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5월이면 정치인, 시민단체 활동가, 학생 등 수많은 사람들이 광주를 찾습니다. 1980년 일어났던 5.18 민주화운동을 기념하고, 당시 전두환 군부에 의해 학살당한 시민들을 추모하기 위해서입니다. 올해도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많은 여야 정치인들이 5.18 민주화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광주를 찾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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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8일 열린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출처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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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편으로는 5.18 민주화운동을 폄하하고,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시민들을 모욕하는 세력도 있습니다. 지난 3월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의원은 ‘5.18 정신을 헌법에 넣자는 것은 전라도에 대한 립서비스’ 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끝에 윤리위원회 징계를 받았습니다. 또 일부 극우 세력들은 당시 광주 시민들을 ‘테러리스트’라고 모욕하거나, 5.18 민주화운동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거짓 주장을 펼치기도 해요.🤨
1980년 5월, 전두환 군부에 의해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입은 시민들은 수천 명에 달합니다.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이 지금까지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고, 직접 부상을 당하지 않았더라도 가족이나 친구를 잃은 아픔에 시달리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번 주 ‘타파스’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입은 상처로 평생 고통받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또 이들의 상처를 누가, 어떻게 치유해야 할지 고민을 나눠보고자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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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 광주, 그 날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
올해로 아흔 살이 된 강해중 씨는 1980년 5월, 주남마을 총격 사건으로 입은 상처를 평생 짊어지고 살고 있습니다. 당시 강해중 씨는 가족과 함께 버스를 타고 광주를 벗어나고 있었는데, 이 사건에 휘말려 두 눈과 소중한 가족을 잃었습니다.
주남마을 총격 사건은 1980년 5월 23일, 광주 주남마을을 지나던 버스를 계엄군이 총격해 시민들을 학살한 사건입니다. <화려한 휴가> 등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에서도 재현되어 비교적 잘 알려진 사건이기도 하죠.
강해중 씨는 비슷한 사건을 겪은 여성들이 모인 ‘오월어머니집’에서 아픈 기억을 나누기도 하고, 복지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지금도 1980년 5월을 떠올리면 금세 눈물을 흘립니다. 강 씨는 두 눈과 가족을 잃고 살아온 지난 세월을 ‘아무도 모른다’며, 마음 속 깊이 쌓인 외로움을 토로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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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총에 맞아 두 눈을 잃은 강해중 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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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머니집’에 참여하고 있는 정귀순 씨는 1980년 5월 20일, 계엄군의 총에 남편을 잃었습니다. 남편을 잃은 정 씨는 홀로 아들을 키우기 위해 긴 시간을 고군분투했습니다. 고등어, 갈치, 명태, 채소 등 안 해 본 장사가 없다는 정 씨의 말에는 힘겹게 버텨왔던 지난 43년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만약 계엄군이 사과한다면 어떻게 하시겠느냐’ 라는 질문에 정귀순 씨는 ‘사과받기 싫다’ 라고 답했습니다. 이제 와서 사과를 한다고 죽은 남편이 돌아오지도 않을뿐더러, 지난 세월을 되돌릴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1980년 5월의 학살은 지금까지도 광주 시민들의 마음 속에 생생히 남아 있습니다. 43년 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은 광주 시민들에게 5월은 상처와 아픔의 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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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게 남편을 잃은 정귀순 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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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군과 시민군… 43년간 갈라졌던 두 형제의 만남
광주가 고향인 김귀삼 씨는 1980년 5월 당시 공수특전여단 중사로 복무하고 있었습니다. 전두환 군부가 계엄령을 선포하자 김귀삼 씨 역시 명령을 받고 광주로 출동해야 했습니다. 부모와 형제, 친구들이 있는 고향에 총을 겨누게 된 것입니다.
김귀삼 씨는 당시 계엄군으로서 시민들을 향해 총칼을 휘두른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그는 당시 자신이 상처를 입힌 사람을 만나 사과하고 싶어합니다. 또 당시 시민군으로 대치했던 동생과의 화해도 원하고 있습니다.
김귀삼 씨의 동생 김귀식 씨는 형과 달리, 1980년 5월 시민군 측에 서 있었습니다. 김귀식 씨는 당시 계엄군의 무자비한 폭행으로 부상을 당했고, 악명높은 인권유린 기구였던 삼청교육대에 끌려가기도 했습니다.
그 때의 후유증으로 김귀식 씨는 머리, 코, 치아, 허리 등 성한 곳이 없습니다. 온 몸에 상처를 입은 채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아온 김귀식 씨는 ‘5.18 이후로 인생이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라고 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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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었던 김귀삼 씨(왼쪽)와 시민군이었던 김귀식 씨(오른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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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민주화운동 이후 두 형제는 서로 못본 척 서먹하게 지내야만 했습니다. 43년 전 계엄군과 시민군으로 대치했던 기억, 그리고 43년간 각자의 마음에 쌓인 응어리가 서로를 마주보지 못하게 한 것입니다.
2023년 5월 어느 날, 형 김귀삼 씨는 전남 신의도에서 일하는 동생을 찾았습니다. 그동안 제대로 마주보지 못했던 동생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였습니다. 그의 손에는 5.18 당시 동생이 입은 부상과 관련된 자료가 들려 있었습니다. 김귀삼 씨는 그동안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했던 동생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두 형제는 신의도에서 만나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형은 동생이 입었던 상처를 하나하나 확인하며, 1980년 5월 이후 동생이 살아온 삶을 들여다봤습니다. 또 동생은 그동안 알지 못했던 형의 진심을 들으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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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의 상처, 국가가 보듬어야
5.18 민주화운동을 기억하고, 당시 상처입은 국민들을 치유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큰 숙제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정치권은 5.18을 정쟁의 도구, 혹은 연례 행사로 생각할 뿐 정작 국민들의 상처에는 큰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1995년 제정된 5.18 특별법은, 5.18 민주화운동을 ‘국가에 의한 반인도적 범죄에 대항하여 시민들이 전개한 민주화운동’이라고 정의함으로써 국가의 책임을 분명히 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렇다면 5.18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국민들이 입은 상처를 보듬는 것 또한 국가의 역할이 아닐까요.
누군가에게 5.18 민주화운동은 그저 과거에 불과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1980년 5월은 끝나지 않는 악몽이고, 삶을 송두리째 무너뜨린 사건입니다. 상처입은 국민들이 화해와 치유로 나아갈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하는 우리 정부가 되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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