청했어요. 이 요청을 받고 달려온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은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라는 생각에 고공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이 농성은 약 30시간만에 경찰의 강제 진압으로 종료됐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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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책임 외면하는 윤석열 정부… ‘MB정부 닮은꼴’?🤔
김준영 처장의 체포 이후, 한국노총은 노동자·사용자·정부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불참을 선언했습니다. 경사노위에 남아있는 유일한 노동계 대표였던 한국노총이 불참을 선언하자 사실상 경사노위는 파탄 위기에 놓였습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여만에 노사정 대화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는 셈이죠.
이러한 상황에는 윤석열 정부의 책임도 일정 부분 존재합니다. 포스코가 경사노위 합의 사항을 사실상 위반하는 것을 방치한데다, 지난 5월 23일 윤석열 대통령이 ‘집회, 시위에 엄정 대응할 것’을 주문한 이후 8일만에 강제진압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노동계의 반발에도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입니다. 지난 해 대우조선 하청 노조와 화물연대 파업에 ‘엄정 대응’을 주문한 데 이어, ‘건폭’ 이라는 신조어를 만들면서 건설노조를 탄압하는 등 노동계를 탄압하는 것이 지지율에 도움이 된다는 계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정부의 책임을 외면하고, 노조 탄압에만 열을 올리는 태도는 마치 10여 년 전 이명박 정부를 연상시킵니다. 당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서자, 이명박 정부는 경찰특공대를 투입해 노동자들을 무자비하게 진압했는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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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2009년 8월 5일, 파업에 참여한 쌍용차 노동자를 경찰특공대 여럿이 둘러싸고 폭행하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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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쌍용자동차 문제에는 정부의 책임도 있었습니다. 2004년 노무현 정부는 중국의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자동차를 인수하는 것을 사실상 묵인했는데, 이후 상하이자동차는 쌍용차의 기술을 중국으로 유출하는것에만 몰두했을 뿐 노동자의 처우에는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해고와 임금 삭감으로 비용을 줄이기에만 바빴죠.🤔
상하이자동차의 구조조정으로 수 차례 임금이 삭감되고, 1000명 가까운 노동자가 해고당한 상황에서 일어났던 사건이 바로 2009년 쌍용자동차 파업이었습니다.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기에 마지막으로 파업을 선택했던 셈이죠.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정부의 책임을 무시한 채 강경 진압을 선택했습니다. 당시 경찰특공대의 진압으로 수많은 노동자들이 피를 흘렸습니다. 지난 2020년 경사노위 중재로 당시 파업에 참여했던 노동자들이 공장으로 복귀할 수 있었지만, 그 동안 쌍용차 노동자와 가족 32명이 병사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갈등을 일으킬 때, 정부의 역할은 둘 사이의 갈등을 중재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 정부는 과거 권위주의 정부와 마찬가지로, 노동계는 무조건 짓눌러야 할 ‘불순 세력’으로 보는듯 합니다. 그런 면에서 최근에 일어났던 강제진압 사건은 앞으로 윤석열 정부에서 펼쳐질 여러 사건들의 ‘예고편’일지도 모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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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기사로 한 입에 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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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10년 책 <언론게릴라, 뉴스타파하다>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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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 설립 10주년을 맞아 지난 10년을 기록한 책, <언론게릴라, 뉴스타파하다>를 출간했습니다. 아직 신청하지 못하신 회원분들은 아래 링크에서 신청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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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뉴스쿨' 1호 독립언론 <뉴스하다> 창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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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함께재단이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와 함께 한국언론 생태계를 바꾸기 위해 시작한 ‘독립언론 100개 만들기’ 프로젝트를 통해 첫 비영리 독립언론이 탄생했습니다.
뉴스타파저널리즘스쿨(약칭 ‘뉴스쿨’) 이창호 기자(뉴스쿨 1기)와 홍봄 기자(뉴스쿨 2기)는 인천경기지역 시민과 뉴스타파 등 독립언론사 구성원 100여 명이 정회원으로 참여한 가운데 지난 6월 1일 부평아트센터에서 비영리단체인 ‘인천경기탐사저널리즘센터’ 창립총회를 열었습니다.
두 기자는 인천경기지역 언론사에서 10년 가량 일했으나, “기성언론의 테두리에서 정치권력과 자본을 감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비영리 독립언론을 만들었다”고 설립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들은 또 “뉴스타파 뉴스쿨에서 배운 탐사보도 기법과 비영리 언론 운영 노하우를 활용해 지역 언론의 희망을 만들어가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들이 ‘인천경기탐사저널리즘센터’를 통해 창간하는 독립언론의 제호는 <뉴스하다>입니다. <뉴스하다>는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뉴스’에 동사 ‘하다’를 붙여 망가진 지역 언론 생태계에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내겠다는 뜻이 담겼습니다.
뉴스타파함께재단은 무너진 한국 언론생태계을 바로잡기 위해 지난해 3월 뉴스타파저널리즘스쿨을 통한 ‘독립언론 100개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뉴스쿨은 수강생의 기성언론사 입사가 아니라 비영리 독립언론사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고, 그 첫 결실이 맺어진 겁니다.
인천경기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뉴스하다>는 곧 출범할 ‘뉴스타파 독립언론 네트워크’(가칭)의 일원으로도 활동할 예정입니다.
뉴스쿨은 시민들의 자발적 기부와 후원으로 운영합니다. 2호, 3호 독립언론이 탄생할 수 있도록 뉴스쿨과 함께 해주세요. 믿을 수 있는 독립언론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한국 언론생태계를 바꿔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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